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신탁회사들이 고객들이 부담해야할 세금 200억원 가량을 대신 내야할 처지에 몰렸다. 세금을 내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고유재산 압류가 이뤄져 130조원 규모 부동산신탁 시장이 마비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정부의 유권해석 하나로 부동산펀드 업계가 1600억원대 취득세 폭탄을 맞은데 이어 이번 부동신산탁 세금대납건 역시 정부부처간 미흡한 업무처리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17일 부동산신탁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부터 15일까지였던 종합부동산세 납세기간내 미납된 부동산신탁 고객들의 종부세 과세액이 200억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스란히 부동산신탁사로 전가됐다. 국내 부동산신탁사는 모두 11곳인데 각 사마다 최소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미납세액이 발생한 것이다.
부동산신탁사들은 개별 고객들에게 미납세액과 가산세를 납부해줄 것을 독촉했지만 정상적으로 납부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만약 납부가 이뤄지지않으면 현행법상 국세청은 신탁사의 고유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 고유재산을 압류당하면 신탁사는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데다 과세당국의 체납정보가 금융기관으로 전달돼 추후 자금차입 등 금융거래가 제한되는 만큼 최악의 경우 파산까지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현재 130조원 규모인 부동산신탁시장이 마비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같은 사태가 초래된 것은 종부세법과 지방세법의 미스매치 탓이다. 현재 기획재정부 소관인 종부세법은 납세의무자를 지방세법에서 규정한 재산세 납세자를 따르게 되어있다.
문제는 행정자치부가 소관법률인 지방세법을 지난해 1월 개정해 신탁 부동산의 재산세 납세 의무자를 위탁자(고객)에서 수탁자(신탁회사)로 바꾼것. 위탁자(고객)가 자산을 신탁하면서 재산세를 체납하는 경우가 잦자 생각해낸 고육책이었다. 신탁사가 고객을 대신해 세금을 내고 고객으로부터 납부한 세금을 정산받으면 징세가 용이해진다는 편의적 발상이었다.
행자부는 또 사실상 지방세로 편입되던 종부세를 아예 지방세로 전환하는 작업을 해왔는데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서 상황이 꼬이게됐다. 행자부는 재산세의 경우 체납시 부동산신탁사의 피해를 줄이기위해 고유재산은 압류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종부세법은 그런 예외조항이 마련되지 않은채 기존법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고유재산 압류가 가능해진 것이다. 재산세는 6월 1일을 기준점으로 삼아 7월과 9월 각각 2차례 과세가 이뤄지지만 종부세는 12월 납부됨에따라 그 기간내에 신탁계약이 종료되면 신탁사는 고객의 과세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된다.
부동산신탁업계는 최근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테스크포스팀(TFT)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으며, 고유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이뤄지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위해 관계부처에 대안마련을 호소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기재부측에 수차례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으며 해법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행자부에도 체납정보가 신용정보집중기관에 전달되지 않도록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뚜렷한 해법은 마련되지않은 상황이다. 기재부 측은 "안행부가 종부세법 폐지와 관련 우리측과 협의를 충분히 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면서 "법령개정사안이라 해법마련이 쉽지않다"고 말했다.
☞부동산신탁사=부동산 개발에 대한 경험이 없는 토지주를 대신 개발사업을 대행해 주는가 하면 담보·분양관리·처분신탁을 통해 용역 수수료를 받는 회사다. 현재 한국토지신탁과 코람코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한국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등 11개의 신탁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