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남친', 가상 남친 서강준 vs 현실 남친 서인국 [한수진의 VS]

한수진 ize 기자
2026.03.09 13:56

완벽한 사랑의 환상 서강준, 흔들리지만 진짜인 사랑 서인국

넷플릭스 시리즈 '월간남친'은 가상 연애 구독 서비스 속 남자와 현실의 남자를 동시에 다루며 주인공 서미래의 고민을 보여줬다. 서강준이 연기한 가상 세계의 서은호는 완벽하게 설계된 첫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반면 서인국이 연기한 현실 세계의 박경남은 까칠하지만 진심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매력으로 현실적인 사랑의 변수를 제시했다.
'월간남친' 서강준, 서인국 / 사진=넷플릭스

대중문화에는 늘 비교가 따라붙는다. 같은 시간대에 공개되는 작품, 비슷한 위치에 놓인 배우와 가수, 한 장르 안에서 보여주는 다른 선택, 한 인물이 만들어낸 색다른 얼굴까지. 우리는 이미 일상적으로 'VS'를 떠올리며 보고 듣고 말한다. 이 코너는 이런 비교를 출발점 삼아 '차이'가 어떤 재미와 의미를 낳는지를 살핀다. 같은 판에 놓였지만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대상들을 나란히 놓고 각각의 방식과 매력을 면밀히 짚는다. <편집자 주>

달콤한 가상 세계. 입력값은 변하지 않는 사랑. 설정값은 언제나 나를 향한다. 거절당할 일도, 마음이 식을 일도 없다. 완벽하게 설계된 로맨스다. 반면 현실의 사랑은 다르다. 변수 투성이다. 마음이 변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타이밍이 어긋나는 순간들, 말하지 못한 감정들까지. 그래서 현실의 사랑은 늘 불안하다. 그럼에도 결국 현실이 좋은 건 체온 때문이다. 손을 잡으면 닿는 살결, 같은 공간에서 숨 쉬며 나누는 온기. 그 감각은 아무리 정교한 판타지라도 대신할 수 없다.

넷플릭스 시리즈 '월간남친'은 바로 이 두 세계를 동시에 꺼내 놓는다. 가상 연애 구독 서비스 속 남자와 현실의 남자. 그리고 주인공 서미래(지수)의 행복한 고민 앞에서 시청자 역시 같은 갈등에 빠지게 된다. 가상 세계의 첫사랑 선배 서은호(서강준)인가, 현실 세계의 까칠하지만 내가 좋다는 동료 박경남(서인국)인가. 도무지 고르기 어렵다.

'월간남친' 스틸 컷 / 사진=넷플릭스

서강준, 완벽하게 설계된 만인의 첫사랑

서은호는 완벽한 첫사랑이다. 누가 봐도 잘생긴 외모에 캠퍼스 최고의 인기남이고 검도부 에이스이자 건축학과라는 설정까지 갖춘, 말 그대로 '설정값 과다'에 가까운 남자다. 다정하지만 쉽게 다가오지 않는, 가까운 듯하면서도 어딘가 선을 두는 미묘한 거리감이 있다. 그래서 더 궁금해지고 더 끌린다. 선을 긋는 듯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누구보다 가까이 다가온다. 강해 보이지만 은근히 지켜주고 싶고, 청초하지만 묘하게 관능적인 매력을 풍긴다.

벚꽃이 흩날리는 캠퍼스에서 등장하는 첫 순간부터 서은호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저 세상 외모로 흩날리는 벚꽃을 가볍게 잡아 올리며 은근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미래의 두 눈에서 하트가 쏟아지는 순간, 뭇 여성 시청자의 눈에도 같은 설렘이 번진다.

