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흥행 최고 수혜자가 배우 아닌 장항준 감독이 된 이유 [IZE 진단]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3.18 16:27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372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통상 배우들이 조명받는 것과 달리 장항준 감독이 가장 큰 수혜자로 평가받았다. 장 감독은 영화의 따뜻한 시선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으며, 연출뿐만 아니라 홍보의 첨병에 서서 언론 인터뷰와 예능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재치 있는 화법과 솔직한 태도로 대중과 소통하며 '호랑이 CG 논란'까지 돌파했고, 그의 무해한 인간적인 매력이 흥행 성공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진=스타뉴스 DB

배우 유해진·박지훈이 주연을 맡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가 개봉 6주차에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7일까지 1372만 관객을 동원했다. 현재까지 누적 매출액은 1324억 원이 넘는다. 이 기세라면 ‘극한직업’까지 제치고 역대 최고 총매출 영화로 등극하는 건 시간 문제다.

그런데 이 영화, 참 독특한 점이 있다. 1000만 영화로 탄생하면 통상 배우들이 가장 큰 조명을 받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기사가 쏟아지고, 다양한 매체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왕과 사는 남자’는 다르다. 장항준 감독이 가장 큰 수혜자라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온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듯, 장 감독이 각종 뉴스에 출연하고 작품에 대한 후일담을 전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장 감독을 향한 관심은 그 이상이다. 1000만 돌파를 기념해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커피차 이벤트를 연 주인공도 장 감독이었다. 배우들이 참석하지 않았지만 평일 점심 임에도 1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장항준 감독(왼쪽)과 유해진, 사진제공=쇼박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장 감독이 공들여 만든 이 영화를 통해 위로와 즐거움을 얻은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왕과 사는 남자’의 제작사 대표는 각종 방송에 출연하고 전작인 영화 ‘리바운드’ 등에서 보여준 장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좋아서 이 작품의 연출을 맡겼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단종과 엄흥도, 두 인간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측면에서 제작자의 판단은 적중했다. 역사 속 두 인물에게 더운 숨을 불어넣으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런 의미에서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에는 장 감독의 공이 매우 크다.

그런데 장 감독의 역할은 연출에 그치지 않았다. 영화 총제작비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영화 제작에 투입되는 순제작비, 그리고 홍보마케팅 비용이다. 개봉 후 극장 상영되는 동안 관객들을 끌어모으지 못하면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개봉 전후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다.

통상 주연 배우들이 홍보 일선에 등장하지만, ‘왕과 사는 남자’는 장 감독이 홍보의 첨병에 섰다. 언론 인터뷰 뿐만 아니라 예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지난 1월 SBS라디오 ‘배성재의 텐’에 출연해 "1000만 명이 볼 리도 없지만 만약에 된다면 전화번호를 바꾸고 개명하고 성형하겠다. 아무도 날 못 알아보게 하겠다"며 "어디 다른 곳으로 귀화할까 생각 중이다. 요트를 사서 선상 파티를 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실제 1000만 관객에 도달하자 장 감독은 ‘배성재의 텐’에 재출연해 "사람이 약속(공약)을 어떻게 다 지키고 사느냐. 그런 사람이 전 세계에 한 명이라도 있겠느냐. 있다면 예수 그리스도나 석가모니 정도일 것"이라며 공약을 전면 철회했다.

장항준 감독(오른쪽)과 박지훈.  사진제공=쇼박스 

이는 장 감독다운 대응 방식이다. 오랜 기간 그는 ‘감독 출신 방송인’이라는 장난스러운 수식어로 불렸다. 영화 연출보다 방송을 통한 노출이 잦았다는 의미다. 예능 작가 출신답게 재치가 남다른 그는 ‘잘난 척’하는 법이 없었다. 자신을 낮췄고, 주로 놀림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럼에도 화내는 일도 없고, 특유의 긍정적 마인드로 웃음을 이끌어내며 대중들에게 편한 존재로 다가갔다. 특히 아내인 김은희 작가가 각광받으며 ‘와카남’(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이라 불릴 때도 아내의 성공에 기뻐하며 "다시 태어나도 장항준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 장 감독의 화법은 호랑이 CG 논란을 돌파해가는 과정에서도 빛났다. CG의 완성도가 미급하다는 지적에 대해 장 감독은 "CG의 생명은 시간이다. 몇 달 간 작업해야 한다. 호랑이 털을 표현하려면 렌더링 시간이 어마어마한데 물리적으로 수정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러면서 "CG 이야기만 나오는 게 다행이다. 연기나 시나리오, 역사 왜곡 논란보다 낫다"고 덧붙였다.

장항준 감독(왼쪽)과 김민, 사진제공=쇼박스

이를 두고 항간에는 "감독이 너무 가볍다"는 말이 나온다. 이 역시 틀린 말은 아니다. 영화의 만듦새를 책임져야 하는 감독으로서 다소 경솔한 답변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바로 ‘장항준 스타일’이다. 에두르거나 변명하거나, 타인의 잘못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이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는 자세다. 그리고 대중은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장 감독의 이런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

주변 이들도 장 감독을 두고 ‘무해한 인간’이라 칭한다. 김은희 작가가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 전, 가난할지언정 어둡지 않았고, 흥행 감독은 아닐지언정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그 어떤 감독들과 대중들 가까이에서 소통해왔던 인물이었기에 그의 성공에 많은 대중이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고 있는 것이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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