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AI가 노동시장에 끼치는 영향' 보고서 보니

#2016년 3월9일,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 사이 세기의 대국이 펼쳐졌다. 전 세계가 지켜본 AI와 사람의 대결은 AI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고 당대 최고의 바둑기사로 군림했던 이세돌 9단은 이를 계기로 은퇴했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무서운 존재로 뇌리에 각인됐던 순간이다.
다만 이는 현실과는 다른 특별한 사례다. 글로벌 AI 기업 앤트로픽의 조사 결과, 첫 생성형 AI인 챗GPT가 출시된 2022년을 전후해 AI 대체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되는 직군에서조차 실업률이 높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지만, 실제로는 모든 업무를 AI로 대체하기 어렵고, AI를 감독하는 역할 등이 증가한 것도 영향 중 하나로 분석된다.

앤트로픽은 지난 5일(현지시간) 'AI가 노동시장에 끼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 같이 밝혔다. 앤트로픽은 보고서에서 새로운 지표 'Observed Exposure'(관찰된 노출정도)를 제시했다. AI가 이론적으로 할 수 있는 업무 역량이 아닌, 실제 업무별 AI 활용 정도를 고려한 지표다. 이를 토대로 AI 노출도 상위 직종 25%와 그렇지 않은 직종을 나누고 일자리 영향을 분석했다. 지표는 미국 직업정보네트워크 O*NET의 약 800개 직종 데이터와 앤트로픽 경제지수(Anthropic Economic Index), 2023년 엘룬두(Eloundou) 연구팀의 업무별 노출 추정치 등을 결합해 만들었다.
분석 결과 AI의 실제 활용 범위는 이론보다 훨씬 낮은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컴퓨터 및 수학 관련 직종의 업무 중 이론적으로 AI가 수행할 수 있는 비중은 94%지만 기술 확산 속도, 규제, 업무 절차, 인간 검증 작업 등으로 인해 실제 AI 사용 데이터는 전체 업무의 약 33% 수준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업별 AI 노출도가 가장 높은 직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업무의 약 75%가 AI로 대체 가능했다. 코딩, 그래픽 등 AI가 대체할 수 있는 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이어 고객서비스 상담사, 속기사, 재무·투자 분석가, 소프트웨어(SW) 품질보증 분석가, 정보보안 분석가 등도 AI 노출도가 50~60%대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AI 노출도가 0%에 가까운 직군은 요리사, 오토바이 정비사, 수상구조사, 바텐더 등 대면서비스 업종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전체 노동자의 약 30%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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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이 같은 AI 노출도를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2024~2034년 직업별 고용 전망과 비교했다. 그 결과 AI 노출도가 10%p(포인트) 높아질수록 2034년 고용 성장률 전망치가 0.6%p 낮아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AI 노출이 많은 직군일 수록 미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지만, 그 정도가 미미하다.
생성형 AI인 챗GPT가 출시된 2022년 말 이후 지난해까지 실제 실업률을 살펴봐도 AI 노출이 높은 집단의 실업률이 비노출 집단대비 0.9%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쳐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보고서는 AI 노출 상위 25% 직종 집단과 비노출 집단의 특징도 비교했다. 그 결과 AI 활용도가 높은 직종은 여성 비율이 비노출 집단보다 16%p 높았고, 백인 비율은 11%p, 아시아인 비율은 거의 2배, 특히 대학원 학위 보유자의 비중은 그렇지 않은 직종보다 약 4배 이상 높았다.
다만 AI는 청년 채용 시장에서 영향력을 미쳤다. AI 노출이 높은 직업군의 22~25세 청년층 신규 채용이 2022년 대비 2025년 14%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노출 직군의 취업률은 큰 차이가 없었던 것과 대조된다.
이와 관련,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SNS(소셜미디어)에 "우리 대학 교육이 큰 변화의 시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