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와 실거주 의무 확대로 발생한 임대차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서울시가 '무주택 시민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공공임대·공공분양 등 중장기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주거비 금융 지원과 전월세 안심계약 지원 등을 통해 무주택 시민의 주거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31일 신규 입주 물량 감소, 등록임대주택 만기 도래 등 역대급 전월세 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무주택 시민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전월세 시장 상황에 대해 "직장과 학교 문제로 서울 순유입 인구는 늘고 있지만 정부의 실거주 의무와 다주택자 규제로 임대 물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임차 수요와 공급 매물의 미스매치가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에 따르면 서울시 전세 매물은 2023년 3월 5만여건에서 올해 3월 1만8000건 수준으로 3분의 1 가까이 감소한 반면 전용면적 84㎡ 기준 평균 전세 실거래가는 2024년 6억4000만원에서 올 초 7억4000만원으로 2년 새 15.6% 뛰었다.
오 시장은 등록임대주택의 의무임대기간 만료도 전세난을 키울 요인으로 지목했다. 오 시장은 "올해 3만4000가구, 내년 6만4000가구가 계약갱신청구권 만료로 새 집을 찾아야 한다"며 "등록임대주택이 일반 임대로 전환되면 임대료가 기존보다 최대 1.8배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시는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전월세 금융지원 등을 통해 시민 주거안정을 꾀할 방침이다.
먼저 시는 공공주택 13만가구를 공급해 서울시민의 안정적인 주거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장기안심전세 등 기존 방식을 통해 12만3000호를 빠르게 공급하는 한편 새로운 공급유형인 '바로내집'을 도입해 2031년까지 6500가구를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바로내집은 토지임대형과 할부형의 두가지 유형으로 공급된다. 유형별 공급 규모는 공공이 소유하고 임대료를 납부해 시세의 50% 수준으로 분양하는 토지임대부형 6000가구, 분양가의 20%만 내고 잔금은 20년간 저리로 갚는 할부형 500가구 등이다. 오 시장은 "바로내집을 통해 내집 마련의 문턱을 낮추겠다"며 "할부형 바로내집은 올해부터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준공 30년이 넘어 수선유지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3만3000가구 노후 임대단지는 고밀개발을 통해 공급 속도를 앞당긴다. 가양9-1, 성산, 중계4 등 3개 단지를 재정비해 공공임대와 분양(토지임대부 4000가구 포함)을 합쳐 총 9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선도사업으로 추진 중인 상계마들·하계5단지(1700가구)는 전량 통합공공임대와 장기전세 등 임대주택으로 공급되며 2030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당장 이사에 어려움을 겪는 시민을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서울시는 공공임대 공실을 줄이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바로입주제'를 도입한다. 오 시장은 "그동안 공실이 발생하면 주택 보수에 한 달, 입주자 모집에 다섯달 정도 걸려 빈집이 장기간 방치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입주대기자를 미리 모집해 공실이 생기면 순차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비사업 이주 수요 관리도 강화한다. 기존에는 2000가구 이상 대규모 정비사업만 이주 시기를 조정했지만 앞으로는 1000가구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한다. 서울 전역 253개 구역, 총 31만가구 규모 정비사업의 이주 시기를 매달 점검해 전월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전월세 거주자의 금융지원도 대폭 확대한다. 장기안심주택 무이자 대출 한도는 기존 보증금의 30%(최대 6000만원)에서 40%(최대 7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지원 대상도 청년·신혼부부 중심에서 저소득 중장년층(250가구), 등록임대만료가구(250가구) 등으로 넓어진다.
아울러 정책 사각지대였던 중장년층 임차보증금 이자지원 제도를 도입하고 신혼부부 대상 공공임대 거주자까지 대상을 확대한다. 계약갱신요구권 만료자를 위한 한시적 이자 지원도 강화한다.
서울시는 중장년층을 위한 월세 지원과 저축 지원을 결합한 새로운 자산형성 모델도 도입한다. 만 40~64세, 중위소득 100% 이하 무주택 시민 5000명을 대상으로 월 20만원씩, 12개월간 월세를 지원한 후 수혜자들이 2년간 매월 25만원씩 적금을 납부하면 서울시가 15만원을 추가로 적립해 주는 '목돈마련 매칭통장'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2년 후 1000만원의 목돈을 모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서울형 주택바우처 대상을 주거용 오피스텔까지 확대하고 전월세 종합지원센터와 안심계약도움서비스를 통해 깡통전세 점검과 계약 동행, 분쟁 조정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에는 2031년까지 총 3조8600억원이 재정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3조6700억원은 공공임대, 공공분양 등 주택 공급에, 나머지는 주거비 부담완화(1900억원), 전월세 안전계약(25억원) 등에 사용된다. 시는 주택진흥기금, 주택사업특별회계, 공공분양 매각 수익 등을 활용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에게 집은 단순 부동산이 아니라 평온한 일상의 시작점"이며 "서울시민 2명 중 1명이 임차 세대인 만큼 중장기적 공공주택 확대를 기반으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금융·주거비 지원을 통해 무주택 시민의 주거안정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