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안 되면 되게 하라'
한 때는 한국인의 성실과 근성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무리를 해서라도 약속을 지키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무조건 해내는 게 당연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성공하면 '의지의 한국인'이라고 주변에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눈부신 경제성장도 그 덕에 가능했다.
하지만 특유의 '빨리빨리', '무조건' 문화는 어느덧 바꾸지 않으면 안될 사회적 병폐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일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소위 사회적 약자에게 손쉽게 전가할 수 있는 구조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불과 20년 남짓한 사이에 전체 근로자의 45%가량이 비정규직이 됐다. 정규직 근로자보다 처우가 열악한 비정규직은 '돈' 문제로 귀결되는 안전에 대한 권리를 정당하게 요구하기 어렵다.
최근 발생한 경기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붕괴사고를 들여다보면 이 같은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원청업체 포스코건설은 하청업체가 고용한 일용직 근로자가 일하는 현장의 안전을 매뉴얼에 따라 신경 써서 챙기지 않았다.
최저가입찰로 공사를 따낸 하청업체가 고용한 근로자들은 숙련된 인력도 아니었고, 빠듯한 납기 탓에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을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을 것이다.
안전문제를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하청업체는 비정규직 근로자 개인에 떠넘기는 행태가 마치 거대한 '먹이사슬'처럼 건설현장에 만연해 있다. 그러다 사고가 발생하면 작업 과정에서의 과실로 책임을 몰아가는 일도 빈번하다.
안전을 돈과 맞바꾸는 바람에 수많은 생명을 잃은 대형 참사를 수없이 겪었는데도 현장이 바뀌지 않는 책임은 원청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에 느슨한 당국에 있다.
특정 사고 현장의 책임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애도하는 것만으로는 안전사고를 차단할 수 없다. 구조와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비슷한 안전사고는 올해고 내년이고 또 다시 되풀이될 것이다.
당국은 원청업체가 현장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고 사고시 무한 책임을 지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또 궁극적으로는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들로만 구성된 인력이 현장에서 무리하게 일을 하는 구조를 없앨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싼 값에 수주한 공사의 이윤을 더 남기기 위해, 무리하게 잡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사회적 약자의 생명을 담보로 '빨리빨리'를 외치는 일을 더 이상 용인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