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계속 나이가 들어갈 텐데, 10년간은 살아갈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흑백요리사2'는 최강록으로 시작해 최강록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도전이라는 쉽지 않은 선택 끝에 우승이라는 결과를 차지하고 그 과정에서 진한 감동을 선사한 최강록이 못다 한 이야기를 전했다.
'흑백요리사2'는 오직 맛으로 계급을 뒤집으려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과 이를 지키려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이 펼치는 불꽃 튀는 요리 계급 전쟁을 그린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작품이 모두 공개된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우승자 최강록 인터뷰가 진행됐다. "10년 정도 살아갈 원동력이 된 것 같다"는 최강록은 요리와 프로그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가장 먼저 화두에 오른 건 최강록이 결승전에서 보여준 요리였다. '나를 위한 요리'미션에서 최강록은 '깨두부를 넣은 국물 요리, 근데 제 맘대로 만든'을 선보였다.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찾아보니 (이렇게) 정리된 것 같아요. 보통 '스탭밀'이라고 하죠. 메뉴로는 낼 수 없고 직원들이 해 먹는 음식인데, 이게 결승에 어울리는 음식일까 싶기도 했지만, 미션이 정해졌으니 그렇게 나온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깨두부를 만드는 데 초반부를 대부분 할애했다. 최강록은 그토록 신경 쓴 깨두부가 어떤 의미인지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각각의 음식은 요리사에게 의미가 있어요. 저에게 깨두부의 의미는 게을러지지 말자는 거예요. 나이들면 아프고 힘드니까 잘 안 하게 되거든요. 가끔 자기 점검 차원에서 '예전에는 잘 만들었는데' 하면서 만드는 음식이 있는데 저에게는 그게 깨두부인거죠. 깨두부가 저에게 줬던 의미를 생각하면서 심사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만들었어요."
이어 요리를 선보이고 심사위원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척하는 삶을 살았다'는 자기 고백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줬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를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 프로그램을 통해 조리하는 요리사라는 가면을 알게 모르게 쓴 것 같아요. 이번 미션이 '나를 위한 요리'가 아니었다면 자기 고백을 못 했을 것 같아요. 마침, 나를 위한 요리가 미션이라 이렇게 하게 됐어요."
결승전에서 조림에 대한 솔직한 자기 고백을 털어놨지만, 오랜 시간 천천히 끌혀 간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조림이라는 조리법은 인간 최강록의 매력과도 맞닿아 있다.
"요리가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있어 보이는 척하려고 '시간과 귀찮음이 만들어내는 예술'이라고 하거든요. 첫 번째는 아니겠지만, 조림이 여기에 걸맞은 조리법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중식을 다이나믹하게 하는 뒷모습을 부러워하는 편이에요. 일식은 물의 요리, 중식은 불의 요리라고 하는데, 불의 요리를 하고 싶어 하는 속마음은 있어요."
사실 최강록은 지난 시즌에도 출연해 '나야, 들기름'을 비롯한 다양한 유행어를 만들었다. 다만, 팀전에서 탈락하며 많은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나타냈고, 결국 재도전이라는 선택을 내렸다.
"제 주변에서 너무 나가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은데, 한 번 나왔던 사람이 다시 나온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어요.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많이 간 다음에 집에 가고 싶었어요."
1·2라운드를 거쳐 자신이 탈락했던 팀전에 다시 오게 된 최강록은 유독 적극적인 모습으로 팀원들을 응원했다.
"일단 첫 번째 미션에서 떨어지면 안된다가 첫 목표였고, 팀전은 이기고 가고 싶었어요. 나름의 결승전은 팀전이었어요. 그래서 팀전에서 요리를 안 하더라도 유기적으로 연결된 순간이 짜릿하면서도 힘들었어요. 방송에 나오지는 않았는데, 팀전 첫라운드를 하다가 '선재 스님이 안보여요'라면서 찾은 적이 있었어요. 정신이 없다보니 1층에서 같이 요리하는 줄 알았던 거죠."
그렇다며 최강록에게 요리는 어떤 의미일까. 최강록은 "저는 거꾸로 가게 된 케이스"라며 자신에게 요리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저는 요리를 장사의 수단으로 선택했어요. 그런데 음식을 접하다 보니 '이걸 더 배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필요성을 깨달았어요. 삼십이 다 되는 나이에 유학을 가는 건 저희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콤플렉스를 계속 가져가면 안될 것 같았어요. 지금은 매순간순간, 맛있게 드시고 진짜 잘 먹었다는 소리를 들을 때 행복해요."
최강록은 '마스터 셰프 코리아'에 이어 '흑백요리사'까지 두 서바이벌에 출연해 우승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젠 멈출 법도 하지만, 다시 한번 서바이벌에 출연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시즌1에서 여경래 셰프님을 보면서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저런 대선배님도 열심히 임하는데 나 따위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번에는 후덕죽 셰프님을 보면서 느꼈어요. 10년, 20년이 지나고 현업에 있을 때 제안이 들어오면 나도 이런 존재로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봤어요."
다만, 요리사 최강록의 요리는 당분간 만나보기 힘들 전망이다. 앞서 운영하던 식당 네오는 이미 문을 닫았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식당을 열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출연 중이던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도 출연한 지 오래됐다.
"식당 문을 닫은 이유는 기간이 다 돼서 그런거고 별다른 이유는 없어요. 흑백요리사 1편이 잘돼서 기대감을 갖고 오시는 손님들이 늘어났는데 맞춰서 자연스럽게 닫았어요. 또 '냉장고를 부탁해'는 굉장한 수련장이에요. 패배를 경험할 수 있고, 15분이라는 압박 속에서 생각하는 것들을 통해 강해질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