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권리금보호법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상가 세입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임대료 인상 우려와 함께 재건축·재개발로 영업을 중단할 경우 세입자 보상금 지급은 도입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6일 전체회의를 열어 상가권리금을 법제화하고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상가권리금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고 밝힌 지 1년3개월 만에 법률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건물주인이 상가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수수하는 행위 △종전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 지급을 방해하는 행위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정당한' 이유 없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하는 행위 등을 '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금지한다. 이를 어기면 임차인은 임대차 종료 3년 이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세입자 보호를 강조하는 쪽에선 '반쪽짜리' 법안이란 지적이 나온다. 권리금 법제화는 권리금 자체를 보호한다기보다 상가 세입자의 영업권을 보호하는 게 목적임에도 이번 개정안은 세입자끼리 알아서 권리금을 주고받으라고 한 것에 불과해서다.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건물주가 세입자가 나갈 때 직접 권리금을 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태원동 인근에서 수입제과점을 운영하는 임모씨는 "영업권을 안정적으로 보호해주는 내용이 빠졌기 때문에 '앙꼬 없는 찐빵'과 같은 법안"이라며 "재건축을 이유로 계약기간에 갑자기 가게를 비워달라고 요구하는 경우에 대한 구제방안이 빠진 것은 애초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선 점포규모에 상관없이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은 세입자는 최소 5년간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환산보증금이 일정기준(서울 4억원·수도권 3억원·광역시 2억4000만원)을 넘는 세입자는 건물주가 바뀌면 기존 임대차계약 내용을 주장할 수 없었다. 이는 법 시행 이후 최초 계약·갱신되는 임대차계약에만 적용된다.
관심을 모은 재건축·리모델링 상가 세입자의 퇴거보상비 도입은 연기됐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권리금 손해배상을 법정소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개정안을 보면 세입자가 배상을 청구하려면 건물주의 방해행위를 직접 입증해야 한다.
당초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권리금 법제화 방안에는 각 시·도에 심의·조정기능을 갖춘 상가건물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 논의를 거쳐 마련한 개정안에서 빠지면서 권리금 분쟁해결은 민사소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한 변호사는 "소송이 진행되면 빨라야 6개월에서 1년가량 걸릴 수 있다"며 "권리금 감정평가비용과 변호사 선임비 등을 고려하면 권리금이 적어도 5000만원은 돼야 소송을 하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영세임차인을 위한 것임에도 임대료 상승이나 세금부담 등 세입자들이 입는 혜택보다 자칫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최원철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입지가 좋은 상권의 경우 건물주가 권리금 리스크를 월세를 높여 보상받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제까지 암암리에 거래되던 권리금이 노출되면서 권리금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부과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