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패니메이션 신드롬을 이끈 일본 소년만화 3대장 '귀주톱'(귀멸의 칼날·주술회전·체인소 맨)의 기세가 올해 국내 극장가에서 유독 뜨거웠다. 하지만 가장 늦게 개봉한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은 기대만큼 흥행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모습이다.
'귀주톱' 중 올해 가장 먼저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지난 18일 563만 2,173명의 누적 관객을 돌파하며 국내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역대 1위로 올라섰다. 올해 국내 전체 박스오피스에서도 2위인 데다가, 1위인 '좀비딸'과의 격차가 5천여 명 수준에 불과해 곧 정상 자리를 탈환할 기세다.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개봉 직후부터 최근까지 일일 박스오피스 2위를 수성하며 318만 5,805명의 누적 관객을 모아 올해 국내 개봉 영화 전체 흥행 6위에 자리했다.
두 작품은 개봉한 지 약 2~3개월이 됐음에도 현재까지 일일 박스오피스 TOP 10 안에서 흔들림 없는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극장가에서 '귀주톱'은 사실상 하나의 브랜드처럼 작동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화력을 터뜨리고,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이 그 흐름을 이어받으며 팬덤뿐 아니라 라이트 관객층까지 흡수했다. 그러나 마지막 주자로 나선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은 같은 브랜드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핵심 이유는 작품 형식 자체가 가진 한계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과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이 새로운 에피소드로 극장판만의 이벤트성을 강화했다면,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은 TV 본편을 재편집한 총집편 형식이라 새롭게 즐길 지점이 적다. 즉 팬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극장판으로 옮겼고, 대중에게는 중간 챕터가 생소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OTT에서 이미 소진된 콘텐츠라는 점이 관객 확장의 발목을 잡았다.
세 작품의 성적을 놓고 보면 격차는 더욱 분명해진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누적 563만 명,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318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 양대 축으로 자리했다. 반면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은 현재 누적 관객이 23만 명에 그치며 앞선 두 작품과 수십 배에 달하는 격차를 보였다.
극장판이라는 형식에 걸맞은 기획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성적은 명확한 한계를 드러낸다.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는 많은 기대 속에 '귀주톱' 흥행 릴레이의 마지막 주자로 나섰지만 신드롬을 완성하기보다 오히려 흐름을 끊어내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이는 현재 국내 관객의 재패니메이션 소비 방식이 훨씬 세분되고 정교해졌음을 방증한다.
단순히 인기 IP라는 이유만으로 관객을 끌어모으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관객들은 이제 작품의 새로운 에피소드·이벤트성·극장형 완성도를 기준으로 더욱 신중하게 선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