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월세가격이 최근 빠르게 상승한다. 실거주 의무를 강화한 부동산정책 영향으로 전세물량이 품귀현상을 빚는 데다 신규주택 공급까지 줄어들면서 월세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강북 14개구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72포인트 상승한 101.34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0.45포인트 올라 100.62를 기록한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구)보다 큰 상승폭이다.
자치구별로는 광진구의 상승세가 가장 가팔랐다. 3월 광진구 월세가격지수는 전월보다 1.32포인트 오른 102.37을 기록했다. 102.02를 기록한 노원구(상승폭 1.02포인트), 101.96을 기록한 금천구(상승폭 1.18포인트) 등이 뒤를 이었다.
평균월세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35만2000원이던 평균월세가격은 올 3월 152만8000원으로 13% 뛰었다.
특히 송파·성북·강북구 등의 오름세가 강했다. 송파구는 같은 기간 154만4000원에서 210만1000원으로 36% 뛰었다. 성북구(130만1000원) 강북구(120만7000원) 등 외곽지역에서도 평균월세가격이 100만원을 넘어서는 등 전반적인 가격상승세가 이어졌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고금리 장기화와 보유세 부담을 상쇄하려는 임대인들이 월세 형태를 선호하는 데다 대출규제로 전세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임차수요도 월세로 이동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거래사례를 보면 외곽지역에서도 고가 월세계약이 이어졌다. 지난달 강서구 마곡동 '마곡엠벨리 14단지' 전용 84㎡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00만원에 거래됐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전용 84㎡도 보증금 1억원, 월세 250만원에 계약됐다.
층수와 연식차를 감안해야 하지만 같은 시기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1단지' 전용 84㎡가 보증금 1억원, 월세 310만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강남과 강북의 월세 격차도 점차 좁아지는 분위기다.
월세거래 비중도 빠르게 확대됐다. 전세물량 감소로 임차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면서 가격상승과 비중확대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50.8%로 2014년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서울 전체 주택 기준으로는 월세 비중이 70.5%에 달했다.
3월 한 달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2만7234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3% 증가했다. 전세거래가 9% 감소하는 동안 월세거래가 32.3% 늘어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전세시장의 월세화가 가속화한 데는 정부의 부동산정책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과 경기 12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2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됐다. 이에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가 어려워지며 전세공급이 감소했고 대출규제와 금리상승까지 맞물리면서 임차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는 흐름이 빨라졌다.
신규아파트 공급감소와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수요 증가까지 겹치면서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남 연구원은 "전세대출 금리부담과 대출규제로 전세계약 갱신시 '보증부 월세'(반전세) 전환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올해 수도권은 '입주물량 가뭄'이 본격화하는 시기로 전월세시장의 가격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