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환율에, 고민 깊어진 해외건설

배규민 기자, 남미래 기자
2026.03.10 04:00

원/달러 1490원대 후반 진입
매출 원화환산액 늘지만… 원자잿값·물류비 부담도 커져
업계, 환헤지 전략으로 리스크 대비… "단기적 영향 제한"

환율 상승 시 건설 생산비용 영향/그래픽=김다나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수준인 1490원대 후반까지 치솟으면서 해외 프로젝트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의 손익에도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환율상승은 달러 매출의 원화 환산액을 늘리는 플러스 효과가 있는 동시에 수입자재 가격상승, 물류비 부담 등 마이너스 요인이 되기도 한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보다 19.1원 오른 1495.5원에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2일 종가(1496.5원) 이후 약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외환시장에서는 종가 기준 환율 1500원 돌파가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환율상승이 원가와 매출에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먼저 매출에서는 '플러스' 측면이 더 크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환율상승은 해외 건설업계에 비교적 유리하게 작용한다"면서 "달러로 공사비를 받는 구조라 환율이 오르면 원화 기준 수익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따지면 유리한 요소가 6, 불리한 요소가 4 정도"라고 덧붙였다.

환율상승은 해외 입찰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해외공사비는 대부분 달러 기준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원화 기준 수익성이 개선되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입찰을 제시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공사 기성금이 달러로 들어오는 프로젝트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환율상승에 따른 환산이익 증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환율상승이 모든 해외 프로젝트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건 아니다. 독일, 미국 등의 발전소, 플랜트 등 해외 생산기자재 수입이 필수적인 경우 환율상승이 오히려 비용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환율상승은 원자재 가격과 에너지 비용에도 영향을 미쳐 공사원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실제 환율급등이 건설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도달할 경우 건설생산비용이 2023년 대비 약 3.34%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사업을 수행하는 건설사에는 환율상승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EDCF사업은 공사계약을 원화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해외 자재구매나 현지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중견 건설사들이 수행하는 일부 EDCF사업에서 환율변동에 따른 손익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건설사들도 환율변동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단순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해외매출이 원화 기준으로 커 보이는 효과가 있지만 외국산 자재를 들여올 때는 비용부담이 늘어난다"며 "환차익과 환차손이 장기적으로는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재무제표에서도 환율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으로 나타났다. 삼성E&A의 2025년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환이익은 2419억원, 환손실은 2241억원으로 집계됐다. 환이익과 환손실이 대부분 상쇄되면서 순효과는 178억원 수준에 그쳤다.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건설사들은 계약단계에서 환헤지 전략을 적용하는 경우도 많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프로젝트는 계약 당시 환헤지 계약을 체결해 환율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며 "최근 환율상승은 어느 정도 사업계획에 반영된 상황이라 단기적으로 큰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