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주거시장에서 '하이엔드'를 내세운 신축 건물이 설계·광고와는 다른 모습으로 지어져 입주자들을 당황케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분양 당시 약속한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지 않아 법적 분쟁이 진행중인 곳도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올초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펜트힐 캐스케이드'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조사를 진행중이다. 조사대상은 사업 시행자인 유림아이앤디 등의 부당한 표시광고행위에 대한 건이다.
'펜트힐 캐스케이드'는 유림아이앤디가 시행을 맡고 롯데건설이 시공했다. 시행사는 분양 당시 △조·석식 서비스 △홈키핑 △발렛파킹 △골프 라운지 △호텔식 컨시어지 △세탁 서비스 △프라이빗 스파 등 다양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지난 2023년 2월 입주 이후 2년3개월이 지나도록 모든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시행사는 계약서상 의무사항이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펜트힐 캐스케이드' 수분양자들에 따르면 유림아이앤디는 장소제공만 하고 커뮤니티 서비스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한 수분양자는 "시행사 주장대로라면 어떤 시행사든 무엇이든 제공한다고 광고할 수 있고 피해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수분양자들은 시행사를 사기분양 혐의로 형사 고소하고 민사소송도 병행중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소비자 기만에 해당하는 과장광고이며 신뢰 위반 소지가 크다"고 했다. 시행사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분양자들이 아니면 직접 상담하지 않는다"며 "답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를 활용해 수분양자를 모집하는 경우 시행사와 분양 대행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다. 이번 경우는 롯데건설과 직접적인 분양대행 계약 관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건설은 설계나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단순 도급 형태로 인허가 난 설계 도면대로 공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와 광고는 화려하지만 현실은 다른, 이른바 '광고-시공 괴리'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앞서 라미드 그룹이 시행한 논현동 '보타니끄 논현'도 과장광고와 부실시공 관련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청담동 '디아드 청담1'은 조감도와 완공된 외관이 달라 화제가 됐다. 고급 주거를 내세운 분양 광고에서 조망권, 입지, 외관, 커뮤니티 서비스 등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표현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부당광고 대부분 계약서 외적인 설명으로 간주돼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가 많아 실제 입주민들이 구제받기는 쉽지 않다. 사실상 소비자를 기만한 사기 행위에 가깝지만 법적 제재는 미미하다. 제도적 공백이 있다.
전문가들은 광고와 실제 시공·운영 결과 간 괴리를 줄이기 위해 분양광고에 대한 사전심의제 도입과 광고·계약 간 연계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고급 주거상품의 '하이엔드 마케팅'에 대한 자율규제 기준 마련과 함께 분쟁 발생 시 분양사 책임을 명확히 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