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신에는 '마의 7년'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돌 그룹이 팀의 존속을 결정하는 시기라 나온 말이다. 그래서 신에서 이 시기는 필연적으로 불안과 혼란을 동반한다.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는 영리하고도 솔직하게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이 7년의 세월을 자신들의 디스코그래피 한가운데로 끌어들인다.
지난해 '마의 7년'의 문턱에 선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같은 해 8월 멤버 전원이 기존 소속사와 조기 재계약하며 존속을 결정했다. 그리고 그 선택의 의미를 지난 13일 발매한 미니 8집 '7TH YEAR: 가시덤불에 잠시 바람이 멈췄을 때'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폭풍 같았던 지난 시간을 통과하며 쌓인 불안과 흔들림, 그리고 그 끝에 남은 다짐을 이 앨범을 통해 내밀하게 풀어놓는 것이다. 동화 속 가상의 소년이 세상과 부딪히며 성장하는 서사(꿈, 혼돈, 이름, 별의 장)를 노래했던 이들은, 이제 가면을 벗고 무대 위에서 현실의 무게를 감내해 온 자신들의 진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음악이 아름답지만 위태로운 청춘의 판타지였다면, 신보는 그 첫 트랙 'Bed of Thorns'(베드 오브 쏜스)부터 그 환상을 걷어낸다. 'You've made your bed, now lie in it'(네가 만든 침대이니 네가 누워라)라는 관용어에서 출발한 이 곡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보여준다. 어릴 적 데뷔만 하면 펼쳐질 줄 알았던 화려한 유토피아 대신, 이들 앞엔 이상과 현실의 간극, 성적에 대한 압박, 끝을 알 수 없는 불안이 가시덤불처럼 엉켜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끝없이 긁혀 다쳐도 내가 지금의 나란 증거"라며 "내 가시덤불에 몸을 뉘어 기꺼이"라고 외친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둔탁한 울림 위로 흐르는 이 서늘한 수용의 태도는, 어느덧 8년 차에 접어든 청년들의 서글프도록 아름다운 성숙을 대변한다.
이러한 정서는 타이틀곡 '하루에 하루만 더 (Stick With You)'에서 팀 특유의 세련된 대중성으로 치환된다. 표면적으로 이 곡은 끝이 보이는 사랑을 붙잡고 싶은 화자의 애절하고 지질한 마음을 담은 일렉트로 팝이다. 빈티지한 909 드럼 사운드와 테크노 펑크 요소가 결합해 듣자마자 귀에 꽂히는 힘 있는 후렴구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멤버들이 밝혔듯, 이 곡의 기저에는 팀과 꿈을 향한 열망이 은유해 있다. 이별을 앞둔 연인에게 "하루에 하루를 더해 평생을 만들래 / 곁에 머물러 줘"라고 매달리는 목소리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투모로우바이투게더라는 이름으로 계속 전진하고 싶은 다섯 멤버의 맹세로 겹쳐 들린다. 사랑의 미련으로 포장돼 있지만, 실상은 함께 쌓아온 시간을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의 절박한 다짐인 셈이다.
앨범의 중후반부는 화려한 무대 뒤편에서 멤버들이 겪었을 감정의 파고를 다채로운 장르로 풀어낸다. 멤버들의 참여도가 높아진 만큼 그 진정성은 배가된다. 중국 아티스트 비니다 웡이 피처링한 'Take Me to Nirvana'(테이크 미 투 너바나)에서 옭아매던 번뇌를 벗고 해방감을 맛보는가 하면, 연준과 태현이 작사에 참여한 신스 펑크 장르의 'So What'(소 왓)에서는 지난 7년간의 고민을 향해 "노력이 날 배신해도 So what"이라며 쿨한 힙합 바이브로 맞받아친다. 휴닝카이가 멜로디를 더한 얼터너티브 알앤비 '21st Century Romance'(21세기 로맨스)를 거쳐 수빈이 작사에 참여한 마지막 트랙 '다음의 다음'에 이르면,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다시 한번 궤적을 그리겠다는 희망찬 드럼 비트가 심장을 두드린다.
결과적으로 '7TH YEAR: 가시덤불에 잠시 바람이 멈췄을 때'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겪은 가장 화려한 시절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에 대한 앨범이다. 대중음악에서 아티스트가 자신의 불안과 공허함을 음악적 자양분으로 삼을 때, 그 결과물은 종종 놀라운 보편성을 획득한다. 가시덤불 속에서 기꺼이 상처받기를 택한 다섯 명의 청년들은 이제 누군가 써준 소년의 서사를 넘어서 자신들의 피와 땀으로 직접 써 내려가는 진짜 주인공의 챕터를 열어젖혔다.
형광빛 뾰족한 감정을 지나 마침내 바람이 멈춘 고요의 순간. 숨을 고른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앞에는 어떤 색이든 다시 칠할 수 있는 새로운 도화지가 놓였다. 존속을 택한 이들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는, 영원할 것 같던 판타지의 붕괴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그 가시덤불을 껴안고 춤추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