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가요계는 인기 아이돌의 솔로 앨범이 유난히 많았던 해였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를 비롯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아이돌들이 저마다 이름을 내건 음악을 다채롭게 펼쳐냈다. 이들 솔로 앨범은 하나의 방향으로 묶이지 않았다. 누군가는 퍼포먼스를 중심에 뒀고, 누군가는 보컬과 밴드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웠으며, 또 다른 이는 서사와 콘셉트에 집중했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이 결과물들이 팀 활동과 분리된 외전처럼 소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솔로에서 다듬은 음악색과 감각은 그룹의 외연을 강화하는 힘이 됐고, 팀과 개개인의 다음 단계를 함께 비추는 역할을 했다. 올해 가요계를 사로잡은 솔로 앨범을 통해 아이돌들이 각자의 이름으로 남긴 결과물을 짚어본다.
방탄소년단(진, 제이홉)
방탄소년단의 맏형 진은 멤버 중 가장 먼저 군 복무를 마치고 솔로 활동에 돌입했다. 진은 전역한 후 예능을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넓혔고, 특유의 쾌활한 성격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그의 진가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지점은 역시 음악이었다.
진이 지난 5월 꺼내놓은 미니 2집 'Echo'(에코)는 제목처럼 울림과 잔향이 깊은 앨범이었다. 밴드 사운드를 중심으로 트랙을 구성해 기교보다 노래 자체의 감정과 전달력에 집중한 결과물이다. 타이틀곡 'Don’t Say You Love Me'(돈트 세이 유 러브 미)를 포함한 수록곡 전반은 사랑과 일상, 선택의 순간을 담백하게 다뤘고, 절제된 편곡은 진의 맑고 선명한 음색을 전면에 배치했다. 과잉된 감정 표현 대신 정돈된 멜로디 위에서 보컬의 결을 차분히 쌓아 올렸다.
진에 이어 전역한 제이홉은 싱글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적극적인 음악 행보를 펼쳤다. 제이홉은 'Sweet Dreams'(스위트 드림스)를 시작으로 'MONA LISA'(모나 리자), 'Killin' It Girl (feat. GloRilla)'(킬린 잇 걸)까지 연속으로 노래를 발표했다. 곡마다 무드와 사운드의 밀도를 달리하며 감정 흐름을 단계적으로 쌓아 올렸고, 설렘과 관조에서 출발해 욕망과 자신감으로 확장하는 서사로 싱글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퍼포먼스와 랩, 보컬 모두에서 탁월함을 드러내며 아낌없는 음악 역량을 보여줬다.
블랙핑크(제니, 지수, 리사)
2025년은 블랙핑크의 솔로 활약이 유달리 돋보인 해였다. 지난해 12월 솔로 정규 1집을 낸 로제가 빌보드 등 해외 차트에서 꾸준히 강세를 보인 데 이어, 올해 솔로 앨범을 내놓은 제니·지수·리사 역시 각자의 음악으로 확실한 성과를 남겼다. 특히 네 멤버 전원이 올해 솔로 활동으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이름을 올려 솔로로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제니가 지난 3월 발매한 정규 1집 'Ruby'(루비)는 솔로 아티스트로서 정체성을 또렷하게 보여준 앨범이었다. 팝스타에 가까운 파격과 과감한 사운드 선택으로 그룹 블랙핑크와 결이 다름을 분명히 했다. 이 앨범에서 제니는 그간 축적해온 재능과 감각,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시선에 대한 자의식을 응축해 담아냈다. 타이틀곡 'like JENNIE'(라이크 제니)를 비롯해 앨범 전반에서 강렬하고 팝스러운 무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보다 글로벌 음악 시장의 흐름에 발맞춘 변화를 택했다.
지수가 지난 2월 발표한 솔로 2집 'AMORTAGE'(아모르타주)는 전작 '꽃'에서 보여준 무드를 확장한 결과물이었다. 사랑의 시작과 몰입, 이별과 해방까지를 네 곡으로 압축하며 감정의 흐름을 차분히 정리했다. 이 앨범에서 지수는 과잉된 표현보다는 안정적인 음색과 담백한 전달력을 앞세웠다. 타이틀곡 'earthquake'(어스퀘이크)를 비롯해 영어곡과 한국어곡을 병치해 글로벌 시장을 의식하면서도, 그룹에서 지수가 맡아온 정서적 균형을 솔로에서도 일관되게 이어갔다.
지수와 같은달 리사가 꺼내놓은 정규 1집 'Alter Ego'(얼터 에고)는 퍼포먼스와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다섯 개의 얼터 에고(또 다른 자아)를 설정해 곡마다 다른 캐릭터와 무드를 펼치며 무대 장악력을 극대화했다. 이 앨범에서 리사는 힙합, 팝, 댄스 사운드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냈다. 제니와 마찬가지로 팝스타에 가까운 파격과 직선적인 사운드 선택을 통해 K팝 아이돌 솔로 범주를 한층 확장했다.
NCT(마크, 도영)
NCT에서는 마크와 도영이 각기 다른 색의 솔로 앨범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두 사람 모두 그룹 활동에서 랩과 보컬로 핵심 축을 맡아왔지만, 솔로에서는 팀색과 거리를 둔 선택으로 각자의 음악적 색취를 분명히 했다.
마크가 지난 4월 발매한 솔로 정규 1집 'The Firstfruit'(더 퍼스트프루트)는 자전적 서사의 기록이다. 타이틀곡 '1999'를 중심으로 토론토, 뉴욕, 밴쿠버, 서울 등 자신의 삶을 구성해 온 도시의 기억을 따라가며 랩과 보컬을 오갔다. 화려한 퍼포먼스보다 서사와 정서에 집중한 구성은 그간 여러 유닛을 오가며 파워에 집중했던 마크의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지난 6월에는 도영이 솔로 2집 'Soar'(소어)를 발매하며 솔로로서 방향을 명확히 했다. 학창 시절부터 밴드부를 했을 정도로 록 음악을 애정했던 도영은 이 앨범을 통해 그 취향과 지향을 전면에 드러냈다. 김윤아, 윤도현, 김종완 등 한국 록을 상징하는 뮤지션들이 참여하며 앨범의 결은 더욱 또렷해졌다. 록 사운드를 중심에 둔 'Soar'는 타이틀곡 '안녕, 우주(Memory)'를 비롯해 과도한 감정 기복보다는 일정한 에너지 밀도를 유지하며 추진력 있게 전개됐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연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연준은 솔로 데뷔를 통해 퍼포먼스를 전제로 한 자기표현을 분명히 했다. 그룹 내에서도 강한 캐릭터를 구축해 온 그는 솔로에서 그 강점을 더욱 밀도 있게 압축했다.
연준이 지난 7월 발매한 첫 솔로 미니앨범 'NO LABELS: PART 01'(노 레이블스: 파트 1)은 제목 그대로 규정과 수식어를 걷어낸 선언이었다. 타이틀곡 'Talk to You'(토크 투 유)를 비롯해 전곡에 퍼포먼스를 전제한 사운드를 배치하며, 하드 록부터 힙합, 팝까지 다양한 장르를 가로질렀다. 대중적 안전지대보다 개성과 에너지를 우선한 선택은 연준의 무기를 또렷하게 부각시켰고, 솔로에서 다듬어진 이 캐릭터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팀 서사를 한층 선명하게 확장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