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호평세례 '실낙원' 연상호 고백 "어머니가 쓴 세 페이지 이야기서 시작됐다?

최재욱 ize 기자
2026.09.15 15:12
연상호 감독의 신작 영화 '실낙원'이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상영 이후 현지 언론과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 영화는 9년 전 실종된 아들이 살아 돌아오며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로, 연상호 감독의 어머니가 쓴 세 페이지 분량의 글을 원안으로 제작되었다. 주연 배우 김현주와 배현성은 감독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여 캐스팅 비하인드와 연기 과정에서의 고민을 공유했다.
사진제공=CJ ENM

연상호 감독의 신작 영화 '실낙원'이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TIFF) 월드 프리미어 상영 이후 현지 언론과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열띤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TIFF)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된 영화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

지난 13일(현지시간)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전 세계에 처음 공개된 '실낙원'이 상영 직후 현지 매체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상영이 끝난 뒤에는 연상호 감독과 김현주 배현성이 무대에 올라 관객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첫 질문은 감독의 최근 행보로 향했다. 지난해 '얼굴'로 토론토를 찾았고 올해 칸영화제에서 '군체'를 선보인 뒤 다시 토론토에 온 감독에게 어떻게 이렇게 빨리 작업하느냐는 물음이 나왔다. 연상호 감독은 “작업을 빨리 하는 편은 아니다. 그동안 해온 작업들이 우연히 시기가 맞아 한꺼번에 선보이게 됐다”고 답했다. 이어 '실낙원'의 출발점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저희 어머니는 청소 노동자로 수십 년을 일하신 분”이라며 “명절에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갔더니 이야기를 쓰셨다면서 연습장에 적은 세 페이지짜리 글을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그 글이 '실낙원'의 원안이 되어 감독은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어머니에게서 이야기를 직접 구매했다고 밝혔다.

원안은 세 가지 버전의 대본으로 이어졌다. 두 번째 버전이 소설 '블랙 인페르노'가 됐고 세 번째 버전이 이번 영화로 완성됐다. 연상호 감독은 “어머니가 왜 이런 이야기를 썼을까를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덧붙이며 어머니가 영화를 봤는지 묻는 질문에는 아직 보지 못했다며 한국 개봉과 흥행 여부까지 큰 관심을 갖고 계신다고 전했다.

지난해 토론토 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얼굴'에 이어 모성과 괴물성이 반복된다는 관객 질문도 나왔다. 연상호 감독은 인간의 정체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답하며 제목을 존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에서 가져왔다고 밝혔다. “낙원에서 쫓겨나 불완전한 존재가 되면서 비로소 인간이 되는 이야기”라는 설명을 더하며 기술이 만들어낸 완벽한 이미지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 그 불완전함을 인정해야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는 말도 남겼다.

사진제공=CJ ENM

캐스팅 비하인드에 대해서 연상호 감독은 류소영을 표현할 배우를 고민하다 김현주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본을 보냈고 짧은 시간 안에 승낙을 받았다고 밝혔다. 배현성과는 '지옥' 시즌2에 특별출연하며 맺은 인연을 언급하며 “집중력이 좋은 배우인데 분량이 짧아 아쉬웠다”고 캐스팅 이유를 설명했다. 김현주는 연상호 감독과의 첫 작품이 '지옥'이었다고 돌아봤다. 자신과 쉽게 연결되지 않는 역할이라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막상 해보니 액션이 잘 맞았고 이후 '지옥' 시즌2와 '정이'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김현주는 “이번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이거야말로 내가 정말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촬영하면서 표현하는 게 더 어려웠다”며 감독과 함께한 작품 가운데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류소영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아이를 잃은 엄마의 감정은 흉내 내기 힘든 감정이었다” 고 말했다. 연기가 모든 경험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며 어떻게 하면 더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현장에서는 즐겁게 촬영했다는 말을 남겼다. 배현성은 특별출연 당시 감독과 짧게 만난 것이 아쉬웠다며 다시 대본을 받았을 때 반가웠다고 전했다. 배현성은 “선우가 등장할 때마다 불편한 공기가 만들어지는 연기가 재미있었다”며 “지금까지 보여드린 모습과는 다른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힘들었던 점을 묻자 추웠던 것 말고는 즐거웠다고 답했다.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을 묻는 질문에 연상호 감독은 후반부 소영과 선우가 함께 식사하는 장면을 꼽았다. 배우들도 이 장면에 집중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애니메이션 복귀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늘 애니메이션을 만들 기회를 엿보고 있다”며 다시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진제공=CJ ENM

해외 매체들은 장르적 긴장과 인물의 감정을 함께 잡은 연출을 앞세워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더 할리우드 뉴스(The Hollywood News)는 “'실낙원'은 SF, 드라마, 호러가 흥미롭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관객에게 수많은 도덕적 딜레마를 던진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고통스러울 만큼 강렬하고 때로는 섬뜩한 이야기로, 연상호 감독이 독창적인 좀비 장르를 넘어 더욱 폭넓은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는 창작자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고 평가했다. '더 필름 스테이지(The Film Stage)'는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면모로 관객을 사로잡는다”며 '실낙원'을 어두운 비밀을 품은 가족 스릴러로 소개했다. '넥스트 베스트 픽쳐(Next Best Picture)'는 “암울하면서도 때로는 진정으로 섬뜩하다”고 평했으며 '시냅스(Cinapse)'는 “심리 공포의 설정 위에 지금의 세계와 맞닿은 SF적 은유를 얹은 작품, AI를 통한 부활을 상실과 기억에 대한 잊히지 않는 성찰로 확장한 섬뜩한 한국 스릴러”라고 짚었다. 극을 끌고 간 두 배우를 향한 찬사도 이어지며 Cinapse는 “쉬운 신파를 피하고 과잉 없이 날것의 감정을 끌어낸다”며 김현주의 연기를 높이 평가했다. Next Best Picture 역시 “김현주의 연기가 작품 전체를 견고하게 이끈다”고 전했다. '벗 와이 쏘?(But Why Tho?)'는 “배현성의 연기는 캐릭터를 더 어두운 영역으로 이끈다”며 배현성의 첫 주연 데뷔 존재감에 주목했다.

현지 관객의 반응도 뜨겁다. 공식 상영 직후 X와 레터박스에는 “완벽한 기억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가”라는 후기가 올라오며 영화가 던진 질문을 두고 관객들이 직접 이야기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이처럼 해외 매체의 호평과 현지 관객의 반응 속에 토론토 일정을 이어가고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 '실낙원'은 오는 10월 21일 국내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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