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판석 감독이 시청자를 홀리는 '협상의 기술' [드라마 쪼개보기]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5.03.13 09:00

밀도 높은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 탄탄한 대본으로 인생작 예감

사진=JTBC

JTBC의 새 토일드라마 ‘협상의 기술’이 방송 첫 주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기업 인수합병(M&A)이라는 다소 낯선 소재는 시청자에게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안판석 감독의 현실적이고 밀도 높은 연출과 배우 이제훈의 파격적인 백발 변신이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 결과 단 2회 만에 6%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지난 8일 첫 방송을 시작한 ‘협상의 기술’(극본 이동영, 연출 안판석)은 전설적인 협상가로 불리는 대기업 M&A 전문가와 그의 팀이 펼치는 활약상을 그린 작품이다. 안판석 감독은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준 섬세한 연출력을 이번 드라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며, 인간 심리와 전략이 교차하는 치열한 협상의 세계를 흡입력 있게 그려냈다.

사진제공=㈜비에이엔터테인먼트, SLL,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특히 배우 이제훈의 변신은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드라마 ‘시그널’, ‘모범택시’ 등에서 정의로운 캐릭터로 시청자와 만났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백사’라 불리는 냉철한 협상가 윤주노 역을 맡아 백발로 변신했다. 이는 캐릭터의 완벽에 가까운 내면을 외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선택으로, 안판석 감독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고. 이제훈은 백발 분장을 통해 외적인 변화를 꾀했을 뿐만 아니라, 목소리 톤과 걸음걸이까지 세심하게 조절하며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었다.

극 중 윤주노는 단순한 협상가를 넘어 상대의 심리를 꿰뚫고 전략을 구사하는 냉철한 협상의 달인으로 그려진다. 산인건설 매각 협상 과정은 그의 능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송회장(성동일)의 부름을 받고 위기 해결사로 귀국한 그는, 팀을 꾸리는 과정에서조차 상대를 설득하며 전략적 사고를 드러낸다. 이후 산인건설 매각을 결정하고, 목표 금액을 맞추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계약 직전, 가격 조정을 요구하는 상대에게 역제안을 던지며 협상의 주도권을 놓지 않는다. 특히 299억을 깎아주는 대신 ‘묘지 한 곳’을 마련해 달라는 의외의 제안은 숫자가 아닌 마음을 움직이는 협상의 정수를 보여준다. 결국 윤주노가 가진 진짜 기술은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아닌, 판을 설계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그 능력에 있다는 것이 단 2화 만에 드러난 셈이다.

사진제공=㈜비에이엔터테인먼트, SLL,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여기에 윤주노와 함께하는 변호사 오순영(김대명)과 재무 담당 곽민정(안현호), 인턴 최진수(차강윤)로 이루어진 M&A팀이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는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 요소다. 각기 다른 개성과 전문성으로 뭉친 이들은 긴장감 넘치는 협상 과정 중에도 소소한 유머와 따뜻한 순간을 만들어내며 드라마의 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M&A를 다루는 드라마라니, 신문 경제면이 떠오르고 어쩐지 머리가 아파오며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윤주노가 산인건설을 매각하는 과정을 보자면 단순히 큰 금액이 오가고, 그 금액을 두고 줄다리기하는 것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기업의 미래 가치와 상대방의 니즈를 파악해 결국엔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결국 이야기가 벌어지는 판이 비즈니스 세계로 옮겨갔을 뿐, 단순한 숫자 싸움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리전으로 풀어내며 협상이란 곧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이라는 걸 보여준다. 이는 안판석 감독의 이전 작품인 ‘하얀거탑’의 의료정치나 ‘밀회’ 등의 감정선과도 닮아있다. 여기에 치밀한 대사와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협상의 순간들이 몰아치며 자연스럽게 빠져들다 보면 M&A라는 복잡한 개념은 자연스럽게 잊힌 채 드라마에 스며들고 만다. 안판석 감독 특유의 현실감 있는 연출과 맞물려 극대화된 몰입도는 정말이지, 화룡점정이다.

사진제공=㈜비에이엔터테인먼트, SLL,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안판석 감독은 지금껏 작품을 시작할 때 제로베이스에서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고안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의 기술’은 완성된 대본을 보고 선택한 첫 작품이다. 그는 “이야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덥석 잡았다”고 밝혔다. 멜로 작품으로 친숙했던 감독이 선택한 오피스물이기에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첫 주 방송만으로도 그 해답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시청자가 작품을 보고 가짜라고 느낄 여지가 없어야 한다는 드라마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꿋꿋이 지켜냈다. 안 감독은 M&A라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소재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면서도, 협상 과정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심리전과 전략의 묘미를 놓치지 않았다. 스토리는 빠르게 전개되지만, 캐릭터 하나하나의 디테일과 관계성에 공을 들이는 특유의 연출 스타일은 오피스물에서도 빛을 발한다.

현실적인 연출, 몰입도를 높이는 탄탄한 대본,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가 어우러진 이 드라마가 보여줄 협상의 세계는 얼마나 더 흥미로울까. 매주 주말, 시청자는 치밀한 전략과 사람의 온기가 공존하는 ‘협상의 기술’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 테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