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기다린 스크린 데뷔…곽선영, 관객 마음에 ‘침범’ [인터뷰]

한수진 ize 기자
2025.03.12 15:30
곽선영 / 사진=자이언엔터테인먼트

배우 곽선영이 데뷔 20년 만에 첫 스크린 도전에 나섰다. 영화 ‘침범’으로 비로소 영화 필모그래피에 점 하나를 찍게 됐다. 오랜 경력과 탄탄한 연기력 때문인지 이제야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이 놀랍지만, 첫 도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완벽한 열연을 펼쳤다.

‘침범’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딸 소현(기소유)으로 인해 일상이 붕괴하는 영은(곽선영)과 그로부터 20년 뒤 과거의 기억을 잃은 민(권유리)이 해영(이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균열을 그린 심리 파괴 스릴러물이다.

“데뷔 20년 차에 영화를 하게 된 게 정말 신기해요. 10년 전에 공연을 하면서 인터뷰를 한 게 있었는데 그걸 우연히 보게 됐어요. 그때 제가 ‘10년 뒤에는 영화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더라고요. 막연했던 바람이 이뤄진 것 같아서 여전히 신기해요. 영화 시사회 때 부모님이 오셨는데 아버지가 우셨어요. 제가 영화를 찍어서 우신 게 아니라 마지막 장면을 보고 우셨다고 하더라고요. 또 보러 간다고 영화 예매를 따로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이 이야기의 주요 테마는 모성과 인간성이다”라고 전한 이정찬 감독의 말처럼, 극 초반부는 기이한 행동을 하는 딸 소현에 대한 두려움과 엄마로서의 책임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영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갈수록 통제할 수 없는 딸의 행동으로 점차 피폐해지는 영은과,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엄마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딸 소현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서늘하게 담아낸다.

곽선영 / 사진=자이언엔터테인먼트

“인물의 서사가 너무나 힘들지만 이건 극 중 캐릭터일 뿐이잖아요. 카메라 안팎의 경계가 명확한 편이라 어렵지 않았어요. 그저 주어진 것을 잘 해내고 싶었을 따름이었죠. 많은 분이 ‘촬영하면서 힘들었겠다’, ‘아팠겠다’라고 걱정해 주셨는데 저는 출퇴근이 명확해서 카메라 밖에서는 분리가 잘 돼서 힘들지 않았어요. 촬영하면서 그냥 눈앞에 놓인 배역과 상황에 충실해야 한다는 한 가지 목적으로 달렸고, 오히려 다 찍어 놓은 영화를 보면서 이입이 되더라고요. 안타까웠어요. 다만 영은 때문에 아이가 그릇되게 큰 것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우려는 됐어요.”

곽선영은 극에서 딸을 향한 엄마로서 책임감과 두려움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남다른 딸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부터, 기이한 행동을 막지 못하는 절망,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순간까지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고 호소력 있게 표현한다. 특히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물 공포증을 극복하고 수영 강사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며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제가 원래 중학교 때까지 수영을 배웠어요. 그때도 헤엄 정도였지 엄청나게 잘하진 않았죠. 물에 대한 공포도 있었고요. 수영장에 발이 닿지 않으면 무서웠어요. 사실 ‘구경이’라는 작품을 찍을 때도 수중 촬영이 있었는데 당시 정말 힘들었거든요. 이번 촬영 때는 역할이 수영 강사인지라 따로 수영 연습을 하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촬영하는 날 물이 하나도 무섭지 않았어요. 물이 5~6m 정도였는데도요.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깊어서 오히려 무섭지 않았던 것 같아요. 편안하게 촬영했어요. 이 작품으로 하나 얻은 게 깊은 물에서 횡단할 수 있게 된 것도 있죠(웃음).”

극에서 모녀로 호흡한 기소유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극에서 둘은 모녀지만 그 관계가 일반적이지는 않다. 두 모녀에겐 날이 잔뜩 서 있는, 긴장감이 팽배한 숨 막히는 신경전이 있다. 곽선영은 기소유가 어려움이 많았던 역할을 프로페셔널하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며 “좋은 파트너”였다고 연신 칭찬을 늘어놓았다.

곽선영 /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기)소유는 아역이라는 두 글자를 붙이는 게 너무 미안할 정도로 그냥 배우예요. 그냥 연기자이자 좋은 파트너였어요. 어림에도 불구하고 극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았죠. 다행이었던 건 소유도 저처럼 출퇴근이 명확한 친구였어요. 연기하고 나서 컷하면 저랑 인형 놀이하고 놀았어요. 소유는 프로페셔널한 연기자예요. 기소유라는 배우의 미래가 정말 기대가 돼요.”

곽선영은 실제 초등학생 아들 둔 엄마이기도 하다. 그는 “저도 엄마이긴 하지만 영은의 상황은 그 입장이 된 사람이어야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극에서는 날 선 모습만 보여주는 만큼 실제로 어떤 엄마인지 묻자 “저는 좀 웃긴 엄마 같다. 아들이 말하기론 그렇다. 제가 많이 웃긴다고 하더라. 재밌는 엄마가 되고 싶고, 동반자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침범’은 영화 제목처럼 모든 등장인물의 정서적, 공간적 침범이 계속 이뤄지면서 서사를 끌고 간다. 곽선영이 연기한 영은도 마찬가지다. 그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건 평범한 엄마로서의 삶을 침범 당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은 역시 누군가 삶에 침범했다고도 생각한다. 예를 들어 소현에게 괴롬힘당한 아이에게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말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 그것 또한 그 아이의 삶에 침범하는 상황이다. 영은도 침범을 당하지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남의 삶을 침범한다. 그리고 이런 거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침범’은 침범당하는 입장도 있고 침범하는 입장도 있어요.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고, 또 주기도 해요. 등장인물들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격들은 아니지만 한 명쯤은 공감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극장에 오셔서 인물들의 미세한 심리 싸움과 인물들의 치밀함을 직접 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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