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홀린 'K-뷰티', 이제 K-예능의 비밀병기 [IZE 진단]

신윤재(칼럼니스트) 기자
2025.11.20 09:59

'저스트 메이크업' '퍼펙트 글로우' 이어 '보검 매지컬' 방송 예정

'저스트 메이크업',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지난달 말부터 열린 경주 APEC 정상회의. 22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세계적인 회의의 화제는 그들이 쏟아내는 아젠다에도 있었지만, 그들이 개최국인 한국의 문화를 어떻게 즐기는지에도 쏠렸다. 특히 미국 백악관 대변인으로 ‘잘파세대’의 대표로 불리는 캐롤라인 래빗이 보인 한국 ‘미용’에 대한 관심은 큰 이슈가 됐다.

그는 APEC 기간 중 회의가 열렸던 경주의 한 뷰티 편집숍을 찾아 쇼핑에 여념이 없었던 인증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APEC 기간 AI 기술과 연동한 한국의 ‘뷰티기술’의 최첨단을 보인 ‘K뷰티 파빌리온’은 단순한 행사 부스가 아닌 APEC 회의의 필수 답사코스로 여겨질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굳이 이러한 극적인 사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K-뷰티’가 세계에 소리 없이 떨치는 영향력은 아무도 흘려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올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역대 최고 수준인 200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이들의 필수 코스 역시 한국의 ‘뷰티 노하우’가 집결된 각종 뷰티 매장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한국의 뷰티 제품과 도구 그리고 화장법 등이 공유되며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러한 타이밍에 ‘K-뷰티’가 콘텐츠화되지 않는다면 그것보다 부자연스러운 일은 없을 듯하다. 유행에 민감한 OTT나 케이블 채널을 시작으로 ‘K-뷰티’의 지금과 원동력, 그 확산을 노리는 콘텐츠가 늘어났다. 형식 역시 서바이벌이나 메이크오버 그리고 직접 경영에 이르는 ‘장사 예능’의 형태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분화하고 있다.

지난 10월3일 첫 방송 된 쿠팡플레이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저스트 메이크업’은 많은 방송 관계자의 무릎을 치게 했다. 바로 ‘화장’이라 불리는 ‘메이크업’을 놓고도 서바이벌이 가능함을 보여준 사례였기 때문이다. 서바이벌은 약 한 달간의 경연 끝에 프리랜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파리 금손(김민)을 우승자로 배출했다. 2위는 손테일, 3위는 오 돌체비타가 올랐다. 주요 수상자는 프리랜서에 메이크업 브랜드 출신, 메이크업 숍 출신들이 골고루 올라오며 K-뷰티의 저변을 보여줬다.

이 서바이벌은 철저하게 ‘경쟁’과 ‘실력’에 방점을 둔, 다른 서바이벌에 빗댄다면 마치 엠넷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스우파) 같은 기운을 뿜어냈다. 자신의 메이크업 실력에 자부심을 둔 아티스트들의 강한 기운이 ‘데스매치’가 이어지는 막다른 승부와 화학작용을 일으키면서 시종일관 거친 파열음을 냈다. 여기에 이 분위기를 눌러주면서도 부양하는 MC 이효리의 존재, 정샘물·서옥·이사배·이진수 등 심사위원의 캐릭터도 주목받았다.

'퍼펙트 글로우', 사진제공=tvN

‘저스트 메이크업’이 화려한 ‘K-뷰티’의 쇼케이스와도 같았다면, tvN에서 방송 중인 ‘퍼펙트 글로우’는 ‘K-뷰티’가 세계인의 마음속에 젖어 들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설명서와도 같았다. 굳이 비교하자면 과거 ‘렛미인’ 같은 감동 코드를 곁들였다.

지난 8일부터 시작한 프로그램은 라미란, 박민영, 주종혁 등 연예인들과 차홍, 레오제이, 포니 등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미국 패션의 중심지 뉴욕의 맨해튼에서 뷰티숍 ‘단장’을 열고 손님과 교감하는 과정을 다뤘다. 이들은 손님들의 현재 상태와 그들에 가장 잘 맞는 메이크업을 국산 뷰티제품들을 통해 구현한다.

물론 수수한 모습에서 자신이 원하는 화려한 모습으로의 변신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프로그램은 조금 더 깊은 내면에 집중한다. 꾸미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현실에 지쳐 이를 실현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메이크오버를 마치고 나오는 손님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밝고, 가족들의 모습은 놀라움으로 가득 찬다. 이들의 모습이 기쁨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도, 내면을 건드리는 ‘K-뷰티’만의 특징으로 해석할 수 있다.

‘K-뷰티’가 꼭 여성의 메이크오버로 한정되진 않는다. 내년 상반기에는 tvN에서 배우 박보검과 이상이, 곽동연이 출연하는 ‘보검 매직컬’이 방송된다. 실제 이용사 국가 자격증을 보유한 박보검과 그의 절친 이상이, 곽동연이 외딴 시골 마을에 특별한 헤어숍을 연다는 이야기다.

'보검 매지컬', 사진제공=각 소속사

‘저스트 메이크업’이 ‘스우파’, ‘퍼펙트 글루오’가 ‘렛미인’과 같다면 ‘보검 매직컬’은 K-뷰티의 ‘전원일기’와도 같은 작품이다. 물론 헤어나 뷰티에 대한 기술적인 접근, 예술로서의 접근도 있겠지만 프로그램은 전원생활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에 젖어 드는 세 남자의 힐링 체험기에 중점을 맞춘다. 조금 느리지만 더욱 친근하고, 따뜻한 이야기로 구성될 예정이다.

2020년을 지나 글로벌 대중문화의 새로운 기준점이 되고 있는 ‘K-컬쳐’ 그리고 그곳에 기반한 ‘K-콘텐츠’는 초창기 ‘K-팝’을 지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더욱 확산한 ‘K-드라마’ 그리고 지금은 ‘K-뷰티’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인 특유의 효율과 섬세함을 중심으로 한 기술적 특성에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심미성도 갖춘 ‘K-뷰티’가 콘텐츠가 되는 것은 사실 시간문제였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OTT와 TV 플랫폼을 두드리는 ‘K-뷰티’는 앞으로 더욱 많은 콘텐츠를 통해 선보일 전망이다. 단순히 과거 기술적인 측면을 강조하거나, 변신에 중점을 뒀던 스타일과 다르게 좀 더 세계인이 주목할 만한 기술과 제품을 소개하고 그에 못지않게 사람의 내면을 사로잡는 요소를 탐구할 때 이 콘텐츠의 유행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별생각 없이 일상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줬던 화장품, 마스크팩, 피부숍에서의 시술들이 이제는 글로벌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발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K-뷰티’ 콘텐츠는 ‘K-컬쳐’의 한 요소(뷰티)와 다른 요소(콘텐츠)가 결합하는 가장 극적인 진화를 보여줄 예정이다.

신윤재(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