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변 아파트 시장의 가격 기준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반포에서는 이미 국민평형 기준 평당 2억원 거래가 등장했고 압구정은 재건축 기대감 속에 지은 지 50년 가까이 된 구축 아파트가 평당 2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에 거래됐다. 한강변 핵심 입지, 신축 희소성, 재건축 기대감 등이 결합하면서 서울 최상급지 아파트 시세가 급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63억원에 거래되며 공급면적 기준 평당 1억85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면적이 49억6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7% 오른 수준이다. 반포에서는 이미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가 지난해 72억원에 거래되며 평당 2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반포를 중심으로 형성된 초고가 시장은 강남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청담르엘 전용 84㎡는 지난 2월 67억원에 거래되며 평당 1억9700만원을 기록했고, 압구정 신현대 전용 109㎡는 올해 1월 70억원에 거래되며 평당 1억9800만원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신현대는 1982년 준공된 구축 아파트임에도 재건축 기대감만으로 신축과 맞먹는 가격대를 형성했다. 시장에서는 한강변 입지와 미래 가치가 현재 시세를 결정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는 신축 공급 부족과 한강변 입지 희소성이 꼽힌다. 서울 핵심지에서 신규 아파트 공급이 제한되는 가운데 자산가 수요는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반포, 압구정, 성수, 용산 등은 한강 조망과 학군, 교통망, 생활 인프라를 동시에 갖춘 사실상 대체 불가능한 입지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세제 불확실성 등으로 매물까지 줄어들면서 희소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분양시장 역시 기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떠받치고 있다. 최근 흑석11구역 '써밋 더힐', 노량진8구역 '아크로 리버스카이', 노량진6구역 '라클라체자이드파인' 등 한강변 재개발 단지는 국민평형 기준 분양가가 25억~30억원에 육박하는 고분양가 논란 속에서도 일제히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과거에는 높은 분양가가 청약 흥행을 제한하는 모습이었지만 최근에는 분양가 수준보다 입지·신축 희소성이 더 크게 부각되는 분위기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같은 구조가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등 인기지역 아파트 시세를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높은 분양가가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면서 인근 신축 아파트 시세의 하방을 지지하고 다시 신축 아파트의 신고가 거래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이런 신고가 거래는 다시 다음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시장의 눈높이는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이다. 최근 신반포19·25차 재건축 시공권을 따낸 삼성물산은 수주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평당가 3억원, 자산가치 20억원 상승"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제 평당 2억원이 아닌 3억원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압구정 재건축이 본격화할 경우 강남권 아파트 시세 기준 자체가 한단계 점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강변 초고가 아파트 시장이 단순한 집값 상승을 넘어 새로운 가격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반포에서 평당 2억원 거래가 현실화한 데 이어 향후 한남뉴타운과 압구정 재건축이 순차적으로 완성되면 서울 최고급 주거지의 가격 기준 자체가 상향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강변 신축은 재건축 외에는 사실상 신규 공급이 불가능한 데다 서울 신축 입주 물량 감소와 현금 자산가 수요가 맞물리면서 희소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반포에서 시작된 가격 기준이 향후 한남과 압구정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강변 초고가 시장은 장기적인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한강변 핵심 지역은 희소 자산 성격이 강해 신축 공급 부족과 재건축 기대감이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세금과 금융 규제로 상승 속도는 둔화할 수 있지만 핵심 입지의 자산가치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초고가 한강변 신축·재건축 시장과 30억원 안팎의 한강벨트 중고가 시장, 15억원 이하 비강남·구축 시장이 서로 다른 수요층과 가격 결정 구조를 보이면서 사실상 별개의 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 교수는 "현재 서울 아파트 시장은 한강변 초고가 시장, 한강벨트 중고가 시장, 비강남 일반 시장으로 나뉘는 3중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며 "각 시장의 수요층과 가격 결정 메커니즘이 달라 양극화가 고착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