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서 목소리 높이는 국민연금, '중국·아동 성착취' 보고 의안에 반대

월가서 목소리 높이는 국민연금, '중국·아동 성착취' 보고 의안에 반대

김지훈 기자
2026.04.02 17:32

미국서 反 ESG 정서 보수우파 측 주주제안…기업 제안 이사 연임안 등도 반대

국민연금 올해 해외 상장사 주주총회 의결 내역/그래픽=김다나
국민연금 올해 해외 상장사 주주총회 의결 내역/그래픽=김다나

국민연금이 올들어 반(反)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향이 강한 미국 보수 성향 단체가 애플·비자 등에 제기한 주주제안에 반대하는 등 해외 증시 의안 4건 중 1건을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에 대해서는 중국 관련 리스크 보고 안건을 반대했고, 비자에 대해서는 주주제안인 온라인 아동 성착취 리스크 보고 주주제안을 포함한 주총 안건 절반을 반대했다.

2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들어 지난 25일까지 해외증시 상장사 6곳의 주주총회에 상정된 의결 안건 41건 가운데 31건을 찬성했고 10건에 반대했다. 세부적으로 △애플(의안 5건·찬성 3건·반대 2건) △비자(의안 8건·찬성 4건·반대 4건) △코스트코(의안 4건·찬성 2건·반대 2건) △마이크론(의안 5건·찬성 4건·반대 1건) △지멘스(의안 8건·찬성 8건) △노바티스(의안 11건·찬성 10건·반대 1건) 등 주주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이 반대했던 의안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도가 높았던 안건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애플의 2월 주주총회에서 제안된 중국 관련 리스크 공개 안건이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보수주의 민간 싱크탱크 국가공공정책연구센터(NCPPR)가 제기한 안건이다.애플 제품의 약 90%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고, 높은 관세가 적용될 경우 아이폰 생산비용만 연간 최대 100억 달러(약 14조원)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제안 근거였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애플이 관련 정책 및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고 판단한 데 따라 반대했으며 해당 안건도 부결됐다. 애플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또 다른 의안은 아서 레빈슨 사외이사 연임안이었다. 국민연금은 사외이사 재임 기간이 20년을 초과해 장기 연임에 따른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대 했다. 다만 레빈슨 이사 선임안은 찬성 다수로 원안 가결(선임)됐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6.3.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6.3.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올들어 국민연금이 가장 많은 반대표를 행사한 곳은 뉴욕증시 상장사인 비자였다. 비자가 제출한 정관변경안에 대해서는 이사·임원의 신의성실 의무(회사를 위해 성실하게 일해야 하는 법적 책임) 이행 동기를 줄여 주주가치를 해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온라인 성착취 리스크 보고·포용성 프로그램 투자수익률(ROI, 투자 대비 이익 비율)·서면결의 도입 등 3건의 주주제안에도 반대했다. 이 가운데 온라인 성착취 리스크 보고는 미국의 보수 성향 투자자문사인 바우어리서치가 미국 오클라호마주 담배합의기금을 대리해 제출한 주주제안이다. 비자의 글로벌 결제망이 AI(인공지능)로 생성된 딥페이크 음란물 및 아동 성착취물(CSAM)의 제작·유통에 자금줄로 악용될 위험을 회사가 어떻게 통제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평가하고 공개하라는 안건이었다. 바우어리서치는 미국 보수 진영 여론 형성에 앞장서는 보수 우파 진영인사 제리 바우어가 설립했다. 이번 안건은 토드 러스 오클라호마주 재무장관이 앞장서서 찬성표를 호소했다.

국민연금은 회사가 이미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포용성 프로그램 ROI 보고도 애플에 중국 리스크 보고를 요구했던 NCPPR이 제안한 안건으로 국민연금이 미국 보수 우파진영들이 정치 쟁점화한 의안들에 거듭 반대한 것이다. 주총 결과 정관변경안은 가결됐으나 주주제안들은 모두 부결됐다. 국민연금은 의안 반대의 구체적 배경에 대해서는 "개별 안건에 대해서는 의견을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국민연금은 해외 의결 방식에 대해서는 "기금운용본부에 설치된 투자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결정하고 기금운용본부에서 판단하기 곤란한 경우 수탁책임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하며 기금운용본부가 행사한다 "고 했다.

국민연금의 국내외 주총 의결은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원칙) 강화를 공언한 김성주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취임하면서 자본시장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국민연금은 올들어 의결권 행사 전담조직을 국내와 해외로 분리했다. 자본시장에선 국내외 의결에서 전문성과 효율을 높이는 행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의 해외 의결은 반대비율이 2024년(26.65%), 2025년(25.32%) 등 국내(2024년 20.79%, 2025년 23.09%)보다 꾸준히 높게 나와 국내외 반대율이 수렴할지, 아니면 격차를 보일지도 주목된다. 국민연금 측은 해외에서 반대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했다.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수익률은 지난해 잠정치 기준 19.74%로 국내주식(82.44%)는 밑돌았지만 사모펀드(PEF) 출자 등 대체투자(0.32%)에 비해 높은 성과를 달성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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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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