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스데이' 예고편에 프로페서X와 매그니토가 등장한 의미 [IZE 진단]

영림(칼럼니스트) 기자
2026.02.04 11:05

MCU 캐릭터 라인업에 '엑스맨' 편입은 추가가 아닌 '근본'으로 회귀

MCU가 엑스맨을 공식 편입하는 것은 단순한 추가가 아닌 마블의 가장 강력한 근본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진정한 통합으로, 이는 MCU의 현실성 회복과 가장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히어로물 회귀의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사진='어벤져스: 둠스데이' 티저 예고편 영상 캡처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그때는 몰랐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아이언맨(토니 스타크)이 숭고하게 희생하고, 캡틴 아메리카(스티브 로저스)가 "어벤져스, 어셈블!"을 외치던 그 순간만 해도 말이다. 앞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황금기가 펼쳐질 거라 믿었다. 이게 죽기 직전 마지막 불꽃, 회광반조(回光返照)였을 줄 누가 알았겠나.

그래도 MCU는 포기하지 않았다. 팬들과 평단의 날선 비판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나 아직 살아있어!"를 외치듯 나름 준수한 작품들을 가뭄에 콩 나듯 뽑아내며 버티기에 나섰다. 그러는 사이 서서히 몸집을 불리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수순을 밟았다. 마블의 기대작 '어벤져스: 둠스데이'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닥터 둠으로 깜짝 캐스팅한 것도, 엑스맨(X-Men)의 MCU 공식 편입을 준비한 것도 다 이 '재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울버린이 마블을 먹여 살렸다고?

국내 팬들에게 마블의 간판은 당연히 어벤져스다. 하지만 원작 코믹스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마블을 실질적으로 지탱해 온 기둥은 바로 엑스맨이었다. 특히 1980~90년대 크리스 클레어몬트가 집필한 엑스맨 시리즈는 마블의 전성기 그 자체였다. 파산 위기에 몰렸던 당시 마블 코믹스를 구한 건 '아이언맨'이 아니라 '울버린과 엑스맨'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영화 '데드맨과 울버린' 스틸,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런 위상 때문에 MCU가 한창 잘나갈 때도 엑스맨의 부재는 팬들에게 늘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코믹스 역사상 최대 이벤트이자 팬들의 숙원 사업인 '어벤져스 vs. 엑스맨' 같은 꿈의 대결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여전히 팬들 사이의 가장 뜨거운 화두다. 지난 10여 년간 판권 문제로 따로 놀았던 엑스맨의 합류는 단순한 '추가'가 아니다. 마블의 가장 강력한 ‘근본’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진정한 통합'이다.

그래도 왜 지금 엑스맨인가?

문제는 이미 포화 상태인 MCU 캐릭터 라인업에 굳이 엑스맨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다. 그 해답은 바로 '리얼리티', 현실성의 회복에 있다.

우리가 MCU 초창기를 추억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뭘까? 토니 스타크가 동굴에서 망치질하며 초기 수트를 만들던 소리, 수트의 각 파트가 '찰칵찰칵' 장착될 때의 묵직한 기계음이다. 금속이 맞물리는 그 소리는 '아이언맨'의 허구성을 반으로 줄여버렸다. 관객에게 '현실에서도 언젠가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리얼리티를 선사한 것이다.

MCU가 엑스맨을 통해 되찾으려는 것도 바로 이 현실성이다. 엑스맨은 뮤턴트(돌연변이)라는 비현실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겪는 차별과 고통을 줄곧 조명해 왔다. 화려한 CG로 범벅된 우주 전쟁보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이들의 고뇌가 멀티버스에 녹아버린 관객의 공감 세포를 되살릴 것이다.

‘엑스맨’을 카메오로 소모해선 안되는 이유

이에 MCU는 최근 '엑스맨 유니버스'의 원조 멤버들을 서서히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휴 잭맨의 울버린은 물론, 켈시 그래머의 비스트(행크 맥코이)까지 MCU에 모습을 드러내며 팬들에게 전율을 선사했다.

여기에 패트릭 스튜어트의 프로페서 X, 이안 맥켈런의 매그니토, 그리고 할리 베리의 스톰 같은 상징적 인물들의 복귀도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는 그 자체로 MCU의 '기강'을 새로 잡는 작업이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하지만 여기서 경계해야 할 게 있다. 이들을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처럼 주인공 빛내주려고 잠깐 등장시키는 '일회성 소모품'으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20여 년간 쌓아온 캐릭터의 역사와 무게감을 인정하는 진정한 예우가 뒷받침될 때, 관객들은 비로소 다시 MCU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낼 것이다.

그동안 MCU는 멀티버스의 저주, 정치적 올바름의 저주, 파워 인플레의 저주 등 삼중고에 시달렸다. 엑스맨 시리즈의 MCU 합류가 이 저주를 단번에 풀어주는 만능 열쇠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MCU가 가장 잘했던 것, '가장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히어로물'로 회귀하는 분기점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

영림(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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