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싸게 판다고?" 집주인도 몰랐다...문의하면 "다른 집 보시죠"

배규민 기자
2026.03.16 05:58

부동산 플랫폼 '미끼매물' 기승

서울시 부동산 불법행위 단속 결과/그래픽=이지혜

부동산 플랫폼에 실제 시세보다 낮은 가격의 아파트 매물을 올려 매수 문의를 유도하는 '미끼매물' 영업이 확산하고 있다. 집주인이 중개를 의뢰하지도 않았는데 매물로 등록되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시장 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권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집주인이 해당 중개업소에 매물을 맡긴 적이 없는데도 네이버부동산 등에 매물이 등록된 사례가 확인됐다. 가격 역시 실제 호가와 달랐다. 매도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하면서 허위 등록 사실이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이런 허위 매물 사례에서는 매물이 실제 최저 호가보다 약 500만원 낮게 등록되는 특징이 나타났다. 문제의 매물들은 해당 지역과 무관한 중개업소가 등록한 경우가 많았다. 매수자가 전화로 문의하면 해당 중개업소가 실제 매물을 보유한 현지 중개업소에 연락해 공동중개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연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허위 매물로 문의를 유도한 뒤 공동중개 수수료를 노리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매수 수요자인 A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A씨는 "포털 부동산 페이지에서 최저 호가보다 500만원 낮은 매물을 발견해 문의했더니 다른 중개업소를 연결해줬다"며 "집주인에게 확인해보니 해당 중개업소에 그 가격으로 매물을 맡긴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A씨가 처음 연락한 곳은 실제 매물이 있는 지역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중개업소였다. A씨는 두 차례 유사한 일을 겪었는데 두 번 모두 해당 중개업소가 실제로 보유하지 않은 매물이었고 플랫폼에 올라온 최저 호가보다 500만원 낮은 가격이었다.

허위 매물을 올려 문의 전화를 받은 뒤 자신이 보유한 다른 지역 매물로 유도하는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미끼 매물은 지방자치단체나 관계기관의 집중 점검 기간에는 잠시 자취를 감췄다가 이후 다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허위 매물이나 가격 왜곡 광고는 부동산 거래질서를 교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공인중개사가 업무 과정에서 고의 또는 과실로 허위·과장 광고를 할 경우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최대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실제로 지난해 표시·광고 관련 위반으로 중개업소에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서울에서만 632건에 달했다.

특히 실제 가격과 다른 매물을 등록하거나 시세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광고하는 경우 금지 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격을 임의로 낮추거나 존재하지 않는 매물을 올리는 행위는 허위 매물에 해당할 수 있으며 위법성이 확인되면 수사 의뢰나 고발 조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광고를 올린 주체가 공인중개사가 아닌 일반인일 경우 공인중개사법으로 직접 제재하기 어려워 수사기관을 통한 형사처벌 여부 판단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봄 이사철을 앞두고 허위 매물과 무등록 중개 등 부동산 불법 행위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시 부동산동향 분석시스템'을 활용해 AI(인공지능)로 이상 거래를 사전에 포착하고 허위 광고, 무자격 중개 등 거래질서 교란 행위를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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