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등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서울의 최상급지로 불리는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집값 오름세가 꺾인 것은 약 2년 만의 일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집값 오름세 진정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전월세 매물 감소 등 남아 있는 변수들이 제거된 후에서야 집값 방향성이 구체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6일 한국부동산원의 2월 넷째 주(23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와 용산구의 매매가가 하락했다. 강남구가 0.06%, 송파구가 0.03%, 서초구가 0.02%, 용산구가 0.01% 내렸다. 나머지 21개 자치구가 모두 상승하면서 서울 전체로는 0.11% 올랐지만 서울 최상급지에서 하락 거래가 체결되며 가격이 내린 것이다.
최근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 발언은 물론 개인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한 압박 메시지를 여러 차례 냈다. 이 과정에서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확정됐고 이후 강남 3구와 용산·성동구 등 이른바 상급지를 중심으로 가격을 낮춘 '하락 매물'이 눌어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784건이다. 1달 전과 비교해 27.0% 불어난 수준이다. 매물이 가장 많이 늘어난 자치구는 성동구(1966건)로 무려 61.0% 증가했다. 광진구(47.8%), 송파구(45.1%), 동작구(45.0%), 마포구(43.3%), 강동구(43.0%) 등 한강벨트의 매물 증가세도 뚜렷하다. 서초구(8052건)와 강남구(9236건), 용산구(1656건)도 28.1%, 21.4%, 29.6% 각각 늘었다.
강남3구와 용산에서는 이전 가격보다 몸값이 수억원 낮아진 하락 거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강남구 청담현대3차 전용면적 109㎡는 지난 3일 34억원에 거래됐다. 약 한달 전 최고가 거래 45억원에 비해 11억원이 내린 가격이다. 지난해 11월 41억8000만을 찍었던 용산구 신동아 아파트 전용 83㎡는 지난 13일 38억원에 거래가 체결됐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다주택자들이 정부 압박에 급매로 내놓은 하락 매물이 실제 거래 체결로 이어지면서 강남 3구 등의 아파트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주택시장 규제 강화 분위기 속에 집값 상승 기대는 크게 꺾인 상태다. 지난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CSI는 108로 전월 대비 16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2022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가격조정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몸값을 한층 낮춘 급매물 출회가 이어지면서 강남 3구발 가격조정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강남권으로 갈아타고자 하는 한강벨트 내 실수요자들의 매도 움직임이 더해지며 이같은 가격흐름이 한강벨트 등 다른 중상급지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러한 조정 흐름이 중장기 가격 방향성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5월9일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무주택자에 한해 다주택자의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매물을 허용했지만 대출 및 거래규제 기조가 이어지는 한 실제 계약 체결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이 특히 우려하는 지점은 전·월세 시장 불안정이다. 규제 강화로 월세화가 진행된 시장에서 향후 예상되는 조세부담이 월세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월세를 받아서 보유세를 충당하는 조세 전가가 일어날 수 있다"며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