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핵심지인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공공주택 개발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서리풀1지구 주민들은 최근 정부의 보상 방안에 반발하며 사업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고 이미 한 차례 공청회를 무산시킨 서리풀2지구 주민들은 이번주 예정된 2차 공청회까지 저지하겠다고 나섰다. 반면 최근 보상 절차를 앞당기는 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속도전에 나선 정부는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겠단 입장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오는 12일 오후 서리풀지구 전략영향환경평가 공청회를 개최한다. 지난 10월 예정됐던 1차 공청회가 주민 반발로 무산된 이후 두 번째 공청회다.
서리풀2지구 주민들은 2차 공청회도 저지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수도권 주택공급을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지정을 해제하고 서리풀1·2지구에 각각 1만8000가구, 2000가구 등 총 2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중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서리풀2지구 주민들은 집성촌인 송동마을·식유촌마을과 신자 4000여명이 소속된 우면동 성당의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종교계까지 가세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우면동 성당을 유지하기 위해 천주교 서울대교구 서초12지구 11개 성당 사제단이 지난 10월 반대 성명을 낸 데 이어 오는 12일에도 성당과 마을의 존치를 요청하는 호소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리풀2지구 주민들은 "9519명의 서초구 11개 성당 신자들과 주민들은 서명을 통해 강제 수용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서울시의회 역시 지난 3월 취락지구 존치 청원을 가결한 바 있다"며 "사제단과 신자 9500여 명의 청원에도 불구하고 지구 지정 및 강제 수용 절차를 일방적으로 서두르는 현재의 강압적인 추진 방식을 즉각 중단하고 이른 시일 내 국토부·서울시 관계자와 마을 대표가 공식적으로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정부가 주택공급 속도전을 위해 개정한 공공주택 특별법도 강압적 방식이라고 보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일 공공주택 지구지정 이전에도 협의매수 절차에 착수할 수 있는 내용의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공포·시행하면서 내년 1월 지구지정을 앞둔 서리풀지구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지구지정 전 주민들과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해 보상 소요기간을 최대 1년 이상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수용 과정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이유로 협조 장려금과 이행 강제금 제도 도입, 지구지정 전 도시계획 공모 등 지금까지 시행된 적 없는 강압적인 방식을 서리풀지구에 최초로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며 "강압적으로 진행되는 국토부의 강제 수용 방침에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같은 반발에도 국토부는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해나갈 전망이다. 관련법상 사업시행자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려면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를 거쳐야 하지만 2회 이상 공청회가 무산될 경우 이를 생략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청회가 2회 이상 무산되면 생략하고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을 만나 설명하고 요구사항을 검토하면서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법 개정 전에는 기본조사를 시작할 수 없어서 제한된 부분이 있었지만 이제 가능해진 만큼 설득하고 논의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없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