검도복 끈을 묶어주며 "봐줄 거면 하지 마. 하지만 할 거면 진심으로 해"라고 낮고 나직하게 건네는 목소리에는 마음과 귀가 동시에 녹는다. 술에 취한 채 "난 아직도 너한테 그냥 선배야?"라며 누구라도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그윽한 눈빛으로 마음을 묻기도 한다. 여기에 가볍지만 묵직하게 "시험? 망쳤지. 너 때문에"라고 웃으며 말하는 순간까지. 이 남자의 모든 순간은 설렘뿐이다.

시간이 흘러 직장인이 된 뒤 다시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예쁘다. 여전히"라는 말 한마디로 또 다시 '심쿵사'하게 만들고, "그때 몰랐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널 못 잊을 줄을"이라며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설렘을 안긴다. 말투는 부드럽고 눈빛은 따뜻하다. 필요한 순간에는 확실하게 마음을 표현한다. 설레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멘트와 비주얼의 향연이다.

완벽한 로맨스 판타지를 실현해줄 남자다. 어떤 상황에서도 시선은 나를 향해 있고, 언제나 나만을 사랑하도록 설계된 변치 않을 남자다. 문제는 이 남자가 양다리도 아닌 '만다리'라는 점이다. 같은 프로그램 속에서 수많은 사용자와 동시에 사랑을 나눠야 한다. 그럼에도 이 남자와 사랑에 빠지겠는가. 완벽하게 설계된 가상의 사랑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말이다.

'월간남친' 스틸 컷 / 사진=넷플릭스

서인국, 까칠한 동료의 반전 직진 고백

박경남은 잘 생겼다는 점만 빼면 서은호와 정반대에 놓인 남자다. 영화처럼 흩날리는 벚꽃 배경도 없고 영원히 변하지 않을 판타지적 사랑도 없다. 대신 살에 닿는 현실이 있다.

그는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이고, 일로 자주 부딪히는 경쟁자다. 일은 누구보다 잘한다. 맡는 작품마다 랭킹 1위를 만들고 드라마 판권 계약까지 척척 따내는 회사의 에이스다. 잘생겼지만 그걸 굳이 드러내지도 않는다. 말도 많지 않고 회식에도 잘 참여하지 않는다. 무심한 표정에 개인주의적인 태도까지. 그래서 처음에는 그저 까칠한 동료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남자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음을 흔든다. 늘 건조하기만 하더니, 깜빡이도 없이 갑자기 사랑 고백을 한다. '고백 공격'인가 싶다가도 행동을 보면 진심이다. 사사건건 일로 부딪히던 사람이 "앞으로 마감날마다 같이 야근하겠네요"라며 자연스럽게 곁에 남고, 싫다는데도 묵묵히 우산을 건넨다. 로맨틱한 말은 잘 못해도 행동으로 마음을 보여준다.

비록 감정도 서툴고 표현도 투박하지만 살결에 닿는 진심이 있는 남자다.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고, 옆에 있고 싶으면 그냥 곁에 남는다. 특별한 이벤트도 화려한 판타지도 없지만, 대신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사귀고 나서는 꽤 적극적이다. 무심해 보이던 사람이 단둘이 있는 순간에는 마냥 다정해진다. 남모르게 회사 안에서 벌이는 아슬아슬한 연애도 짜릿하다. 남들의 눈을 피해 창고처럼 으슥한 공간에서 은밀한 만남을 갖기도 하고, 동료들을 따돌리고 단둘이 식사를 하는 시간 역시 묘하게 설렌다.

하지만 현실의 사랑은 늘 변수와 함께 온다.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되는 순간 관계에는 묘한 거리감이 생기기도 한다. 마냥 달콤할 것 같던 감정 사이에 오해가 쌓이고, 마음이 엇갈리며 답답한 순간도 찾아온다. 가상 세계처럼 완벽하게 설계된 사랑이 아니라서다.

이 남자와의 연애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고, 관계 역시 변할 수 있다. 그럼에도 결국 현생의 사랑은 뚜렷한 체온이 있다. 그럼에도 이 남자와 사랑에 빠지겠는가. 변할 수 있다는 현실의 변수를 끌어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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