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혼란의 미국을 둘로 쪼갠 문제작 '멜라니아' [할리우드 리포트]

이덕행 기자
2026.02.10 10:05

영부인의 20일 담은 다큐..."브랜딩 캠페인"VS"우아하고 스타일리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를 다룬 다큐멘터리 '멜라니아'가 개봉 후 평론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은 반면, 관객들로부터는 높은 평점을 받아 정치적 양극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멜라니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멜라니아(Melania)'가 개봉 직후 할리우드를 넘어 미국 사회에 전례 없는 기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평론가들이 대동단결한 역사적인 혹평과 지지층의 맹목적인 호평이 충돌하며, 정치적 진영 싸움의 장(場)이 되었다

지난 1월 30일 개봉한 브렛 래트너 감독의 영화 '멜라니아'는 트럼프의 두 번째 대통령 취임식을 준비하는 20일간의 여정을 담았다. '멜라니아'가 공개된 이후 해외 언론은 혹평을 쏟아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영혼 없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의 리메이크작이자, 금으로 도금된 쓰레기(gilded trash)"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영화가 멜라니아의 화려한 의상과 백악관의 장식에만 집착할 뿐, 정작 인물의 내면이나 정치적 맥락은 완전히 거세되었다고 지적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역시 "2시간짜리 북한식 선전물 같다"고 비판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1시간 44분짜리 평판 관리이자 브랜딩 캠페인"이라고 꼬집었으며, 인디펜던트는 '순수한 공허함'이라는 표현을 쓰며 영화의 빈약한 서사를 비판했다.

/사진=로튼토마토, IMDB

관객 평점 사이트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월 9일 기준, 미국의 대표적인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 평론가 지수(신선도)는 10%를 기록 중이다. 한때 6%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반면, 실관람객 지수(팝콘 지수)는 만점에 가까운 99%를 기록했다. 관람자들은 "멋진 영상이다" "우아하고 스타일리시했다" "그렇게 정치적이지도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는 사이트 역사상 평론가와 관객 간의 괴리가 가장 큰 사례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이렇게 로튼토마토 지수가 높자 일각에서는 트럼프 지지층에 의한 평점 몰아주기 혹은 봇을 이용한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멀은 "'멜라니아' 관객 점수는 '대부보다' 1%P 높다. 트럼프가 이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을 거라 확신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로튼 토마토의 모회사 버산트는 "관객 평점은 티켓 구매가 확인된 사용자들의 리뷰로 구성되어 있으며, 조작의 증거는 없다"고 공식 해명했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반면, 다른 영화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인 IMDb에서는 10점 만점에 1.3점이라는 최하위권 점수를 기록하고 있어 플랫폼별로 극단적인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수익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미국과 캐나다 1,778개 극장에서 개봉한 '멜라니아'는 첫 주 약 100억원 가량의 수입을 기록했다. 이는 10년 만에 음악 다큐멘터리가 아닌 논픽션 영화 중에서는 최고의 오프닝 성적으로 알려졌다. 포스트트랙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봉 첫 주 관객 비율은 45세 이상이 83%, 백인이 75%, 여성 관객이 72%로 이들이 흥행을 이끌었다.

다만, 둘째 주에는 북미 지역 상영 극장을 300곳 늘렸지만, 티켓 판매 수입은 약 35억원에 그쳤다. 특히 배급사 아마존MGM이 판권 구매와 마케팅을 위해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극장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에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두고 아마존 전 임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환심을 사기 위한 시도 혹은 노골적인 뇌물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멜라니아'를 향한 관심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비커밍'의 역주행을 이끌기도 했다. ‘멜라니아’ 극장 개봉 첫주인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넷플릭스에서 ‘비커밍’의 총 시청시간은 4750만 분, 스트리밍 조회 수 48만 회로 집계됐다. 전주 주말 대비 1만3300%나 급증했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는 '멜라니아'가 과연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현재 미국에서 고조되는 사회적 갈등을 부채질할지 그 사회적 여파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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