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경의 ‘최선의 최선’이 도착한 자리, ‘언더커버 미쓰홍’

조이음(칼럼니스트) 기자
2026.02.04 10:32
tvN 금토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에서 하윤경은 한민증권 사장 전담 비서 고복희 역을 맡아 생존을 위한 이중적 태도를 연기한다. 1997년 여의도 증권가를 배경으로 횡령 의혹을 받은 고복희는 상사 앞에서는 완벽한 비서, 동료들 앞에서는 냉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인물로, 하윤경은 계산된 친절과 경계심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한다.
'언더커버 미쓰홍', 사진제공=tvN

“최선의 최선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상큼하고 시원한 미소로 두 주먹을 쥐어 올리며 각오를 말하는 여자. 하지만 상대의 반응을 재빨리 훑는 눈빛에는 욕망과 불안이 동시에 담겨 있다. 한민증권 전임 사장의 비서였던 그는 새 사장 취임과 함께 자리에서 밀려날 위기에 놓였었다. 후임으로 지목된 동생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인 끝에 신임 사장으로부터 “계속 함께 하자”는 말을 끌어낸다. 1997년을 배경으로 한 장면이지만, 조직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이 직장인의 얼굴은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 속 고복희, 그리고 그를 연기하는 배우 하윤경이다.

tvN 금토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극본 문현경, 연출 박선호, 이하 ‘미쓰홍’)에서 하윤경은 한민증권 사장 전담 비서 고복희를 연기한다. 고복희가 반복적으로 내뱉는 “최선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말은 캐릭터의 생존 선언이자, 이 역할에 도달하기까지 배우 하윤경이 쌓아온 태도와 시간까지 환기시키는 문장처럼 들린다.

'언더커버 미쓰홍', 사진제공=tvN

하윤경은 줄곧 ‘잘하는 배우’로 인식돼 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020)의 신경외과 레지던트 허선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의 변호사 최수연까지. 그는 과하지 않은 연기로 인물의 결을 정확히 짚어내며 작품 속에 안정적으로 스며들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답게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 맡은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였다. 그런 점에서 ‘미쓰홍’의 고복희는 그간의 익숙한 이미지에서 분명히 벗어난 선택이다.

1997년 여의도 증권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고복희는 무채색 공간을 땡땡이 원피스로 가로지르는 존재다. 계산적이고 발칙하지만, 쉽게 미워할 수는 없는 인물. 상사 앞에서는 완벽한 비서의 얼굴을, 동료들 앞에서는 냉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이중적인 태도는 고복희가 살아남기 위해 체득한 생존 방식이다. 하윤경은 이 인물의 계산된 친절과 경계심을 말투와 말의 속도, 시선의 방향, 감정의 여백으로 표현한다. 새침한 어조와 빠른 판단,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불안까지 느껴지는 그의 연기는 고복희를 단순한 레트로 캐릭터를 넘어 시대를 초월한 인물로 숨을 불어넣는다.

'언더커버 미쓰홍', 사진제공=tvN

극 초반 암시되는 고복희의 과거는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한다. 상처투성이 얼굴로 버스터미널에 홀로 앉아 있던 장면, 과거 직장에서 횡령 의혹을 받았다는 설정은 현재의 행동을 설명하는 핵심 장치다. “여기서도 깔끔하게 해 먹고 떠야지”라는 대사는 이 인물이 얼마나 치열하게 삶을 계산해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하윤경의 전작들과의 대비는 더욱 선명해진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최수연이 안정된 시스템 안에서 정의감과 열등감 사이를 오갔던 인물이라면, 고복희는 출발선부터 불안정하다. 언제든 밀려날 수 있는 자리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존재. 하윤경은 이 차이를 명확히 인식한 연기로 두 캐릭터를 분리해낸다. 같은 이중성이라도, 하나는 감정의 갈등이고 다른 하나는 생존의 전략임을 말이다.

특히 위장 취업한 홍금보(박신혜)와의 관계는 고복희의 변화를 드러내는 핵심 축이다. 서울시 미혼여성근로자 기숙사 301호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동거는 서로를 향한 의심과 이용에서 동료애로 점차 발전한다. 모두를 경계하던 고복희는 자신의 자리 보존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홍금보에게 의심을 눈초리를 숨기지 않지만, 결국 제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자 조심스럽게 “고맙다”고 말한다. 이 순간 하윤경은 짧은 망설임과 낮아진 목소리, 절제된 연기로 인물의 변화를 세심하게 전달한다.

사진제공=tvN

고복희는 비자금 미스터리와 기숙사 워먼스가 중심이 되는 ‘미쓰홍’의 서사를 떠받치는 인물이다. 주인공의 활약에 조력하는 단순한 인물이 아닌 서사의 균형추 역할이기도 하다. 하윤경은 이 복잡한 위치의 캐릭터를 분명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미지 변신을 넘어 배우로서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확장됐음을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최선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복희가 불안을 숨기고 자신을 어필할 때마다 반복하던 이 말은 결국 고복희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문장이 된다. 동시에 지금의 하윤경이 도착한 지점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고복희는 그 도약의 현재형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하윤경이라는 배우의 다음을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만든다.

조이음(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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