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주택자 매도 물량의 절반을 30대가 흡수했다. 강화된 대출 규제 상황 속에서 정책자금과 부모 지원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젊은 실수요'가 시장의 핵심 매수층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다주택자 매도 물량은 2087건으로 지난해 월평균(1577건) 대비 1.32배 증가했다. 다주택자 매도 물량은 30대 이하가 주로 사들였다. 30대 이하 매수자는 1017명으로 전체의 48.7%를 차지했다. 40~50대는 820명(39.3%), 60대 이상은 250명(12%)에 각각 그쳤다.
1년 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지난해만 해도 40~50대가 48.8%(770명)로 최대 매수층이었다. 30대 이하의 비중은 36.6%(577명)에 불과했다. 60대 이상의 비중은 14.6%(230명)로 큰 차이가 없었다. 다주택자 매물을 받아내는 주체가 중장년층에서 30대로 이동한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매수의 무게 중심이 자산 축적 단계에 있던 40~50대 중심에서 정책금융과 가족 자금을 활용하는 30대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매수층 이동의 배경에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반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진 가운데 생애최초·신혼부부·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금융을 활용할 수 있는 30대가 상대적으로 부동산 자금 조달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점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전세 보증금으로 목돈을 묶어두기보다 정책대출을 활용해 매수로 전환하는 흐름도 확산하고 있다. 집값 상승 기대와 임차 비용 부담이 맞물리며 "지금 사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셋값 상승과 월세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실거주 수요가 매매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30대 초반에서도 10억원 안팎의 주택을 매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전셋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월세 부담까지 겹치자 원하는 주거를 찾기 어려워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30대가 부모로부터 받은 자금을 활용해 아파트 매수를 서두르는 모습도 눈에 띈다.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주택 매수 자금 중 증여·상속 규모는 총 2조181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0대가 1조915억원을 차지해 절반 수준에 달했다. 과거 대출이 차지하던 부분을 증여·상속을 통한 가족 자금이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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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자산 처분을 통한 매수도 증가했다. 1분기 30대가 주식, 채권, 가상자산 등을 매각해 주택 매수에 투입한 자금은 7211억원으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책대출과 증여, 투자 자산 등을 기반으로 30대의 주택 매수 여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이른바 '영끌' 중심의 레버리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금 조달 경로가 다변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30대의 매수세는 서울 외곽에 집중됐다. 부동산 플랫폼 집품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30대 생애 첫 집합건물 매수는 강서구(301명), 노원구(278명), 성북구(258명) 등 중저가 주택이 많은 지역에 몰렸다. 가격 접근성과 실거주 여건을 동시에 고려하는 모습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한 정책자금과 가족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30대 중심의 매수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와 달리 자금 조달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시장 내 영향력도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