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3' 임시완 "배우로서 유일한 장점은 성실함" [인터뷰]

한수진 기자
2025.07.03 09:11
임시완 / 사진=넷플릭스

자신의 아이를 끝내 외면한 남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에서 임시완은 인간의 이기(利己)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준 인물 명기를 연기했다. 명기는 코인 투자 실패로 나락에 빠진 유튜버로, 채무자와 구독자들의 분노를 피해 게임장에 숨어들고 그곳에서 전 연인이자 뱃속에 자신의 아이를 품은 준희(조유리)를 마주친다. 이후 명기는 준희가 죽고 그가 낳은 아이가 게임의 최종 생존자로 남기까지 끊임없이 흔들리다가 끝내 자신의 이익을 택한 인물로 남는다.

끝없이 죄책감과 생존 본능 사이를 부유하는 인물, '오징어 게임'에서 명기가 외면한 것은 타인이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이다. 그리고 그 허무와 몰락을 끝까지 밀어붙인 임시완의 연기는 시즌3 전체의 정서를 짙게 압축하는 비명처럼 남았다.

“시즌1을 팬으로서 정말 재밌게 봤었거든요. 그래서 시즌2, 3에 제가 참여하게 됐다는 게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그냥 극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큰 이벤트였어요. 황동혁 감독님의 글을 보면 항상 단순하지 않잖아요. 사람들의 반응, 구조에 대한 고민, 어떻게 더 꼬아볼 수 있을까 하는 상상력까지 느껴져서 그런 지점에서 대단한 분이라고 느꼈어요.”

임시완 / 사진=넷플릭스

극에서 명기에게 준희는 죄책감과 사랑, 책임이라는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그는 끝까지 준희를 부양하고자 했고, 그 존재가 사라졌을 때 무너진다. 임시완은 그런 명기의 파국을 공감과 불쾌감을 동시에 자아내는 방식으로 설득해 냈다.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에 이해의 여지를 불어넣는 일은 이번 작품에서 그에게 가장 어려운 미션이었다.

“명기는 계속해서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인물이지만 준희를 생각하는 마음은 진심이었다고 생각해요. 준희는 반드시 자신과 같이 살아나가야만 하는 존재였고, 함께 더 많은 돈을 챙겨서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그 진심은 적어도 명기 입장에서는 분명했어요. 그래서 준희가 죽는 순간 명기는 동기를 잃은 셈이에요. 본질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죠. 거기서 무너진 것 같아요.”

기훈(이정재)이 아이를 살리려 희생하는 결말은 명기의 선택을 더욱 뚜렷하게 대비시킨다. 대개 작품 속 아이의 존재는 희생과 보호의 상징으로 기능하지만, 명기는 그것을 외면한다. 이 결말은 시청자에게 충격을 안겼고, 임시완 역시 이를 이해하고 빚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기훈이 아이를 책임지지 않았다면 명기가 아이를 책임졌을지 확신은 없다. 다만 만약에 셋이 살아남았다면 친자 확인은 했을 것 같다(웃음)”고 말했다.

임시완 / 사진=넷플릭스

시즌3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묻자 임시완은 주저 없이 ‘준희를 의심하는 장면’을 꼽았다. 명기의 대사에 대한 괴리감은 컸지만, 그는 오히려 그 낯섦이 명기의 복합적인 내면을 설명하는 핵심이라고 봤다.

“그 장면은 사실 제 안에서 완벽하게 이해되지 않았어요. 준희를 의심해야 한다는 설정이 명기에게 자연스러운 감정일까 싶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화해야 하니까 그걸 어떤 식으로 연기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준희를 지켜준 현주(박성훈)를 죽였을 때 명기도 스스로 그 선택이 옳지 않다는 걸 알았을 거예요. 하지만 스스로를 정당화할 이유가 필요했던 거죠. 그래서 준희를 몰아붙인 거고, 일종의 자기 면죄부였다고 생각해요.”

임시완은 연기자로서 자신의 강점으로 성실함을 꼽았다. 명기는 그에게 불확실성과 감정적 충돌을 끊임없이 일으켰고, 그는 그것에 맞서기 위해 성실하게 황동혁 감독의 숙소 문을 두드렸다. 장면 하나하나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리딩을 요청하고, 감정선을 정리하는 과정을 반복한 그의 태도는 '오징어 게임'의 강렬한 장면들을 완성했다.

“연기자로서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고 한다면 성실함 같아요. 뭔가 답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탐구하고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성향이거든요. 그게 연기할 때도 그대로 드러나요. 사실 명기는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해보고, 고민도 많이 하고도 확신을 못 가졌던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감독님 숙소에 가서 다음날 촬영에 대해 같이 리딩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많아요. 감독님이 나중에 그러시더라고요. 제가 가장 숙소에 많이 들락거린 배우라고요(웃음).”

임시완 / 사진=넷플릭스

임시완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도전을 꼽았다. 명기라는 낯선 영역의 인물을 연기한 것처럼 해본 적 없는 인물일수록 더 큰 끌림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에게 연기란 이미 익숙한 무언가를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낭떠러지 앞에 서보는 과정에 가깝다. 도전이 있을 때 비로소 자기효능감이 작동하고 그것이 곧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했다.

“저는 자기효능감이 작용하는 사람 같아요. 쉽게 도전하기 힘든 것들, 그런 영역을 건드렸을 때 그리고 그것을 성공했을 때 얻는 성취감이 삶의 큰 원동력이 돼요. 그래서 도전이 제 삶의 큰 가치관이에요.”

도전을 즐기는 임시완은 9월에 공개되는 차기작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에서 다시 도전에 나선다. 그는 “생각해 보니 액션 위주로 찍은 작품이 ‘사마귀’가 처음이더라. 열린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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