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가 대한민국 권력의 심장부를 뒤흔든 거대한 스캔들을 조명했다.
지난 23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는 '방아쇠를 당긴 손 - 1970 강변3로 피살 사건' 편으로 꾸며졌다. 이번 편에는 가수 겸 배우 루나, 배우 겸 코미디언 정성호, 배우 한채아가 리스너로 출연해 '정치 스캔들 정인숙 살해 사건'을 파헤쳤다.
세브란스병원에 피범벅 상태로 실려 온 30대 남성 정종욱은 강도를 당해 자신은 총상을 입고 여동생이 피살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장은 의혹투성이였다. 차량 뒷좌석에서 총격 피살된 여동생 정인숙은 당시 최고의 호스티스였다. 그녀는 25세의 나이에 고급 주택, 외제 승용차, 모피, 상당액의 달러와 수표를 보유했고, 당시 극소수만 발급받던 회수 여권까지 갖고 있었다. 이에 정성호는 "영화 속 인물 같다"라며 놀랐다.
그러나 정인숙의 집에서 수첩이 발견되면서 사건은 엄청난 스캔들로 확대되었다. 수첩에는 제4대 중앙정보부장 김형욱, 대통령 비서실장직을 역임하고 제6대 중앙정보부장을 맡은 이후락, 대통령 경호실장 박종규, 국무총리 정일권 등 박정희 정부 핵심 인사들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었던 것.
이뿐만이 아니었다. 세 살 아이를 둔 미혼모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이의 친부로 정일권 국무총리와 박정희 대통령까지 거론되며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수사 과정에서 정종욱 병실에 바리케이드까지 설치되는 등 철저한 통제가 이뤄지자 의혹은 더욱 커졌다.
수사 과정 또한 이례적이었다. 형사부가 아닌 공안부가 맡은 사건은, 정종욱의 병실에 바리케이드까지 설치되는 등 철저한 보안 속에 수사가 진행되었고, 일주일 만에 정종욱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려졌다. 동생의 문란한 사생활에 분노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자백과 함께 화약 성분 검출, 탄도 분석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수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혹과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정인숙 아들의 친부를 둘러싼 이야기는 개사된 노래로 널리 퍼졌고, 국회 본회의에서도 언급됐다. 해외 언론은 이를 '한국의 기생 스캔들'로 보도하며 국제적 이슈로 번졌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오빠 정종욱이 사형을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후 수감되며 사건은 잊히는 듯 했다.
그러나 19년 후 가석방으로 출소한 정종욱은 자백을 번복했다. 자신은 동생을 죽이지 않았다고 밝힌 것. 그는 두 명의 남성이 접근해 총격을 가했고, 자신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죄를 뒤집어썼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정인숙 아들의 친부가 정일권 국무총리라는 주장까지 더해졌지만, 친자 확인 소송은 정일권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
그 후 정인숙의 아들이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얘기하면서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었지만 끝내 사건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날 '꼬꼬무'에 리스터로 출연한 루나는 "지금도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겠다. 진실이 없는 소문이 정말 무서운 것 같다"고 했고, 정성호는 "억압된 시대였기에 소문만이 남았다"고 말했다. 또한 한채아는 "진실은 묻히고 소문만 떠돌았다"며 씁쓸해했다.
장현성, 장성규, 장도연 등 '꼬꼬무' 3MC는 "만약 부정부패가 없는 공정한 사회였다면, 권력자들이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면, 국민들이 그런 믿음이 있었다면 이보다 더한 소문이 떠돌았어도 금방 사그라들었을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