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유, 그간 몰랐던 탁월한 사유의 시선

한수진 ize 기자
2022.01.03 12:51
공유, 사진제공=넷플릭스

코로나19로 대면 인터뷰가 어려운 요즘, 화상으로 만나는 배우들의 얼굴에서 예전과 같은 깊은 대화를 나누기가 통 어렵다. 배우들도 아직 이 시스템을 낯설어하는 데다, 혼선 방지를 위해 채팅창으로 질문을 건네는 것이 더욱 거리감을 만든다. 인터뷰의 본질은 대화의 유기적 흐름에서 나오는 작품의 궁극적인 논지를 펼쳐내는 것인데, 딱딱 끊긴 질문에서 이 같은 흐름을 잡는 게 쉽지가 않다. 그런데 최근 이 삭막한 벽을 뚫고서, 작품에 대한 논지를 열정적으로 펼쳐낸 배우를 만났다. 바로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극본 박은교, 연출 최항용)로 마주한 배우 공유다.

'고요의 바다'는 한국 최초의 우주 SF 스릴러물로, 공개 전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대작이다. 이야기는 최항용 감독의 2012년 대학교 졸업 작품에서 확장됐고, 작품을 확정하고 사람들 앞에 내놓기까지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 들어갔다. 공유로서도 5년만에 드라마 복귀작으로 택한 작품이니만큼 더욱 애정을 갖고 작품에 임했다. 그러나 '고요의 바다'는 공개와 동시에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엇갈린 평가로 뜨거운 감자가 됐기 때문이다. 허나 작품에 대한 공유의 확신은 외부적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오히려 제 목소리를 확장하는 긍정적인 반전을 피워냈다. 작품에 대해 한참 목소리를 높이던 공유는 도중에 스스로를 중재하는 유쾌함과 유머, 여유까지 동시에 보였다.

"SF라는 장르 때문이라도 호불호가 나올 거라고 예상했어요. 다양한 관점의 기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요. 다만 아쉬웠던 점은 조금 더 다양한 관점에서 봐주셨음 어땠을까 했어요.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충분히 의미있는 도전이었고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해요. '고요의 바다'는 SF장르이긴 하지만 정통적인 SF라고 말하긴 힘들어요. 저는 '고요의 바다'를 인문학적 작품이라고 봤어요. 이 작품에서 매력을 느낀 포인트를 말하자면 필수자원이 고갈돼서 황폐해진 근미래 설정과, 물부족으로 인해 달로 떠난 인류, 그렇지만 달에 있는 물로 인해서 죽음을 당하는 아이러니까지 모든 서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리고 달이라는 공간에서 스릴러적 요소가 있던 것이 드라마를 오락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공유, 사진제공=넷플릭스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공유는 어렵고 중요한 프로젝트에는 늘 이름이 올라있는 최연소 탐사 대장이자 '항공국 레전드'로 불리는 한윤재를 연기했다. 공유는 어린나이에 높은 자리에 올라간 윤재의 설정에 설득력을 주기 위해 거칠면서도 냉소가 있는 얼굴로 형상화했다. 이를 비주얼적으로도 극대화하기 위해 목에 부대 마크 타투도 새기고 얼굴을 어둡게 분장하기도 했다.

"사실 제가 연기한 윤재라는 캐릭터에 애착이 간 건 맞지만 작품 자체가 더 크게 다가왔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 제가 연기할 캐릭터 위주보다는 작품이 지향하는 지점이나 하고자 하는 이야기, 세계관, 기획의도 등 참신한 플롯에서 매력을 느껴요. 언제부턴가 작품 위주로 바라보고 선택하고 있어요. 윤재가 기시감이 들 수 있는 평이한 인물이기도 하잖아요. 이 인물의 매력이라 하면 제가 가지고 있는 지점하고 비슷한 굳건하고 책임감이 강하고 정의롭다는 거? 제 입으로 정의롭다고 하긴 그렇긴 한데 저도 약간은 그렇거든요. 대내외적 이미지와 달리 제가 조금은 시니컬하고 네거티브한 게 있.어요 그런 저의 약간 냉소적인 부분들을 윤재라는 캐릭터에서 보여준 것 같아요."

'고요의 바다'에 대한 엇갈린 평가와 달리 성적은 또 그렇지가 않다.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3위까지 올라섰다. 공유는 이에 대해 의미있는 질문을 던졌다. "언제부터 우리가 세계 1위를 목표로 했는지"에 대해 말이다. '오징어 게임'이 터준 영광스러운 길이지만, 세부적 시선으로 봤을 때 '고요의 바다'는 엄연히 다른 방향성을 갖는 작품이다.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은 현재를 배경으로 일상적인 이야기에서 판타지를 끄집어낸 기존 K-드라마의 확장형이라면, '고요의 바다'는 우주 SF에 첫발을 들인 낯선 영역의 진입이다. 한국도 이제 매끈한 우주 SF물을 만들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기술력은 하루 아침에 가질 수 없는 끈기의 결실이고, 우주 SF물의 원형지인 미국도 수십년을 투자해 지금의 수준을 얻어냈다. '고요의 바다'는 새로운 장르에 진입하면서, 기술력의 한계를 모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한국형 서사적 신파로 풀어가면서 기존 우주 배경작들과 궤도를 달리했다.

공유, 사진제공=넷플릭스

"작품에 대한 지금의 화제는 그만큼 애정이 높다는 걸 증명하는 거라서 기분좋았어요. 뜨거운 감자가 됐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SF라는 장르가 붙어버리니까 기존 할리우드에서 접해왔던 기준치들도 있으신 것 같아요. 정확하진 않지만 '인터스텔라'는 준비한 기간만 10~20년 정도 걸렸다고 알고있어요. 사실 그런 영화들과는 비교 자체가 안돼죠. 제가 '고요의 바다'를 찍을 때도 '인터스텔라'를 기대한 건 아니에요. 보실 때 서사적인 부분과 인문학적인 부분으로 접근한다면 충분히 세계관을 감상하시는데 무리가 없으실 거예요. 그냥 기존 평가를 잊으시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작품을 봐주시면 어떨까 소망이 있죠. 보고 난 다음에 본인의 관점과 기준대로 허심탄회하게 판단하심 될 것 같아요."

공유는 '고요의 바다'에 대한 감상평을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충분히 충족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말을 하는 와중에 화면 사이로 비친 그의 얼굴은 확신으로 가득했다. 공유의 자신감과 만족감을 지켜보며, 작품을 향한 이 배우의 진심과 열정을 느꼈다. 그리고 잘생기고 연기만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작품과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가 깊고 맡은 일에 책임까지 다한다는 걸 목도하며 다시 한번 반하게 됐다.

"완성작을 보자마자 애초에 이 작품을 선택했던 이유가 충족이 됐어요. 비주얼적인 부분에 있어서 장르가 장르다 보니 후반 기술적 부분에 대한 저의 기대치에 못미치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그걸 속시원하게 구현해 주셨더라고요. 작품 속 문제의식에 있어서도 뭔가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선과 악의 구도가 아니라 인류끼리 부딪히는 선의 의지들이 사람마다 어떻게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지 볼 수 있어 공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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