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가스'로 마취해 침 놓은 한의사…의사들 "살인 행위나 다름없다"

'웃음가스'로 마취해 침 놓은 한의사…의사들 "살인 행위나 다름없다"

정심교 기자
2026.04.02 17:33
2일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대한마취통증의학회·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는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한의원에서 아산화질소를 사용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2일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대한마취통증의학회·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는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한의원에서 아산화질소를 사용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최근 일부 한의원에서 침을 아프지 않게 놔주겠단 이유로 '아산화질소'라는 진정마취제(전문의약품)를 사용한 것에 대해 의사들이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살인 행위"라며 "한의사들은 의사의 면허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2일 대한의사협회(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대한마취통증의학회·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는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아산화질소 사용 등 한의사의 면허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 시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의료 전문가로서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입장을 냈다.

앞서 부산해운대경찰서는 최근 한의사가 의료용 아산화질소를 진정마취에 사용한 행위에 대해 '보조적 사용'이라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도됐다. 이에 대해 임춘학 고려대 의대 마취통증의학교실 교수는 "아산화질소는 단순한 보조제가 아니라 환자의 의식과 호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마취제"라며 "사용 과정에서 고도의 의학적 판단과 응급대처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전문의약품"이라고 설명했다.

아산화질소는 이른바 '웃음 가스'로도 불린다. 기체를 흡입하면 얼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 마치 웃는 것처럼 보여서다. 하지만 임 교수는 "아산화질소가 웃음가스로 불린다고 해서 결코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물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산화질소가 투여되면, 체내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저산소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뇌 손상이나 심장 손상으로 인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을 내포한다. 박상호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아산화질소는 반드시 실시간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의사만 사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치과 치료 도중 아산화질소를 이용한 진정마취를 받던 환자가 의식을 잃었다. 해부학과 현대 의학적 생리학을 전공한 의사조차도 마취 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호흡 정지나 심정지 같은 초응급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단 얘기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사들은 "응급상황에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대처 능력이 없는 한의사들이 아산화질소를 사용하는 건 '살인 행위'와 다름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날 이재만 의협 정책이사는 "기도가 막히거나 호흡이 멎었을 때 즉각적인 기관내삽관과 심폐소생술, 약물 투여 등 현대의학적 응급처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환자의 생명은 단 몇 분 내에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관련 교육과 수련을 받지 않고, 자격조차 없는 한의사가 마취 가스를 다룬다는 건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날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대한마취통증의학회·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는 "정부와 수사당국은 한의사의 아산화질소 사용 시도를 즉각 중단시키고, 면허 범위를 벗어난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또 △진정마취 행위에 대한 명확한 처벌 기준을 마련하고, 비전문가의 불법 자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한의사의 무면허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 강력한 규제와 처벌 대책을 즉각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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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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