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화국 서울에도 이런 건물이?…예술성·공공성 품은 건축

김지영 기자
2025.08.09 09:15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로 생각공장 당산, 남동측에서 바라본 전경 /사진제공=서울시

삭막한 회색 도시,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던 서울의 이미지 속에 기능을 넘어서 예술성과 공공성을 품은 건축물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익숙한 듯 낯선 건축물들 사이에서 한국 건축, 서울의 도시 경쟁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둘러봤다.

지난 7일 서울시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국내 건축가들의 작품성과 도시경관 기여도를 직접 소개하는 '서울 건축기행'을 기획했다. 서울시장 오세훈이 직접 현장을 방문했던 '서울시 건축상' 수상작들을 중심으로 실제 건축가가 시민과 동행하며 공간을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로의 아파트들 사이에 가운데가 뚫린 독특한 건물이 눈길을 끈다. 이름하여 '생각공장'. 2023년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을 받은 이 공간은 카페와 상가, 오피스가 결합된 지식산업센터다. 지난 2023년 '제 41회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영등포 지역에 위치한 지하 4층~지상 15층의 3개 동으로 구성된 연면적 약 10만㎡(약 3만 평) 규모로 정림건축종합건축사무소가 공간 설계를 맡았다. 김동관 건축가는 3개 동 중앙에 광장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주변에 열린 공간을 볼 수 있다"며 "테라스와 공용공간을 특화하는데 중점을 뒀고 사용자나 주변 시민들울 위한 환경을 만들려고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3개 동을 관통하는 곳곳에는 열린 마당과 유리창 너머로 자연광이 가득 들어오는 구조다. 건물 사이사이에 조경을 통해 오솔길 같은 느낌까지 준다.

원래는 단층짜리 물류센터로 활용되던 부지에 처음 생각공장이 들어설 때 주변 아파트에서는 민원이 많았다. 전형적인 오피스 건물, 임대 건물이 들어서 아파트 시야를 가리거나 일조량이 달라질 것을 우려해서다. 김 건축가는 "열린 공간을 만들어서 주민과 소통하는 과정을 계속 거쳤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보여드리며 어렵게 넘어갔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와 건물 사이에 대로변에 큰 길이 있지만 생각공장을 주변으로 새로운 길을 더 냈다. 주변과의 상생, 조화를 위해 고민한 결과다. 김 건축가는 "저희 대지가 150m이상 되는데 길이 없으면 다 돌아가야 한다"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 50m 정도 거리를 가깝게 했고 차가 다니는 대로변 보다는 숲길의 느낌을 살려 걷고 싶은 길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생각공장 내부중정 /사진제공=서울시

생각공장과 아파트 사이 벽돌로 지어진 건물은 어린이도서관인 '행복공장'으로 공공적 기능까지 갖춘 셈이다. 김 건축가는 "큰 건물도 신경 썼지만 행복공장을 설계를 하면서 더 재밌었다"며 "내부 안 쪽에 나선형 계단을 만들어 아이들이 책도 보고 앉아서 쉴 수도 있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일률적인 형태의 아파트 숲 사이에 뾰족한 박공지붕이 연이어 어깨를 맞대고 있는 신길중학교. 2022년 서울특별시 건축상 대상 수상작이다. 벽돌색, 흰색 건물들이 불규칙적으로 섞여 해 오밀조밀 모인 주택단지처럼 지어졌다. 기존의 획일적인 교실 배치를 탈피해 다양한 학습과 놀이가 가능하도록 공간을 유연하게 구성했다. 신길중학교는 대지면적 9999㎡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다 20층 이상 고층 아파트로 둘러 싸인 신길뉴타운 안에서 더욱 눈에 띄었다.

신길중학교 외부 전경/ 사진제공=서울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학교의 정원과 동선이었다. 건물 사이에 중정 형태의 정원이 총 19개 있다. 폐쇄적인 학교의 동선을 해체하고 막혀 있지 않은 순환 동선으로 설계했다. 건물 옥상에는 잔디가 깔린 정원이면서 정문이 있는 1층으로 바로 내려 갈 수 있도록 계단이 연결돼 있었다. 옥상과 마당, 중정 등 정원과 열람 공간, 미로처럼 이어지는 복도들은 마치 미니 캠퍼스나 카페를 연상케 했다. 교실에서든 복도에서든 도서관에서든 어디에서나 정원으로의 접근이 편리하다.

이현우 이집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이 학교는 직방형의 획일화 된 학교 건물 말고 주변 경관을 생각하고 위압적이지 않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설계를 했다"며 "학생들이 공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짧은 쉬는 시간에도 바깥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신길중학교 교실 옆 마당. 옥상과 마당, 중정 등 정원과 열람 공간, 미로처럼 이어지는 복도들은 마치 미니 캠퍼스나 카페를 연상케 했다./ 사진=머니투데이

서울특별시 동작구 대방동 노량진근린공원 안 오래전 지어진 군사시설을 리모델링한 벙커 대방청소년 문화의 집. 입구에서 좁고 동굴같은 통로로 연결된 공간이 펼쳐져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마치 우주선이나 비밀기지로 입장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2023년 제 41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공공부문 우수상 수상작인 이 공간은 청소년을 위한 교육·놀이·커뮤니티 거점이 됐다. 지하 벙커 공간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넓은 계단식 공연장과 다층 구조로 층을 나눠 아이들이 운동을 할 수 있는 스포츠 시설까지 갖췄다.

설계자 조진만 건축사는 "아이들을 위한 실내 시설은 채광도 좋고 단열, 환기 등이 중요한데 지하라는 공간은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다는 게 큰 장점"이라며 "아이들에게 신선한 공기를 유입하기 위해서 입구를 만들기도 했다"며 공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이번 작품을 기획하면서 벙커라는 특별한 스케일의 공간이 가지는 특성을 활용했다"며 "여의도나 경희궁 인근에 방치된 벙커가 있어 간헐적으로 전시 등에 운영되지만 여기만큼은 활발하게 상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국내 건축가들의 역량을 세계무대에 알리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290억원을 투입해 새로운 국제도시공간디자인 상을 만들고 국제설계 공모 시 국내 건축가 참여 비율을 늘릴 계획이다.

서울특별시 동작구 대방동 노량진근린공원 안 오래전 지어진 군사시설을 리모델링한 벙커 대방청소년 문화의 집. /사진제공=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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