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한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은 A씨는 준공 이후 3년째 공실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잔금대출까지 받아 소유권 이전은 마쳤지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이자 부담만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잔금 미납으로 등기 이전이 지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분양이 완료됐음에도 잔금이 들어오지 않는 '미입주 리스크'가 확산하며 건설업계 재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입주 지연과 공실 장기화로 자금 회수가 막히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 차질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가 시공한 지식산업센터 '당산역 2차 SK V1'은 지난해 8월 준공승인을 받았지만 미분양·미입주 물량이 남아 잔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다. 지하철 2·9호선 더블역세권 입지에도 자금 회수가 막히면서 PF 차입금 상환을 위해 688억원 규모 추가 지급보증이 이뤄졌다.
다른 사업장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강동 '아이파크 더리버' 입주 지연으로 본PF 보증이 현실화하며 2940억원 규모 PF 차입금을 채무인수·상환했다. 신세계건설 역시 지식산업센터와 생활형숙박시설 2개 사업장에서 계약 해지와 잔금 미납이 이어지며 약 800억원을 대위변제했다.
지식산업센터 시장은 이미 공급 과잉 국면에 진입했다. 최근 3년간 공급된 65개 사업장의 평균 미분양률은 약 37%로 나타났으며 총 사업비 기준 약 8조원 규모 미회수 리스크가 잠재된 것으로 추산된다. 거래도 급감해 2025년 4분기 기준 거래량과 거래금액은 전년 대비 각각 38.4%, 39.9% 감소했다. 2021년 4분기와 비교하면 거래량은 70% 이상 줄었고 거래금액은 약 75% 감소했다.
문제는 미분양을 넘어 미입주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입주는 분양 이후에도 입주가 지연되며 잔금이 유입되지 않는 구조로, 최근에는 실제 입주와 잔금 납부까지 완료돼야 자금 회수가 가능한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리스크 시점이 준공 이후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최근 경기 둔화와 대출 규제로 잔금 납부와 입주가 지연되며 PF 상환이 막히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만기 시점 자금 회수가 지연되면서 건설사의 대위변제 등 우발채무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건설사 재무지표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 매출채권은 약 25조원 규모로 늘었고 이 중 1년 이상 회수 지연 채권은 8조원에 달한다. PF 보증 규모 역시 27조원 수준으로 확대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미입주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PF 부담이 건설사로 전이되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식산업센터 시장의 단기 반등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공급이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수요 회복이 지연되며 공실 확대와 수익률 하락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