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벌면 세금이 50억" 이래서 1인 기획사를?...'200억 추징' 쟁점은

"100억 벌면 세금이 50억" 이래서 1인 기획사를?...'200억 추징' 쟁점은

세종=오세중, 이태성, 정경훈, 민동훈 기자
2026.02.17 08:30

[기획] 1인 기획사, K-컬처 '성장 엔진'인가 '탈세 창구'인가 (下)

부모 식당이 기획사? 진짜 문제는…'200억 추징' 배우, 탈세로 본 이유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최근 배우 A씨의 200억원 세금 추징 여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국내 연예인의 개인 세금 추징액 중 최대 규모다. 지난해엔 몇몇 배우들이 수십억원을 추징당했다. 이번 논란까지 생기자 1인 기획사 혹은 가족 법인에 대한 대중의 시선도 따갑다. 연예인들이 세운 법인이 절세를 가장한 신종 탈세 창구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 측은 "모친이 설립한 법인이 실질 과세 대상에 해당되는지가 주요 쟁점"이라고 주장한다. 세무당국과 '법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논란이라는 것이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도 '법 해석' 논쟁에 결국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예인들은 1인 기획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법인을 설립해 법인세를 내는 것이 종합소득세보다 세금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어서다. 현행법상 개인이 벌어들이는 소득은 과세표준 10억원을 초과할 경우 소득세율이 45%에 달한다. 지방소득세까지 합해 세율이 약 49.5%다. 절반이 세금이라는 얘기다. 반면 법인에 세금을 과세하면 세율이 10~25% 수준이다. 과세표준 3000억원을 초과해도 최고 세율이 25%(지방세 포함 27.5%)에 그친다.

국세청은 1인 기획사가 실제로 제대로 운영됐는지 여부를 가장 중요시한다. 법인 소재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페이퍼컴퍼니 자체도 합법의 범주에 해당한다. 정당한 목적으로 설립해 신고하면 페이퍼컴퍼니가 문제될 건 없다.

중요한 건 페이퍼컴퍼니의 실체성이다. A씨의 경우 모친이 설립한 법인 사무실(B법인)이 강화도 소재 부모님 장어집으로 등록돼 있어 논란이 일었다. 과세당국은 A씨의 소속사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은 B법인이 실체가 없다고 봤다. 세금을 줄이기 위한 불법 페이퍼컴퍼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B법인이 실제 용역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

세무당국은 1인 기획사를 설립해 절세 전략을 사용하는 건 큰 문제가 없지만 실체가 없는 법인이라면 '실질과세원칙'에 벗어난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출신의 한 세무사는 "실제 용역 제공 여부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매니지먼트를 위한 사무실이 아니라 겸업 형태를 가진 장어집으로 등록한 부분도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인의 실체가 없다면 절세가 아닌 탈세의 영역으로 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연예인들이 만든 1인 기획사의 절세 및 탈세 논란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A씨 논란이 불거진 이후 같은 소속사 배우 C씨의 1인 기획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C씨는 사실상 의혹을 인정하고 법인 카드 사용 내역, 가족 급여 등을 모두 반납했으며 정산받은 금액에 대해 기존 법인세 외에 개인 소득세를 추가로 납부했다.

국세청은 실체없는 법인을 이용한 절세를 탈세로 간주하고 강력히 대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연예인 개인의 수익을 실체가 없는 법인을 통해 (납세하고), 비용처리를 한다면 조세 회피로 볼 수 있다"며 "연예인뿐 아니라 유튜버 등 1인 사업자가 형식만 갖춘 거래구조를 통해 세금을 축소할 경우 과세당국은 이를 바로잡아 공정하게 세금을 걷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인 기획사=탈세' 억울한 엔터업계..."과세 기준 제시해달라"

1인 기획사의 역할 및 대중문화예술인의 연예기획사 소속여부/그래픽=김지영
1인 기획사의 역할 및 대중문화예술인의 연예기획사 소속여부/그래픽=김지영

매니지먼트 업계에서는 연예인 1인 기획사 시스템을 단순한 절세 목적으로 보는 것은 오해라고 주장한다. 연예인 스스로 커리어와 지식재산권,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1인 기획사를 설립하는 게 트렌드라는 것이다. 과거의 잣대로 특정 연예인을 타깃으로 조사한 뒤 법범자의 굴레를 씌우기보다는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기준을 제시하는 게 과세당국이 할 일이라고 항변한다.

