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전·월세신고제'에 거는 기대

문성일 부장
2015.03.24 05:45

세입자가 세들어 사는 주택의 전세보증금이나 월세가격을 직접 등록하도록 하는 '전·월세신고제'가 추진되는 분위기다. 지금도 세입자가 대항력을 갖기 위해 확정일자를 받는 경우 보증금이나 월세를 적어내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가 시점과 방식을 검토하는 이 방안은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일부 세입자까지 적어도 전입신고 때 월세금액과 임차기간을 밝히도록 하는 것으로, 현행 '임대주택법'에서 규정한 '주택임대사업자등록제'를 보완할 수 있는 정책으로 기대해본다.

정부가 서민주거안정을 목적으로 1994년 도입한 '임대사업자등록제'는 강제사항이 아닌 임의규정이어서 말 그대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식의 유명무실한 제도로 방치돼왔다.

상황이 이렇자 야당은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 입법화를 추진했으나 여당의 반대로 사실상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서울시가 도입하려는 '전·월세신고제'는 그에 대한 대안적 방안으로 볼 수 있다.

정상적이라면 이 제도로 인해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지지 않던 '임대소득과세'가 수월해질 수 있다. 그만큼 이 제도는 현행 세법상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함에도 법망을 피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던 임대소득자, 즉 집주인들의 탈세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동시에 조사인원 부족 등을 이유로 관련 징수에 적극적이지 않던 과세당국의 수고도 덜어주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그 동안 우리 사회 전반에 탈루·탈세가 만연했음에도 인식과 의지부족으로 소득세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거나 징수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실제 자영업자의 21%가 소득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간이사업자도 32%나 된다. 자영업자 3명 중 1명꼴로 세금을 내지 않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전체 세수에서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 최고 소득세율은 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5%)보다 높다. 하지만 GDP(국내총생산) 대비 소득세 비중은 2013년 기준 3.7%로, OECD 평균인 9%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꼴찌 수준이다.

가장 효과적인 소득재분배 수단인 소득세가 이처럼 낮다는 것은 정부가 ‘복지’ 정책을 펴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그만큼 재정건전성이 취약해졌으며 동시에 정부의 재정역할 역시 미흡하게 된 것이다.

굳이 관련규정을 강화해 세금을 무조건 더 걷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취약한 과세기반을 살펴 소득 있는 곳에 반드시 세금을 부과하되 세율조정을 통해 지나친 부담을 완화해주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2월 임대소득과세 의지를 밝히면서 분리과세와 필요경비 공제 등을 통해 일시적 세부담을 완화해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실제 연간 임대소득이 1000만원 이하인 경우 필요경비 60%(600만원)과 추가공제 400만원을 통해 세금을 한 푼도 안내도록 조정해줬다.

지금까지 과세당국의 의지를 감안하면 그나마 이렇게 만든 방안이라도 제대로 지켜진다면 다행이다. 서울시가 내놓은 '전·월세신고제' 역시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에 의심은 들지만 근본적으로 제대로 된 과세체계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유지한다면 분명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근거 없는 논란에 휘둘리지 말고 올바른 인식과 의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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