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00억 강남 아파트와 명품, 베블런 효과

김평화 기자
2025.02.21 05:45
(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서울시가 지난 12일 5년 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조정하면서 해제 지역(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을 중심으로 호가가 오르고 있다. 특히 서울 아파트값의 풍향계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는 일제 상승폭을 키우며 가격 상승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1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평균 0.02% 오르며 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강남(0.03%→0.08%) △송파(0.13%→0.14%) △서초(0.06%→0.11%) 모두 상승폭이 확대됐다.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정보가 게시돼 있다. 2025.2.1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175㎡가 최근 106억원에 거래됐다. 3.3㎡당 2억원 수준. 송파구 잠실에선 불과 닷새만에 실거래가가 2억5000만원 오른 아파트가 있다.

강남권에서 연일 신고가 기록이 나온다. 비쌀수록 잘 팔린다. 경제학의 수요-공급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 '베블런 효과'다.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저서 '유한계급론(The Theory of Leisure Class)'에서 "수요-공급 법칙이 틀렸다"며 이 효과를 주장했다.

강남 아파트는 명품이자 사치재다. 서울시가 앞서 약 5년 간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브랜드'를 부여한 '잠청대삼(잠실·청담동·대치동·삼성동)' 부동산은 최근 토허구역 지정이 해제되자 불이 붙었다. 눌려있던 가격이 천장을 뚫는다. 일부 집주인들은 호가를 수억원씩 올린다.

'프리미엄'이 붙는다. 1월 기준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초보다 높다. 불황이 무색하다. 구매력있는 이들은 오히려 불황 때 명품을 사모은다. 안전자산이자 가치재라는 인식에서다. 같은 기간 도봉·노원구 등 서울 외곽 매매가격지수는 20% 가까이 하락했다. 수요는 적고 공급은 많았기 때문이다.

중요한건 앞으로다. 이미 많이 오른 강남만 더 오를까, 오히려 내린 서울 외곽까지 열기가 확산될까.

2017~2022년 활황기 때는 서울 집값이 순차적으로 올랐다. 강남에서 시작해 서울 외곽까지, 신축·구축을 가리지 않고 다 올랐다. 포모(FOMO·나만 소외된다는 두려움) 현상이 확산됐다. 2%대 저금리는 '영끌 모험'을 부추겼다. 그때만큼은 서울 전역이 명품으로 여겨졌다. 비쌀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가 통했다.

지금은 다르다. 서울 외곽에 고점 대비 20~30% 낮은 가격의 매물이 쌓여도 찾는 이가 적다. 그사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3%대에서 4~5%대로 높아졌다. 저가주택 '소자본 영끌' 매력이 떨어졌다. '베블런 효과'가 더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니, 가격은 당연히 떨어진다.

주거지가 '계급'이 됐다. 현금을 모아 '강남 입성'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집 한 채에 100억원이 넘는 게, 불과 며칠만에 수억원이 오르는 게 합리적일까. 베블런 효과는 '소비자는 합리적'이라는 가정과 대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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