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빅뱅이 다시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와 손을 잡는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는 이들이 공연 개최를 위해 YG와 협력하기로 하면서다.
양현석 YG 총괄 프로듀서는 4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빅뱅 멤버들과 공연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체적인 일정이나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올해가 빅뱅 데뷔 20주년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공연이 될 가능성이 높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빅뱅 멤버 모두 YG 소속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드래곤은 갤럭시코퍼레이션, 태양은 더블랙레이블, 대성은 알앤디컴퍼니에 몸담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공연 파트너로 YG를 택한 것은 꽤 그림이 친근하다.
빅뱅이라는 이름, 그리고 그들이 쌓아온 음악적 자산의 상당 부분을 YG와 함께 만들었기 때문이다. '거짓말', '하루하루', '마지막 인사', '루저', '뱅뱅뱅', '판타스틱 베이비', '에라 모르겠다', '꽃길', '봄여름가을겨울' 등 팀 대표곡 역시 대부분 YG 체제에서 탄생했다. 공연을 구성하는 핵심 레퍼토리 역시 이 시기에 만들어진 곡들이다. 자연스럽게 제작 인프라와 권리 구조를 고려했을 때 YG와 협력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공연 제작 역량이다. 빅뱅은 2010년대 K팝 월드 투어 시장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팀이다. 이런 공연 경험은 대부분 YG 제작 시스템 안에서 축적됐다. 양현석 총괄 역시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춰온 만큼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며 YG 스태프가 총력을 다해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협업은 추억보다 여건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빅뱅이라는 브랜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제작 파트너가 YG라서다.
빅뱅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지드래곤이 발표한 곡에 태양과 대성이 피처링한 'HOME SWEET HOME'(홈 스위트 홈)(2024)은 공개 직후 주요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고, 또 정상에서 장기 집권했다. 정식 완전체 활동이 아님에도 세 멤버의 조합만으로 강력한 반응을 끌어냈다는 점은 빅뱅의 저력이 건재하다는 걸 보여줬다.
빅뱅은 K팝 역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팀이다. 2006년 데뷔 당시만 해도 아이돌 음악은 기획사 중심의 팝 스타일이 주류였다. 하지만 빅뱅은 힙합 기반의 자작곡과 개성 강한 무대로 아이돌 음악의 방향을 바꿨다. 지드래곤의 작사·작곡, 태양의 R&B 보컬, 대성의 폭넓은 가창력이 결합하며 '실력파 자체 제작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이들이 남긴 히트곡의 영향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거짓말'은 아이돌 음악의 자작곡 시대를 연 작품으로 평가받고, '판타스틱 베이비'와 '뱅뱅뱅'은 글로벌 K팝 공연에서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파티 송이다. 이런 음악 유산 덕분에 빅뱅은 'K팝 레전드 그룹'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YG에게도 이번 공연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빅뱅은 YG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IP 중 하나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YG가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빅뱅은 오랜 기간 YG 정체성을 상징하는 그룹이었다.
그래서 이번 협업은 단순한 공연 계약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YG와 빅뱅이 다시 만나 'YG 패밀리십'이라는 상징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물론 그 영광의 시절과 상황이 조금 달라진 지점도 존재한다. 현재 빅뱅은 3인 체제다. 팀의 출발이 5명이었던 만큼 팬들의 감정 역시 복잡하다. 하지만 최근 활동을 보면 세 멤버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한 실력과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20주년 공연은 빅뱅의 과거를 기념하는 무대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그려나가는 자리이기도 하다. 20년 동안 K팝의 흐름을 만들어온 팀이 여전히 의미 있는 존재인지 확인하는 무대다. 그리고 그 무대의 파트너로 YG가 다시 선택됐다.
빅뱅과 YG가 함께 만들어온 시간은 이미 20년이다. 이제 그 20년의 역사가 어떤 공연으로 완성될지, K팝 팬들의 시선이 다시 이들의 무대를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