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페이스’ 조여정,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에고이스트 [인터뷰]

한수진 ize 기자
2024.11.23 10:00
조여정 / 사진=스튜디오앤뉴, 쏠레어파트너스(유), NEW

'에로티시시즘 영화의 대가' 김대우 감독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배우 조여정이 그의 작품에서 또 한 번 명연기를 보여줬다. 얄밉지만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그의 연기는 영화 ‘히든페이스‘의 극적 재미를 커다랗게 불어넣는다.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이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물이다.

수연은 극초반 약혼자를 골탕 먹이려 일부러 자취를 감췄다가 중반부에 다다라 혼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집 안 밀실에 갇힌 채 등장해 극의 긴장감을 심어준다. 특히 조여정은 밀실에서 약혼자와 아끼던 후배의 숨겨진 민낯을 목도하고 끓어오르는 충격적인 감정 변화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해내며 '명불허전' 연기력을 과시한다.

“재작년에 찍었던 거라 시사회에서 오랜만에 보니까 새롭더라고요. 영화의 속도감이 좋았어요. 세 사람의 관계 안에 들어가는 속도감이 쭉 이어지더라고요. 재밌었어요. 원작을 못 본 상태에서 대본을 받았는데, 원작은 촬영을 마치고 봤어요. 원작과 서사의 차이가 커서 좀 더 인물들의 층이 두꺼워서 좋았어요.”

조여정 / 사진=스튜디오앤뉴, 쏠레어파트너스(유), NEW

극 중에서 수연은 오케스트라 단장의 딸로, 유복한 집안에서 나고 자란 인물이다. 오냐오냐 키워졌던 그는 자기 자신만 아는 에고이스트(이기주의자)로 성장하고, 사람을 대할 때도 통통 튀는 이기심을 드러낸다. 화려한 겉치장의 수연은 밀실에 제 발로 들어갈 때마저 화려한 퍼를 입고 뾰족한 하이힐을 신고 있다.

“극 중 엄마로 나오는 박지영 선배 대사에 ‘외동딸이라 오냐오냐 키워서 그래’라는 말처럼 미주의 성장 과정이나 배경 이런 걸 많이 신경 썼어요. 오냐오냐 자라면 어떻게 행동하고 말을 할지 상상하면서 인물에 접근했죠. 미주는 전혀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에요. 미주가 진짜 주변의 모든 걸 자기한테 맞추려고 해요. 성진에게 뽀뽀를 받고 닦아내더라도 꼭 뽀뽀를 시키는 모습 같은 게 이 인물의 모습을 보여주죠.”

수연이 극 중 성진을 대하는 모습도, 미주에게 하는 말들도 관객이 보기에도 얄미울 만큼 독하다. 조여정은 “내가 봐도 얄밉더라”라며 스스로 보기에 가장 얄미웠던 장면으로 미주와의 통화신을 꼽았다.

“신혼집 수리를 다 해놓고 미주와 통화하는 장면이 있어요. 수연은 자기 할 말만 막 해요. ‘내가 그렇게 됐어’라면서 미주에게 상처 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죠. 그때 모니터를 보면서 실시간으로 연기했는데, 모니터 너머에 미주가 눈물을 줄줄 흘리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사실 수연이는 갇혀도 마땅하다고 생각했죠(웃음). 그 장면이 수연의 에고이스트적인 면모를 가장 잘 보여준 장면이기도 해요.”

조여정 / 사진=스튜디오앤뉴, 쏠레어파트너스(유), NEW

영화 ‘방자전’, ‘인간중독’에 이어 조여정과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김대우 감독은 “조여정은 어떤 신들이나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면서 영화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에 감탄한 적이 많다”라고 강한 신뢰를 드러낸 바 있다. 조여정은 김대우 감독과 ‘히든페이스’를 함께하게 된 것을 “복”이라고 말했다.

“매번 다른 무대를 준비해 주시고 믿고 맡겨준다는 것만큼 배우에게 그만한 복은 없는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나아져야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잖아요. 아직 꺼내보지 않은 면을 염두에 두고 대본을 주시는 건데, 그걸 제가 해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책임감이 있어요. ‘감독님이 어떻게 이걸 나한테 믿고 맡길까’ 하면서도 좋은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조여정은 ‘인간중독’에 이어 송승헌과 이번에도 (예비)부부 등장한다. 하지만 ‘인간중독’ 때 둘은 쇼윈도 부부였고, 예비부부로 나오는 ‘히든페이스’에서도 둘 사이엔 애정이 없다. 특히 송승헌은 극 중에서 늘 조여정을 두고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조여정에게 좋은 자극을 준 든든한 오빠였다고.

“‘인간중독’ 때도 오빠의 눈을 보는 게 참 편했어요. 그때 역할이 남편을 장군으로 만들기 위해 반쯤 미쳐있는데, 오히려 이 여자가 장군같이 느껴졌거든요. 그때 현장에서 오빠가 제복을 입고 있는데 그 모습만으로 설정을 납득시켜 줬어요. 오빠는 늘 좋아요. 오랜만에 만나서 변화한 건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이요. 원래도 열심히 했는데 ‘히든페이스’에서 더 열을 다해서 저에게도 자극이 됐어요. 오빠가 작품 속 관계 설정 때문에 저한테 계속 미안하다고 하는데 평소에 정말 잘해줘서 상관없어요. 다음에 만난다면 정말 친한 사이의 티키타카 할 수 있는 역할이었으면 좋겠어요. 되게 장난꾸러기고 재밌거든요.”

조여정 / 사진=스튜디오앤뉴, 쏠레어파트너스(유), NEW

조여정은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배우 조합상 앙상블상을 거머쥔 것은 물론, 드라마 ‘99억의 여자’, ‘하이클래스’, ‘타로: 일곱 장의 이야기’ 등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을 인정받은 배우다. 그는 ‘히든페이스’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연기로 또 한 번의 인생 캐릭터를 썼다. 하지만 조여정은 아직 배우로서 목이 마르다. 해보지 못한 연기가 더 많다면서 여전히 연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앞으로 안 해봤던 걸 해보고 싶어요. 사실 저 순수 멜로, 코미디, 액션 영화도 안 해봤어요. 사실 안 해본 게 많거든요. 새로운 걸 해보면서 저의 약점도 마주하고 좌절도 하면서 싸우며 성취해 나가고 싶어요. 결과가 무조건 좋을 거라는 확신은 없지만요. 저는 그냥 연기하면서 스스로와 싸우는 게 좋고, 그게 배우로서 의미 있다고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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