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6.4%...누가 감히 트로트 시대 끝났다고 말할까? [IZE 진단]

윤준호(칼럼니스트) 기자
2026.02.27 09:49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4와 현역가왕3가 각각 16.4%와 12.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예능 프로그램 중 두자릿수 시청률을 거두는 유일한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임영웅을 비롯한 트로트 오디션 출신 스타들이 트로트 시장의 세대교체를 이끌며 팬덤을 확장하고 있다. 트로트는 가사 속 사연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음악으로 중장년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으며, 유튜브와 SNS를 통해 그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미스트롯4', 사진제공=TV CHOSUN

트로트 오디션 8년차다. 지난 2009년 ‘미스트롯1’이 송가인을 우승자로 배출한 후 매해 새로운 시즌이 거듭되고 있다. 종반에 접어든 TV조선 ‘미스트롯4’와 MBN ‘현역가왕3’의 전국 시청률은 각각 16.4%와 12.7%다. 현재 방송 중인 예능 프로그램을 통틀어 두자릿수 시청률을 거두는 ‘유이’한 콘텐츠다.

혹자는 "트로트가 지겹다" "트로트를 왜 보냐"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트로트의 인기는 더 이상 한 순간의 바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방송가를 이끌어가는 탄탄한 한 줄기로 자리매김했다.

26일 방송된 TV조선 ‘미스트롯4’에서는 톱5 결정전이 진행됐다. 톱10에 오른 유미, 이엘리야, 염유리, 윤태화, 허찬미, 이소나, 윤윤서, 홍성윤, 길려원, 김산하 등이 무대를 꾸몄다. 이엘리야는 배우 출신이고, 유미는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라는 히트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허찬미는 아이돌 출신이고, 윤태화는 앞서 ‘미스트롯2’에 출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현재 ‘스타’라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 날 일군 시청률은 무려 16.4%다. 이는 지난해와 올해 현재까지 통틀어 예능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이다.

사진출처='MBN '현역가왕3' 방송 영상 캡처

‘현역가왕3’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24일 방송에서 이수연·차지연·홍지윤·구수경·빈예서·솔지·강혜연·김태연·홍자·금잔디 등으로 톱10으로 추려졌다. 전국 시청률은 12.7%.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차지연, ‘미스트롯2’ 준우승자 출신 홍지윤, 걸그룹 EXID의 메인 보컬인 솔지 등이 참여하는 등 ‘현역’으로서 이름값이 꽤 높은 이들이 포진됐다. 하지만 ‘시청률 보증수표’라 불릴 정도로 지명도가 높다나 최근 큰 이슈를 가진 인물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일군 성적표는 눈부시다.

그렇다면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진짜 주인공은 ‘트로트’다. 트로트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그동안 쌓이고 쌓인 히트곡이 차고 넘친다.

트로트는 단순히 ‘듣기 좋은 음악’이 아니다. 트로트의 진짜 힘은 가사에서 나온다. 곱씹을수록 맛이 난다. 트로트는 ‘나이 든 사람이 좋아한다’는 편견이 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트로트를 듣게 된다"는 이들이 적잖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트로트 가사 속 사연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즉 공감의 음악으로서 트로트를 즐기게 된다는 것이다.

'미스트롯4', 사진제공=TV CHOSUN

트로트 시장에는 사실 스타가 많지 않다. 시장 자체가 작고, 스타 탄생이 쉽지 않은 구조다. ‘엘레지의 여왕’이라 불린 이미자를 비롯해 남진·나훈아 시대 이후에는 현철·송대관·태진아·설운도의 ‘4대 천왕’ 체제가 꽤 오래 이어졌다. 2004년 장윤정이 ‘어머나’를 발표하며 세미 트로트로 판도를 바꾼 이후에는 홍진영, 박현빈 등이 등장했다. 하지만 매년 새로운 K팝 그룹이 쏟아지는 가요계를 고려할 때 트로트 시장의 세대교체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흐름을 바꿔 놓은 것이 바로 트로트 오디션이다. 특히 임영웅을 필두로 한 영탁·이찬원·박서진 등의 등장은 트로트 시장의 덩치를 키웠다. 기존 스타들이 건재한 상황 속에서 신규 스타들이 탄생하면서 팬덤의 크기도 커졌다. 트로트가 잠깐의 인기가 아니라, 하나의 장르로서 그리고 산업으로서 발돋움하게 됐다는 의미다.

사진출처=MBN '현역가왕3' 방송 영상 캡처 

물론 TV를 외면하는 시대가 낳은 산물이라는 평가도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확대로 TV 앞에 앉는 일은 크게 줄어들었다. 올림픽 중계나 선거 방송, 대통령 기자회견도 온라인으로 보는 세상이다. 이제 TV 시청률은 주로 중장년층이 견인한다. 상대적으로 이런 연령대가 좋아하는 트로트 오디션의 시청률이 자연스럽게 높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트로트 오디션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유튜브 상에서도 수십∼수백 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한다. 임영웅의 기사를 쓰면, 대다수의 기사에 수백∼수천 개의 ‘좋아요’가 표시된다. 트로트 팬덤의 상당히 크고, 또한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TV 밖에서도 그들의 영향력은 입증되고 있다. 그 주체가 ‘중장년’이라는 이유 만으로 폄훼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미스트롯4’와 ‘현역가왕3’는 3월 초 마무리된다. 두 방송사가 올해 연말 ‘미스터트롯4’와 ‘현역가왕4’ 제작에 착수하는 건 명약관화다. 게다가 지난 25일 포문을 연 MBN ‘무명전설’도 1회 시청률이 6.2%를 기록했다. 트로트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는 의미다. 누구도 감히 가볍게, 함부로 볼 콘텐츠가 아니라는 뜻이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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