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카더가든이 멜론에서 1위를 했다. 2013년 데뷔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자신조차 현 상황에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다"고 말할 정도로 얼떨떨해 했다.
1위에 오른 곡은 그가 2021년 1월 발매한 EP '부재'의 수록곡 '그대 작은 나의 세상이 되어'다. 이 곡이 역주행하게 된 계기는 티빙 연애 리얼리티 '환승연애4'에 삽입되면서부터다. 프로그램 방영 당시 시청자들 사이에서 곡이 회자되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됐고, 방송 종료 약 열흘 만에 멜론 TOP100에 진입했다. 이후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1위에 오른 뒤 현재까지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이번 역주행의 출발점은 '환승연애4'의 원규·지현 커플의 서사와 맞물린 노출 효과였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장기간 1위 자리를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감정선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관계의 상실과 여운을 섬세하게 담아낸 곡 구조, 반복 청취에 적합한 멜로디와 가사 밀도 등이 청자들의 공감을 지속적으로 끌어낸 것이 오랜 기간 이 곡을 1위에 머무르게 한 가장 큰 요인이다.
여기에 더해 고려해야 할 요소는 곡이 아닌 사람, 즉 카더가든이라는 존재 자체다. 그는 현재 뮤지션이라는 정체성에 더해 예능과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폭넓게 보여주고 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온라인 콘텐츠에서 드러난 솔직하고 거침없는 화법, 인터넷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는 '예능인 카더가든'이라는 또 다른 이미지를 형성했다.
특히 쿠팡플레이 예능 '직장인들' 시리즈에서 보여준 활약은 예능인으로서 포텐셜을 잘 보여줬다. 그는 신동엽, 김원훈, 이수지 등 기존 코미디언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가수 출신이라는 배경이 무색할 정도의 자연스러운 콩트 감각을 드러냈다.
이는 카더가든 고유의 캐릭터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유쾌하고 친근한 동네 형'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며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호감을 축적해왔다. 이는 그의 음악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이른바 '카더가든 라이브 망함' 영상이 확산되며 가창력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그는 소셜 미디어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직접 사과하며 "수치스럽고 창피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 대응은 논란을 빠르게 잠재웠을 뿐 아니라 솔직한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카더가든은 예능과 음악, 두 영역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호환하도록 했다. 예능으로 쌓은 호감과 친밀감은 그의 음악의 진입 장벽을 낮췄고, 뮤지션으로서의 진정성과 완성도는 다시 인물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
카더가든만이 이 같은 흐름을 탄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연예인 역시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유튜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미지를 관리한다. 다만 카더가든은 여기에 한 단계가 더해진다. 그는 콘텐츠의 계기뿐 아니라 그 계기를 지속적인 소비로 전환시킬 수 있는 개인 채널과 캐릭터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카더가든의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약 16만 명, 예능 채널 '카더정원'은 123만 명에 달한다. 특히 '카더정원'의 경우 국내 이용자 비중이 높다.
카더가든의 1위는 좋은 음악, 예능을 통해 쌓은 호감 이미지, 그리고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를 통한 확산이 함께 맞물린 결과다. 각각만 놓고 보면 가요계에서 이미 흔히 활용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카더가든은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효과적으로 연결하며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특별함을 보인다. 카더가든은 지금,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서 가수가 어떻게 자신의 영향력을 넓혀갈 수 있는지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