과세당국은 1인 기획사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에 주목한다. 국세청은 1인 기획사가 실제 매니지먼트 업무를 했는지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매니저 고용, 차량 운영 등의 비용이 1인 기획사에서 명확히 처리되지 않았다면 탈세로 간주한다. 가족이 기획사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논란거리 중 하나다.

16일 한국매니지먼트연합에 따르면, 1인 기획사는 △아티스트 멘탈 케어 및 장기 커리어 관리 △IP (지적재산권)개발 및 콘텐츠 기획 △전속계약 및 출연 계약에서 발생하는 위약금·손해배상 책임의 직접 부담 등을 책임진다. 단순 매니저 고용과 차량 운영에 역할이 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매니지먼트연합 관계자는 "1인 기획사들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연예인의 일부 권한을 대리하는 회사로서 기능하고 있다"며 "법원에서도 법인이 실질적 사업을 영위하고, 계약상 책임의 주체가 되며, 독자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한 경우를 기준으로 점차 실체있는 법인으로 인정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1인 기획사는 해마다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기획사 소속 대중문화예술인 비율은 2020년 2.5%에서 2022년 4.1%, 2024년 4.3%로 증가했다. 반면 대형 기획사 등 기존 매니지먼트에 소속된 비율은 같은 기간 14.8%에서 9.1%로 떨어졌다.

한 세무법인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 예술인의 경우 당사자가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1인 기획사처럼 제3의 법인을 통한다"며 "강한 신뢰관계에 있는 가족 등에 의해 법인이 운영되고 일반 기획사가 맡기 어려운 업무도 도맡아 처리한다"고 강조했다.

1인 기획사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연예인 개인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1인 기획사는 전속계약시 인성교육 및 정신건강지원, 사생활 관리, 상표권 등 IP 권한에 따른 책임 등 상당히 많은 업무 부담을 진다"며 "이런 사실관계에 대한 고려없이 1인 기획사를 탈세의 창구로 보는 건 맞지 않는다"고 했다.

연예계에선 명확한 과세 기준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전례없는 세무당국의 1인 기획사 대상 집중 세무조사와 대대적인 과세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없이 이뤄졌다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대중적 이미지를 가장 중시하는 연예인들이 세금 몇 푼 아끼려고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의도적으로 탈세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연예기획사 대표 A씨는 "연예계에선 유명해지면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세무법인을 고용해 세금처리를 하는데도 탈세로 단정짓고 국세청 조사가 시작된 사실이 알려지면 모든 피해가 연예인 개인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매니지먼트연합도 최근 사태와 관련해 △개인 법인에 대한 산업적 실체를 인정하는 명확한 과세 가이드라인 마련 △법인의 실질적 역할, 리스크 부담, 사업 구조를 반영한 사전 예측 가능한 과세 기준 수립 △단속과 추징 중심이 아닌 투명한 운영을 유도하는 제도 개선 △K-컬처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는 전향적인 행정 해석과 정책적 결단 등을 요구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1인 기획사 자체를 탈세 목적의 회사로 보는 건 맞지 않는다"라며 "실질 과세 원칙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예측 가능한 과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996년 마이클 잭슨은 가능한데...2026년 한국 톱스타는?

팝 스타 마이클 잭슨이 1996년 10월 11일 서울에서 열린 첫 번째 내한 공연에서 공연을 하는 모습./로이터=뉴스1
팝 스타 마이클 잭슨이 1996년 10월 11일 서울에서 열린 첫 번째 내한 공연에서 공연을 하는 모습./로이터=뉴스1

#1996년 서울에서 열린 내한공연 당시 팝가수 마이클 잭슨은 '히스토릭 투어스 오브 마이클 잭슨(Historic Tours of Michael Jackson)'이라는 1인 기획사를 통해 공연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공연 시행사는 출연료를 개인이 아닌 해당 법인에 지급했다. 당시 과세 쟁점은 이 소득을 개인의 인적용역소득으로 볼지, 법인의 사업소득으로 볼지 여부였다.

