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젊은피 수혈로 더 화끈하고 때깔 죽이는 킬러 무비

정유미(칼럼니스트) 기자
2025.09.29 13:31
'사마귀', 사진제공=넷플릭스 

지난주 종영한 고현정 주연 드라마 ‘사마귀’가 아니다. 제목만 같은 영화 ‘사마귀’는 2023년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핀오프 영화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길복순’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이 각본에 참여하고, 임시완이 주인공 ‘사마귀’로 출연해 ‘변성현 사단’의 색깔을 다시 한번 확고하게 드러낸다. 킬러 무비로 보자면, ‘존 윅’처럼 세계관을 확장해 독특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사마귀’는 ‘길복순’에서 존재만 언급되었던 두 명의 킬러 독고 할배와 사마귀를 등장시킨다. 킬러업계의 규칙을 만들고 글로벌 회사로 성장한 ‘MK. ent’ 대표 차민규(설경구)의 죽음으로 킬러들의 세계는 들썩이기 시작한다. 전편에서 “휴가 간” 설정이었던 엠케이 에이스 사마귀는 갈 곳이 없어지자 “은퇴한” 독고 할배(조우진)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사마귀가 각별하게 여기는 동기인 신재이(박규영) 역시 엠케이 복귀를 앞두고 있다가 좌절되자 둘은 직접 회사를 차려 일을 맡는다.

'사마귀', 사진제공=넷플릭스

‘길복순’이 직장에 다니는 엄마 콘셉트로 여성 킬러 영화 장르에 신선함을 불어 넣었다면, ‘사마귀’는 젊은이들의 창업 도전기 콘셉트로 킬러 영화 장르에 젊은 감각을 더한다. ‘길복순’에서 길복순을 시기하고 밀어내려 했던 MK.ent 이사 차민희(이솜)가 “사마귀도 곧 돌아오고 훈련생들 잘 키워서 우리도 세대교체 해야지”라는 계획이 ‘사마귀’에서 실현되는 셈이다. 파트너가 된 사마귀와 재이는 후배들과 함께 회사를 꾸려나가지만, 스타트업 회사가 업계에서 자리 잡기란 쉽지 않다. 영화는 동업자에서 라이벌 관계로 바뀌는 사마귀와 재이의 대립, 여기에 독고까지 가세해 구세대와 신세대의 대결을 그린다.

임시완은 올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3’에 이어 시청자들과 만난다. ‘사마귀’ 이한울과 MK 대표 차민규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불한당’의 두 주인공 재호와 현수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 초반에 사마귀와 차민규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불한당 신드롬’을 일으킨 임시완과 설경구의 재회를 작품 속에서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불한당’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킨다. 임시완은 겉으로는 가벼운 척 하지만, 재이에 대한 순정을 품은 사마귀의 성격을 적당한 중량감으로 연기한다.

'사마귀', 사진제공=넷플릭스 

2023년 넷플릭스 시리즈 ‘셀러브리티’부터 ‘오징어 게임’ 시즌 2와 3, 디즈니 플러스 ‘나인퍼즐’까지 OTT에서 연기 재능과 기량을 한껏 펼치고 있는 박규영은 ‘사마귀’에서도 캐릭터 폭을 넓힌다. 야망 있는 킬러임에도 사마귀를 넘어서지 못하는 열등감과 라이벌 의식을 떨치지 못하는 인물을 과하지 않게 표현했다. 사랑과 우정, 경쟁과 갈등이 얽힌 사마귀-재이의 관계성은 ‘길복순’의 차민규-길복순의 관계와 비교해 봐도 재밌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인만큼 ‘사마귀’를 보기 전에 ‘길복순’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이 좋다. 전편의 주연배우 설경구와 전도연이 회상 장면에 나오는 게 아니라 다시 출연해 새로운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세계관을 두텁게 만든다. ‘길복순’에 나왔던 다른 조직 보스(김준배)의 등장도 반갑다. ‘길복순’ 촬영, 조명, 미술, 의상, 음악감독 들이 그대로 참여해 역량을 발휘했다. 오프닝의 대화 장면, 리드미컬한 액션, 감각적인 음악 등 ‘변성현 사단’의 스타일을 작품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사마귀’는 킬러들의 세대교체를 보여주면서 요즘 세대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목적이 뚜렷한 영화다. 젊은 배우들이 주축이 되고, 청년 세대의 고민과 현실을 킬러 세계에 녹여 내고자 했다. 하지만 사마귀 캐릭터의 성격이 도드라지게 매력적이거나 이야기의 신선도가 높은 편은 아니어서 시도만큼 젊은 감각이 월등히 뛰어난 영화라고 볼 수는 없다. 사마귀-재이-독고 세 중심인물의 대립각을 후반부에서 좀 더 개연성 있게 연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든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격돌하는 액션 신과 세 배우의 피 튀기는 연기는 ‘사마귀’에 제대로 물리는 쾌감을 준다.

길복순, 사마귀에 이어 다음 킬러의 등판을 기대할 수 있을까. 영화 ‘사마귀’의 흥행 여부에 달려 있겠으나, ‘라이징 킬러’ 사마귀와 ‘전설의 킬러’ 길복순와 최후 대결하는 다음 이야기를 마음껏 상상해 본다. 이 세계관에서 대결을 신청하는 방법인 ‘피 묻은 칼’을 사마귀가 길복순 누나에게 보내는 장면을 보고 싶다. 이들의 승부야말로 진검승부가 되지 않을까. ‘도마뱀’ 재이와 길복순의 대결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아직은 ‘킬러 업계의 룰’을 지키는 킬러 세계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정유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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