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의도 마천루'의 꿈

김지훈 기자
2018.11.23 04:35

"아파트보다 선호되는 주거양식은 아니죠. 아무래도 시세가 아파트보다는 낮고 상가 공실 리스크도 있으니까요."

서울 여의도 한 노후 아파트 단지의 주상복합 재건축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정비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곳은 아파트로 재건축하고 싶어도 용도지역이 '상업지역'으로 지정돼 아파트로 다시 짓는 것이 불가능한 곳이다. 현행 건축제도 상 상업지에서 주거시설을 지으려면 판매, 업무 등 비주거시설이 포함된 주상복합형식으로만 건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비주거시설 의무비중 축소 규정 등이 입법 예고되면서 상업지 단지들에선 비주거시설을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주거시설 용적률 상한을 높여주는 규정도 신설됐으나 임대주택 건립 의무가 있어 실현될지 미지수다.

여의도 주거지역 주민들도 비주거시설 비율 등 주상복합 계획을 둘러싼 고민에 빠질 수 있다. 서울시가 빠르면 내년 상반기 발표될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비롯한 도시계획에 기존 주거지의 용도지역을 변경시켜 초고층 주상복합 개발을 유도하는 방안을 구상해서다. 지역 발전대책 성격으로 주상복합 신축 카드가 7년 만에 다시 나온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11년 서울시는 여의도 11개 아파트 단지를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해 70층 랜드마크 빌딩과 평균 40층 높이의 주상복합을 건설하는 내용의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주민들이 높은 기부채납(공공기여) 비율을 의식해 호응하지 않으면서 대대적 개발 구상은 전면 백지화됐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에 대해 개발에 대비한 가이드라인일 뿐 실현은 주민 호응에 달려 있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사업성 우려로 불발될 계획이라면 그간 입안에 공을 들여온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의도를 주거·상업·녹지공간이 어우러진 초고층 국제금융도시로 만들고 싶어 한다. 주상복합 건립에 탄력을 불어넣을 추가 방안이 없다면 해당 계획 입안 과정에서 정비계획 심의 절차가 유보된 노후 주거지 주민들의 허탈감만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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