한·미 조세조약에 따르면 개인 인적용역소득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고정사업장 유무와 관계없이 과세가 가능하다. 반면 법인 사업소득은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어야 과세할 수 있다. 과세당국은 마이클 잭슨이 해당 법인에 고용된 종업원 자격으로 공연을 했다고 보고 공연 대가를 법인 사업소득으로 판단했다. 1인 기획사의 법인격과 실질을 인정한 결정이었다.

최근 연예인이 설립한 1인 법인을 통한 소득 귀속을 두고 국세청의 과세 해석이 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무당국이 연예인·인플루언서 등의 1인 법인에 대해 비용 처리와 소득 귀속 구조를 집중 점검하면서다. 무늬만 회사인지 아니면 실제로도 운영되고 있는지 여부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개인 인적용역소득으로 재분류해 과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경우 종합소득세율이 직접 적용돼 세 부담이 커진다. 법인 단계에서 비용을 처리하고 법인세를 납부한 뒤 급여나 배당으로 소득을 수령하는 구조와 달리 개인 소득으로 귀속되면 과세표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과거에는 인정됐던 구조가 지금은 사후적으로 부인되는 것"이란 말이 나온다.

미·일 연예인 소득 구조 비교/그래픽=이지혜
미·일 연예인 소득 구조 비교/그래픽=이지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한 미국은 1인 법인 구조를 제도권 안에서 인정해 왔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통용되는 이른바 '론 아웃 코퍼레이션(Loan-out corporation)'은 연예인이 지분을 전부 또는 대부분 보유한 1인 기업을 설립해 연예용역 계약을 해당 법인 명의로 체결한다. 연예인은 법인의 대표이자 주주인 동시에 직원으로 근로계약을 맺는다. 법인이 활동 대금을 수령하고 비용을 처리한 뒤 급여나 배당 형태로 소득을 지급한다.

미 캘리포니아주는 2024년 연예·영상 산업 종사자들이 활용해 온 론 아웃 코퍼레이션 구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주 노동당국의 감사 과정에서 해당 구조의 적법성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되자 업계와 노조의 요구를 반영해 기존 계약 관행을 법률로 재확인한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연예인이 설립한 법인이 급여 지급과 원천징수, 세금 신고 등 고용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는 경우 해당 법인을 통한 계약 체결과 소득 귀속을 유효한 구조로 인정한다. 제작사와의 계약 주체를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두는 산업 현실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셈이다.

일본은 또 다르다. 다수의 연예인이 대형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활동하며 방송·광고 계약은 기획사 명의로 체결한다. 아무로 나미에 등을 배출한 라이징 프로덕션 SMAP과 아라시가 소속됐던 쟈니스 프로덕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획사는 연습생 선발과 트레이닝, 홍보·마케팅, 스케줄 관리 등의 전반을 맡는 대신 연예인과 장기 전속관계를 유지한다.

일본 연예계에서는 이를 흔히 '지무쇼(事務所, Jimusho)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신인이나 중견 연예인의 경우 월급제 또는 고정급 중심의 보수 체계를 유지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톱스타는 성과 배분 비율이 높지만 여전히 계약 주체는 기획사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세무 구조도 이에 맞춰 설계된다. 방송사나 광고주가 지급하는 출연료는 기획사의 법인 매출로 계상되고 기획사는 비용을 공제한 뒤 법인세를 부담한다. 이후 연예인에게는 급여 또는 성과 배분금 형태로 지급한다. 이 경우 연예인은 급여소득자 또는 이에 준하는 지위에서 소득세를 납부한다. 소득이 개인 사업소득으로 직접 귀속되는 경우와 달리 기획사 단계에서 1차적으로 세무 처리가 이뤄지는 구조다.

세무업계에선 K-엔터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한 만큼 과세 체계 역시 글로벌화된 산업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세무 전문가는 "산업 초기에는 법인격을 인정해 놓고 시장 규모가 커진 뒤 같은 구조를 달리 해석한다면 납세자 입장에서 세법 적용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1인 법인 구조의 인정 범위와 요건을 보다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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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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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정경훈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정경훈 기자입니다.

민동훈 기자

미래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는 가에 달려 있다. 머니투데이 정치부 더300에서 야당 반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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