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21차 민생토론회에서 무모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급격한 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한 국민 부담이 급증하고,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공시가격보다 실거래가격이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의 무리함이 체감되고 있던 상황에서 던져진 실무적인 보완 작업이 필요한 중요한 화두이다.
공동주택의 경우 2030년(단독주택은 2035년)까지 시세의 90%가 목표인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공시가격이 2021년 19.05%, 2022년 17.20%나 급등했다. 그 여파는 누진적 세율구조에서 세율 인상 및 시장공정가액 비율 인상과 중첩되면서 종합부동산세 폭탄이 만들어졌고, 의도치 않게 소득 없이 집 한 채만 가진 은퇴 노년 가구도 그 폭탄을 짊어지는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졌다. 이 밖에도 공시가격이 건강보험 등 60여 개 행정·복지제도의 기준으로 이용됨으로 인해 적지 않은 가구들의 준조세 부담이 급증하는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노출되었다.
어찌 보면 지난 정부의 과격한 공시가격 현실화 과정에서 만병통치약의 기능을 담으려 했던 국내 공시가격 제도의 문제점이 여실히 노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목적을 지닌 제도에 공시가격이란 불안정한 자산가치를 유일한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다. 목적별로 자산가치 대비 차별화된 기준이 요구되고, 대상에 따라서는 자산가치가 아닌 소득이나 임대 수입 같은 현금흐름 기준이 합리적인 제도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건강보험료는 소득 기반 기준이 요구되는 경우로 자가의 경우에도 귀속임대료와 같은 임대 가치를 기준으로 활용함으로써 안정성을 유지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최근 이자율 하락으로 가격 급등이 발생했다고 임대소득이 급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의 공공연한 목적은 고가주택 및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높임으로써 투기적인 행태를 차단하여 가격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그 편협한 목적 자체도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은 교과서적인 재산세의 임대료 전가 효과이다. 이자율의 하락으로 월세가 안정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공시가격 인상과 연결된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 급증은 문재인 정부 기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실거래가 지수로 30% 이상의 월세 급등을 초래했다. 동일한 현상이 노무현 정부 종부세 강화 시기에도 나타나 부동산114 월세 지수로 2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었다. 종부세의 임대료 전가 효과는 현실이다.
많은 행정·복지제도의 운영에 있어 공시가격 기반 기준을 개편하는 것은 장기적인 과제이다. 그러나 공시가격 현실화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을 단기적으로 수습하는 타협안은 보유세 과세용으로 시세 대비 상당한 충격 완화 폭을 허용함으로써 연계된 준조세 부담도 함께 덜어 주는 것이다. 동일한 주택의 실거래가도 매수자와 매도자의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 10% 정도의 거래가 편차는 쉽게 발생한다. 여기에 더해 최근 가격 하락기에서 겪었듯 단기적인 가격 변동성은 20~30%에 달했다. 그런 거래가격의 불확실성 및 불안정성을 고려하면, 현재의 시세 대비 60~70% 정도의 현실화율이 안정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목표를 현실화하는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