논란 공장 '나혼산', 무엇이 대중을 화나게 했나?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1.08.25 11:24
사진출처=방송 화면 캡처

MBC 간판 예능 ‘나 혼자 산다’가 시끄럽다. 웃음을 본령으로 삼는 예능이거늘, 요즘은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더 많이 들리는 모양새다. 인기 프로그램으로 감내해야 할 유명세로 볼 수도 있다. 몇몇 논란에 대해서는 ‘필요 이상의 간섭’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반복적인 논란과 질타의 목소리에 적잖은 대중이 동요하고 있다. 2013년 첫 방송된 후 8년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나 혼자 산다’는 ‘무한도전’이 끝난 후에 MBC를 지탱하던 대표 예능 프로그램이기에 일련의 논란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지난 20일 방송이 끝난 직후인 21일 새벽 공식 SNS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최근 방송된 고정 출연자인 웹툰작가 기안84를 둘러싼 왕따 논란에 대한 입장이었다. 제작진은 "지난 ‘현무, 기안 여름방학 이야기’를 보며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사과드린다. 멤버들 간의 불화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제작진의 불찰로, 여러 제작 여건을 고려하다 보니 자세한 상황 설명이 부족했다"라고 고개 숙였다.

왜 21일이었을까? 한주 전인 13일 방송에서는 기안84의 웹툰 ‘복학왕’의 마감을 축하하는 파티를 열기로 했다가 출연진들이 대거 불참해 실망하는 기안84의 모습을 담았다. 20일에는 기안84가 전현무와 함께 훈훈하게 마무리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13일 방송에 대한 ‘오해’를 20일 방송을 통해 ‘해명’한 후 세심하지 못한 편집과 연출에 대해 사과해 후폭풍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런 제작진의 의도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연출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지만, 기안84의 더 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설정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는 기안84를 둘러싼 논란 이전에도 또 다른 고정 출연자인 방송인 박나래를 향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 출연진들이 소유한 고가 부동산으로 불똥이 튀며 구설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여러모로 ‘미운 털’이 박힌 셈이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과연 모든 것이 ‘나 혼자 산다’의 책임인가?

하지만 여기서 냉정히 짚어볼 대목이 있다. 일련의 논란들이 과연 모두 ‘나 혼자 산다’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기안84를 중심으로 한 설정은 분명 과했다. 최근 왕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 속에서 시청자들이 충분히 불쾌할 수 있는 컨셉트였다. 이는 기안84의 표정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나 혼자 산다’가 ‘리얼리티 관찰 예능’을 표방하지만 기본적인 방향성과 최소한의 대본은 있다. 결국 제작진의 사려깊지 못한 판단이 낳은 진통인 셈이다. 제작진이 사과문에 "출연자들은 전혀 잘못이 없으니, 출연자 개개인을 향한 인신공격은 삼가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적은 이유다.

그러나 그 외 논란은 고민해 볼 여지가 있다. 박나래의 경우 웹 예능 ‘헤이나래’의 ‘19금 표현’이 도마에 오르며 그 불똥이 ‘나 혼자 산다’로 튀었다. 그가 ‘나 혼자 산다’의 스핀오프 예능인 ‘여은파’에도 출연해 농도 짚은 농담을 던진 바 있지만 그 때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헤이나래’를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여은파’까지 소급하고, ‘헤이나래’와 별개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 하차까지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수순이라기 보다는 감정에 치우친 경향이 짙다.

또한 박나래의 위장 전입 논란과 더불어 그의 고가 부동산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나 혼자 산다’의 또 다른 출연자인 방송인 전현무와 이미 하차한 배우 이시언의 부동산까지 덩달아 언론과 여론의 표적이 됐다.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부동산을 매입한 것을 자랑(?)한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온 후 ‘나 혼자 잘 산다’로 제목을 바꿔야 한다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국가에서 정당하게 번 돈으로 재산을 축적하는 이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적잖은 연예인들이 ‘유명하다’는 이유로 이런 온당치 않은 비판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곁에 있다가 불이 옮겨 붙은 것일 뿐, 논란의 본질이라 보기는 어렵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대중은 왜 화가 났을까?

그렇다면 ‘나 혼자 산다’를 바라보는 여론은 왜 이리 뿔이 났을까? 이미 그 안에 속한 이들이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기득권층’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이 MBC 간판 예능으로 자리매김하며 출연진의 위상 또한 달라졌다. 방송 초기만 하더라도 ‘나홀로족(族)’의 소박한 삶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 그들 하나하나가 스타덤에 오르고 적잖은 부를 축적했다.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까지 요구되는데 과거와 지금 그들의 언행이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에 대한 질타인 셈이다. 결국 그들을 바라보고 기대하는 대중의 눈높이가 달라졌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박나래의 개그 패턴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스타가 되기 전인 신인 시절부터 과감한 성적(性的) 농담을 던지고 다른 여성 연예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소재를 개그에 사용하며 차별화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나래바’ 역시 오래 전부터 꾸려왔고, 그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소재 때문에 신인 시절에도 ‘비호감’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지만 오히려 이를 유쾌하게 받아넘기는 당당함이 그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박나래가 연말 시상식에서 연예대상을 타고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보다 보편적 대중이 그를 알게 되면서, 대중의 잣대 또한 높아졌다. 하지만 박나래는 그에 맞는 변화의 노력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부메랑을 맞게 됐다. 이는 ‘막말’로 주목받던 방송인 김구라가 기성 방송사 시스템에 안착한 후 과거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에 대해 사과하고, 발언 수위를 조절하며 연착륙을 시도하며 진통을 겪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전현무는 어떠한가? KBS 아나운서 시절부터 샤이니의 ‘루시퍼’와 맞춰 과한 춤을 추며 욕망을 감추지 않던 그는 프리랜서 선언 후 ‘야생’이라는 방송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런 열혈 방송인의 모습이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몇 년간 그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나 혼자 산다’에 함께 출연하던 모델 겸 방송인 한혜진과의 교제와 결별, 그 와중에 고가의 차량을 장애인 구역에 주차했다가 구설에 오르는 일련의 상황들이 그의 이미지에 생채기를 냈다. 전현무 역시 박나래에 앞서 연말 연예대상을 받은 톱MC로 거듭난 것을 고려할 때, 그들이 짊어지게 될 사회적 책임과 감내해야 할 대중의 시선 역시 크고 무거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나 혼자 산다’를 향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은 한 가지 이유로 규정할 수 없다. 출연진을 향한 대중의 호불호, 설정을 둘러싼 제작진의 잘못된 판단, 여러 논란이 축적되며 돋아난 비호감 이미지들이 결합된 결과다. 그 안에는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결국은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유명세라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유명세에 걸맞은 행보를 걸으려는 노력과 반성, 성찰이 병행돼야 한다"면서도 "예능을 예능으로 바라보지 않는 여론과 언론의 행태도 문제다.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덤비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정작 실생활과 밀접한 정치, 사회, 경제에 대한 관심은 줄어드는 반면, 예능이나 드라마와 같은 비현실 콘텐츠에 더 격하게 반응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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