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연기에 진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위해, 남미의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연기 열정을 불태웠으니.
배우 이희준이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감독 김성제, 제작 영화사수박)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로 관객들과 만난다. 콜롬비아에서 한인 밀수꾼으로 살아가는 인물로 변신해 관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하 '보고타')은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박병장(권해효)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2월 31일 개봉.
이희준은 '보고타'에서 수영 역을 맡았다. 수영은 보고타의 한인 밀수 시장 2인자이자 통관 브로커다. 보고타 밀수에 없어선 안 될 인물이기도 하다. 교환학생으로 콜롬비아에 와 있는 대학 후배들을 챙기면서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쇼핑몰을 세우려는 야심 찬 꿈을 가졌다. 주인공 국희의 성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기도 하다.
'보고타'에서 이희준은 폼나는 콧수염과 함께 현지인 못지않게 화려한 모습으로 시선을 끈다. 생동감 가득한 연기로 '보고타'의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정열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수영으로 변신한 이희준을 아이즈(IZE)가 만났다.
-2024년 마지막 날, '보고타'가 개봉한다. 개봉을 앞둔 소감이 어떤가.
▶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영화다.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다. 올해 가기 전에 개봉하게 돼 감사하다.
-'보고타'가 최근 언론시사회를 통해 한 차례 공개됐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서 또 한 번 영화를 보니 어땠는가.
▶ 쉬운 스토리가 아니다. 국희의 어린 시절부터, (성장해서) 한인 상인회를 장악하는 이야기다. 쉬운 이야기가 아닌데, 감독님이 연출을 잘한 것 같다.
-'보고타'에 대한 애정이 많은 것 같다. 이번 영화가 관객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으면 하는가.
▶ '이희준의 섹시한 모습이 있다', 그런 면에서 (그간 작품에서는) 보여준 적이 없지 않았나 싶다. 남성스러움도 있고. 그런 걸 표현하려고 애쓰긴 했다. 그런 게 이 역할에 어울릴 거로 생각했다. 이 영화가 어떻게 보면 익숙할 수 있다. 우정과 배신, 성장 드라마다. 하지만 콜롬비아 보고타 한인사회에서 있을 법한 이권 다툼 소재가 신선하지 않을까 싶다. 연말에 관객에게 신선하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극 중 수영의 모습이 다채롭다. 이희준이 생각한 수영의 매력은 무엇인지, 이 역을 맡아 출연하겠다고 한 이유가 궁금하다.
▶ 제가 작품 선정이 워낙 충동적이다. 재미있겠다 싶으면 회사(소속사)에서 반대해도 한다고 하는 편이다. '보고타'에서 속옷 밀수한다는 게 신선했다. '재미있겠는데' 했다. 실제로 보고타에서 한국 동대문 시장에서 가져온 한국 옷이 다른 옷보다 질이 좋다고 하더라. 그래서 성공한 한국 사람도 있었다.
-극 중에서는 비록 밀수였지만, 콜롬비아 현지 촬영을 하면서 이런 사업이면 '성공할 수 있겠다', '해볼 만하겠는데'라고 생각했던 게 있는가.
▶ 현지에 있으면서 그런 상상은 해봤다. 그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제가 도전을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에 없는 한국 음식으로 식당을 해볼까 상상은 해봤다. 하지만 저는 연기가 제일 재미있었다.
-극 중 수영이 국희를 향한 마음이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수영이 국희와 함께하면서도 이용하는 듯한 느낌. 배우가 생각하기에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 두 가지가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필요해서 썼지만 좋아하게 됐다. 나중에 (필요 없으면) 정을 떼면 된다는 마음으로 정리하려고 애를 썼을 것 같다. 그렇게 보인다면, 제가 복잡한 심리를 잘한 거다. 대본에 정보가 많이 없었다. 그런 부분은 배우가 창작해야 할 빈틈이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 좋은 것 같다.
-송중기와 케미가 남달랐다. 어떤 방식으로 연기를 했는가.
▶ 극 중에서 국희(송중기) 좋아졌을 때는 좋은 국희로 많은 상상을 하면서 (연기)했다. 미워지고, 싫어지고, 불편할 때는 그에 대해 불편한 상상을 하면서 했다. 저는 현장에서 상상한다. 예로, '저렇게 하면 진짜 싫은데'라면서. 저는 상상으로 (연기를) 구축해 가는 것 같다.
-'보고타'에서 아쉬운 점은 없었는가.
▶ 국희 아버지 역할로 나온 김종수 선배님의 명연기가 많았다. 외국에서 연기하기가 어려운데, 잘 표현했다. 많은 신이 있었는데, 편집이 됐다. 종수 선배님도 아쉬워하고 있다. 국희의 멜로신도 많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생략(편집)하셨다.
-극 중 인상적인 게 대기업 상사 주재원 출신 수영이 유학생 중, 자신과 같은 대학교 출신을 규합하며 세력을 확장했다. 이런 파벌, 일명 '○○○ 라인'이라고 하는데, 이희준도 현실에서 있는가.
▶ 함께 하는 배우들이 있다.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라는 극단이 있다. 저, 진선규, 김지현 등 여러 배우가 있다. 가난했던 시절부터 극단을 만들어서 20년간 해오고 있다. 올해 20주년이었다. 다들 주인공도 하고,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다. 진선규 형도 잘 됐다. 좋다. 공연하기 전에 제가 운 적도 있다. 우리가 아무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는 게 대단했다. 공연 들어가기 전에 눈물이 나더라. 후배들도 있다. 양경원, 오의식, 차용학 등 제가 아끼는 후배들이다. 영화, 드라마를 할 때 좋은 배우가 있냐고 누가 묻는다면, 항상 추천하는 배우다.
-'보고타'가 1997년 IMF 사태 후를 배경으로 했다. 당시 한국 상황이 참 어려웠다. 그때와 다르지만, 2024년 12월 3일 이후의 한국 상황이 혼란이다. '한국을 떠나야 하나'라고 생각한다는 이들도 있다. '보고타'의 그때 그 시절과 요즘 한국 시국이 교차하게 된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 제 소견은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도 있고, 더 나아져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한국이 정말 살 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점이 정말 많다. '보고타' 촬영 때, 조현철 배우랑 국경 지역 비슷한 곳으로 등산을 갔다. 저와 조현철 배우는 행복한 마음으로 등산했는데, 제 또래보다 어린 또래의 사람들이 국경 지역을 넘어오고 있었다. 생존을 위해 넘어오는 사람들을 봤다. 그게 수백 명이었다. 그걸 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었다. 한국은 감사한 게 많이 있다.
-올해도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정리를 해본다면.
▶ 올 한 해, 제가 오랫동안 연극을 함께 한 친구들과 연극(공연)을 했다. 또 제가 좋아하는 '대학살의 신' 공연(출연)도 하고 있다. 그리고 '보고타'가 올해 개봉하게 됐다. 감사하다. 이 소중함을 잘 만끽하면서 더 욕심내기보다 주어진 것에 잘 배려하고 보듬어주면서 행복한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