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집, 살고 싶나요 사고 싶나요"

배규민 기자
2016.03.02 03:30

"집을 사야 하는데 강남3구는 가격 부담이 크고 다른 지역 추천해 주세요.", "경기도 ○○시에 아파트가 하나 있는데 지금 팔아도 될까요?"

건설부동산부 기자로 있으면서 자주 받는 질문들이다. 부동산 경기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불투명해진 요즘, 집 가진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지금 아니면 내년?", "지역은 어디?" 등 전셋집 찾기에 지친 무주택자들은 집을 사야 할지, 만약 산다면 언제 어디에 사야 하는지가 고민거리다. 집 가진 사람들은 주택 경기가 더 나빠지기 전에 팔아야 하는지 아니면 더 시간을 갖고 기다려야 하는지가 고민이다.

하지만 요즘은 전문가들조차 답이 없다고 손사래를 칠 정도다. "살고 싶은 집을 추천해 주는 것은 비교적 쉬워요. 근데 집값이 오르는 것까지 장담하기는 힘들죠." 한 부동산 전문가의 하소연이다.

이 같은 고민은 집에 대한 생각 차이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집을 '투자'의 수단이 아닌 '거주'의 개념으로 봐라. 더 이상 집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는 말에 수긍은 가지만 막상 자신의 일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왕이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좋지. 살기도 좋고 나중에 시세차익도 거둘 수 있다면 금상첨화 아니겠어."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이다.

살고 싶은 집과 투자 목적의 사고 싶은 집이 일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더 집을 어떤 관점으로 볼지, 그 기준을 뚜렷이 할 필요가 있다. '투자', '시세차익'이라는 짐을 내려놓고 살기 좋은 집만을 생각하면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진다. 아파트 외에도 빌라, 단독주택, 임대주택 등 주거 형태도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078만원으로 전년보다 3.8% 올랐다. 국민주택 기준인 85㎡(전용면적)라면 분양가는 약 5억4000만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연봉 5000만원 직장인이 11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금액이다. 연봉의 절반을 저금하면 22년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집만 사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평가한다. 거액의 대출까지 받아가며 아파트 분양에 목을 맬지 아니면 나와 내 가족에 딱 맞는 집을 찾아 나설지 고민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