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기금 재원 여력이 빠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연간 10조원이 투입되는 신생아 특례대출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 기조와 형평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반등 효과가 맞물리며 정부가 정책을 쉽게 축소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가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주택도시기금 운용계획에 따른 총 지출 규모는 38조1515억원으로 전년(35조3955억원) 대비 7.8% 늘었다. 이는 임대주택, 구입전세자금, 분양주택 등 주거 지원 전반에 투입되는 비용을 말한다.
주택도시기금 지출이 당초 계획 수준을 크게 웃돌 가능성도 있다. 공공임대주택 확대 기조에 따라 대규모 자금이 투입될 예정된 데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자금 집행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출 규모는 늘어나는 반면 재원은 한정적이다. 주택도시기금의 주요 재원인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정책금융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에 기금 여유자금 규모는 2021년 말 49조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14조4000억원으로 급감했다. 3년 만에 30조원 이상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여유자금 규모가 전년(10조1000억원) 대비 소폭 증가하긴 했지만 불어나는 지출 규모를 감당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연간 10조원이 투입되는 신생아 특례대출처럼 대규모 기금 지출이 필수적인 정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정부 관계자는 "기금 여건만 보면 축소가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저출산 대응 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요가 큰 정책을 조정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소득층 특혜 대출 시비도 부담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무주택자와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맞벌이 부부 기준 연 소득 2억원까지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여타 정책 대출에 비해 소득 기준이 매우 관대한 편이다. 이에 고소득층 지원 정책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효과는 분명하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99명으로 전년 대비 0.1명 증가했다. 출생아 수는 2만2916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1.7% 늘며 1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 금융 지원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