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늘 사는 건설업계, 내일을 보는 정부

신희은 기자
2016.03.07 06:55
신희은 기자

"어렵게 살려낸 주택시장의 불씨를 꺼뜨리는 과도한 규제다." (건설업계)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다." (금융당국)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에 기세가 꺾인 건설업계가 당국에 발끈하고 나섰다. 업계는 대출규제가 주택시장은 물론 우리 경제 전체를 침체로 몰고 갈 수 있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당국은 철회는 전혀 검토 대상이 아니라며 맞섰다.

업계의 볼멘소리는 몇 달새 급변한 주택시장을 들여다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반짝 호황'을 누린 분양 시장은 올 초 경기권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대출규제의 직격탄을 제대로 맞았다.

규제 직후 중도금 집단대출 승인을 받지 못한 사업장부터 시중은행의 대출 거부로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업장까지 주택시장은 말 그대로 '아우성'이었다. 거래도 치명타를 입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457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반토막'이 났다.

업계 입장에선 공급과잉 우려도 과도하고, 가계부채 측면에서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역대 최저 수준인데 당국이 갑자기 '현재' 멀쩡한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으니 억울할 만도 하다.

반면 당국의 시선은 '미래'에 맞춰져 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낮고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비록 지금의 가계부채가 위험한 수준은 아닐지언정 이 상태로 계속 가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이미 10여년 전부터 나온 얘기다.

당국이 하물며 선거를 앞두고 집값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출규제를 감행한 데는 가계부채 위험이 한계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장 '오늘'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당국을 비난할 순 없는 노릇이다. 아파트를 사면서 60~70% 이상 대출을 받아 이자만 내고 살다가 금리가 오르거나 집값이 떨어져 순식간에 '하우스푸어'가 양산되면 당국은 뭐했느냐고 비난할 게 뻔하다.

문제는 정책 일관성이다. 지난해 시원하게 풀어준 규제를 올해 다시 조이는 '롤러코스터' 정책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당시엔 작년처럼 시장이 과열될 줄 몰랐다고 변명하면, 단 1년도 내다보지 못하는 당국에 또 실망할 뿐이다.

업계와 당국의 '옥신각신'을 지켜보는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앞으로 집값은 크게 오르지 못할 것이며 소득 수준에 맞는 대출을 받아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으라는 당국을 신뢰해도 되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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