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지킨 프로미스나인, 5명이 짊어진 책임 [K-POP 리포트]

한수진 ize 기자
2025.03.27 10:38
프로미스나인 / 사진=어센드

처음엔 아홉 명이 그리고 지난 3년은 여덟 명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러다 2024년 12월 31일,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이하 플레디스)와의 전속계약 종료와 함께 그룹 프로미스나인(fromis_9)은 또 한 번 피할 수 없는 변화를 맞닥뜨렸다. 계약 해지를 기점으로 멤버들은 네 갈래 길을 걸었다. 그중 박지원, 백지헌, 이채영, 이나경, 송하영은 팀으로 함께 움직였고, 리더였던 이새롬을 포함한 노지선, 이서연은 오랜 꿈을 찾아 홀로서기를 택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단순한 해체도, 깔끔한 재편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프로미스나인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팬덤 안팎에서 여러 말을 낳았다. 일부 팬들은 ‘프로미스나인은 8명의 이름’이라며 팀명을 이어가는 데 의문을 제기했고, 또 한편에선 ‘이름을 지키기 위해 남기로 한 다섯 명의 결단이야말로 팀의 본질’이라며 지지를 보냈다. 그리고 이것은 오히려 이 이름이 단순한 명칭이 아닌 감정과 서사가 담긴 상징이라는 걸 다시금 상기하는 순간이었다.

이 지점에서 눈길을 끈 건, 리더였던 이새롬의 목소리였다. 그는 아이즈(IZE)와의 인터뷰에서 “팀으로 활동을 이어가려는 어렵고 고마운 선택을 해준 건 다섯 멤버”라며 프로미스나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양보가 아니었다. 떠난 이들이 남은 이들에게 길을 내어주었다기보다는, 팀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이들의 선택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선언이었다. 더 이상 누가 진짜인지를 따지기보다, 이름의 의미를 끝까지 지키고자 한 이들의 몫을 존중하자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정서적 지지는 곧바로 법적, 현실적 협의로 이어지지 않았다. 플레디스와의 논의 과정에서 팀명 상표권을 두고 난항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채영은 얼마 전 팬 커뮤니티를 통해 “우린 꼭 프로미스나인으로 돌아오겠다. 플로버(프로미스나인 팬덤명)를 플로버라고 부르고 싶다”라고 말하며 “만약 프로미스나인이 아닌 다른 이름이더라도 사랑해 줘야 한다”라는 말로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백지헌 역시 “우리 이름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이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냥 보통의 협상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너무 속상했다”라고 속상한 마음을 내비쳤다.

프로미스나인 / 사진=어센드

그리고 마침내 지난 26일, 다섯 멤버는 새 소속사 어센드를 통해 프로미스나인이라는 이름으로 공식적인 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원년 멤버 전원이 함께하는 완전체는 아니지만, 이름을 되찾기까지의 여정을 통해 그들이 지켜내려 했던 팀의 정신과 방향성은 오히려 더 선명해진 모습이다.

프로미스나인이라는 이름에는 약속의 의미가 녹아있다. 다섯 명의 멤버가 이 이름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결국 그 무게 때문이다. 플레디스 이적 후에도 데뷔 초 밝은 에너지와 성장을 잃지 않으려 했던 그들은, 이름을 유지함으로써 ‘약속의 지키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자 한 것이다.

프로미스나인은 이제 5인조다. 그리고 이제 자신들의 선택과 방향을 분명히 한 채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줄어든 숫자는 팀의 무게를 덜어낸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량이 더 뚜렷하게 드러낼 기회다. 보컬의 중심을 잡아주는 박지원, 퍼포먼스를 책임지는 송하영, 에너지를 이끄는 백지헌, 균형을 잡아주는 이채영과 이나경. 모두가 춤과 노래를 고르게 갖춘 올라운더이자 각자 개성이 뚜렷하다. 더 뚜렷한 색과 밀도로 팀을 재정립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점에서 재도약의 기반은 단단하다.

물론 이들이 넘어야 할 벽도 분명하다. 대중성과의 재연결이다. 오랜 공백과 멤버 구성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팀에 대한 기억을 희미하게 만들었다. 더 이상 이름만으로 주목받는 시대는 끝났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다시 무대 위에서 ‘왜 우리가 프로미스나인인지’를 증명하는 일이다. 다행히 이들은 충분한 무대 경험이 있고, 두터운 팬덤을 유지해 왔기에 어느 정도의 요건은 충족한 상태다. 중요한 건 다시 한번 첫인상처럼 강렬한 무대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프로미스나인이라는 이름은 ‘약속과 의지‘의 상징으로 되살아났다. 이름을 지키기 위해 울고 웃었던 이들의 시간이, 좋은 노래와 멋진 퍼포먼스를 통해 다시금 팬들과 함께 새 약속의 무대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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