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계약을 선택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나면서 서울 전세시장 내 물량 감소 우려가 한층 짙어지고 있다. 신규 전셋집을 찾기보다 기존 전세계약을 연장하는 '눌러앉기' 현상에 더해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 확대가 더해지면서 전세 공급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가운데 갱신계약 비율은 44.9%로 지난해 같은 기간(36.0%)보다 8.9%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전체 계약 건수는 9만4550건에서 7만9500건으로 1만5000건 이상 줄어든 반면 갱신계약 건수는 3만3988건에서 3만5724건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신규 계약보다 기존 전세계약을 연장하는 사례가 많아졌지만 갱신계약 중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해 1~4월 48.4%이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율은 올해 같은 기간에는 43.3%로 낮아졌다. 향후 전세시장 사정이 더욱 안 좋아질 것을 우려한 세입자들이 갱신권을 아껴둔 채 일반 재계약을 진행한 결과로 풀이된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전세 공급 감소를 경고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 범위를 비거주 1주택으로 확대한 정부의 결정이 향후 추가적인 전세 물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는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실거주 의무 유예 대상을 비거주 1주택자 보유 주택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는 물론 비거주 1주택자도 임대 주택 매도 때 기존 임대차계약 종료 때까지 최대 2년간 실거주 의무를 미룰 수 있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전세 불안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대 공급이 꽉 막힌 상황에서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집주인들의 실거주 전환으로 전세품귀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감소세는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3만2365건으로 올해 초(4만4424건)보다 27.2%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매매시장 정상화 정책과 임대시장 안정 목표가 충돌하는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주택 임대업계 관계자는 "실거주 전환 가능성이 커질수록 세입자들의 이동은 줄고 재계약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매매 규제 완화와 별개로 전세시장 불안을 줄일 수 있는 공급 대책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전세난 여파는 비아파트 시장으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연립·다세대 전월세 갱신계약 건수는 1만319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증가했다. 서울 양천구 한 공인중개사는 "예전에는 빌라 세입자들이 전세 만기 때 아파트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재계약 문의가 확실히 늘었다"며 "세입자들 사이에서 '지금 집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